[기고]위기에 빠진 안철수
[기고]위기에 빠진 안철수
  • 일요서울
  • 입력 2016-06-20 09:02
  • 승인 2016.06.20 09:02
  • 호수 1155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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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대망론’에 출렁이는 安 지지율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으로 일대 위기에 빠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총선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박선숙 의원, 비례대표 김수민 의원,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고 왕 사무부총장에 대한 검찰조사가 이뤄졌다. ‘새정치’를 표방했기 때문에 이번 ‘리베이트 수수’ 의혹이 당의 향후 행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백척간두에 서게 되었다.

먼저 지난 6월 12∼13일에 실시된 알앤서치와 데일리안의 차기대선주자 지지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안 상임공동대표는 반기문 총장 26.8%, 문재인 전 대표 24.2%에 이어 16.5%로 3위에 랭크되었다. 안 상임공동대표는 4.9%의 지지율로 4위에 오른 김무성 대표와 큰 격차를 유지하며 2강 1중 구도를 유지했다.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30명 대상 유무선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구간에서 ±3.1%p, 응답률 3.8%]

지난 6월 13∼14일 리얼미터와 CBS가 실시한 야권 부문 차기대선주자 조사에서도 안 상임공동대표는 1위 문재인 전 대표(25.1%)에 이어 17.7%로 2위를 올랐다. 또한 반기문-문재인-안철수 3자 대결 문항에서도 안 상임공동대표는 반기문 36.5%, 문재인 34.9%에 이어 지지율 19.0%를 보였다.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113명 대상 유무선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구간에서 ±2.9%p, 응답률 5.6%)

당의 위기 속에서도 안 상임공동대표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두 자리 숫자를 유지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안 대표가 이번 의혹에 직접 연루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비례대표 선출 문제는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잡음이 컸고 국민의당이 공동대표 체제이다 보니 안 대표가 모든 책임선이라고 보는 시선 역시 약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 때문에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이 아직은 안 대표 이미지나 지지율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안 상임공동대표에게 더 큰 위기는 5월말 있었던 반기문 총장 방한과 함께 부상한 ‘충청대망론’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이 미는 차기 후보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급부상하면서 안 상임공동대표의 지지율에 출렁임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았던 반 총장은 방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차기 대선주자 1위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6월 7∼9일 실시된 한국갤럽 정기조사에서 반 총장은 26%의 지지율을 얻어 문재인 전 대표 16%, 안 상임공동대표 10%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2명 대상 유무선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구간에서 ±3.1%p, 응답률 21%)

다만, 반 총장이 뜨면서 안 대표의 지지율이 반토막 났단 기사들이 있었지만 실제 총선 전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들을 비교해 보면 영향 정도가 그렇게 큰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4월 6일 실시된 조원씨앤아이 2,007명 대상 유·무선 ARS전화조사에서 안 싱임공동대표는 13.9%로 1위 문재인(24.5%), 2위 김무성 20.1%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오세훈 전 시장(12.2%)이 그 뒤를 이어 4위에 올라 2강 2중 체제를 보였다.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2,007명 대상 유무선 ARS조사, 표본오차 95% 신뢰구간에서 ±2.2%p, 응답률 3.5%)

지난 4월 1일∼4일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리얼미터 정례조사에서도 문재인(22.7%) 전 대표가 1위, 김무성 전 대표(12.9%), 안철수 대표(12.8%), 오세훈 전 시장(12.0%) 순으로 조사되어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17명 대상 유무선 ARS조사, 표본오차 95% 신뢰구간에서 ±3.1%p, 응답률 4.9%)

종합적으로 보면 안 상임공동대표의 지지율은 차기 대선주자로 반 총장이 후보군에 포함되었거나 포함되지 않거나 또 총선 전이나 이후 어느 시점에 있어서도 10∼13% 정도의 지지율을 보여왔다. 하지만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지고 난 이후 나온 조사결과를 보면 오히려 16∼7%선으로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이번 사건에 따른 지지층 결집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다만, 반 총장이 대선주자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면서 문재인 전 대표나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지지율에 나타난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첫째, 반기문 총장 등장 이후 전체 대선 지지율은 문 전 대표, 안 상임공동대표 모두 빠지는 흐름을 보였는데 안 상임공동대표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빠진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경기/인천 지역과 호남, TK지역의 감소 폭이 크다.

둘째, 수도권에서는 반 총장에 대한 선호가 큰 만큼 문 전 대표와 안 상임공동대표 지지율 모두에 영향을 주었는데 서울은 문 전 대표가, 경기/인천은 안 상임공동대표 지지율이 더 크게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셋째, 야권의 유력 후보들이 모두 부산 출신인 관계로 PK 지역에서의 지지율 변화가 중요한데 반 총장 등장 이후 PK 지역에서 문 전 대표와 안 상임공동대표 모두 약 5% 가량의 지지율 하락이 있었다. 다만 TK지역에서 안 상임공동대표의 지지율 하락폭이 문 전 대표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현재 국민의당의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은 반 총장 등장이후 안 상임공동대표에 대한 지지 철회가 문 전 대표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특징을 요약하면, 안 상임공동대표가 대선주자로 뻗어나가기 위해 기반이 되어야 할 지역(호남과 PK)에서의 지지율 유동성이 커 핵심지역 기반이 의외로 허약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지역 기반이 약할 경우 돌발변수가 많은 대선 판에서 안 상임공동대표가 독자적인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밀어부치거나 본인만의 고독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공고한 지역기반은 커다란 버팀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변화되는 상황에 연동되어 지역 기반의 지지가 함께 요동을 친다면 소신있는 결단을 내리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고 이런 머뭇거림은 의사결정의 ‘타이밍’을 놓치는 실수를 낳을 수 있다. 그럼 안 대표의 취약한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안 대표 스스로 당내 리더십을 공고화하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김수민 리베이트’의 발단이 당내 알력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많다. 당 이미지에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는 사안이 컨트롤되지 못하고 터져 나오게 만든 취약한 리더십, 불안정한 ‘동거’ 리더십이야말로 ‘부유(浮游)’처럼 흔들리는 안 대표의 지역 기반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당내에 대선 유력 주자가 있음에도 또 다른 잠재적 대선후보군들을 향해 손짓하는 움직임이 공존하는 한 안 상임공동대표의 리더십은 이슈마다 사안마다 흔들릴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의 결말이 어떻게 나는지와는 별개로 3등을 뛰어넘지 못하는 ‘안철수’ 그 자체의 한계로 작용할 것이다.

<이은영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일요서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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