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 가습기 참사 기업 투자 책임 회피 논란
국민연금기금 가습기 참사 기업 투자 책임 회피 논란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6-06-17 21:33
  • 승인 2016.06.17 21:33
  • 호수 1155
  • 3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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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금액만 1조4320억 원인데 피해대책은 ‘나 몰라라’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NPS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이하 국민연금기금)가 옥시 등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기업들에 대해 1조4320억 원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관여(Engagement)를 소홀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또 현재까지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타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국민연금기금은 ‘해당 기업들과 논의를 통해 사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요서울]이 이를 들여다봤다.

시민단체 등 “국민의 돈으로 투자…사회적 책임성 필요해”
국민연금 측 “권한 밖…대책논의 중이나 기준 마련 쉽지 않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4개 단체는 지난 15일 “국민연금기금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기업들에 대해 공적연기금으로서 기업관여에 무관심 하거나 매우 소홀히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앞선 14일 오전 국민연금기금 강남 사옥 9층에서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에 대한 국민연금기금의 거액 투자와 관련해 강면욱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과의 면담을 한 이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이슈화된 시기는 2011년인데, 국민연금기금은 올해까지 5년여 동안 단 한 차례도 기업관여를 하지 않았다. 또 지난 5월 20일 최초로 가해 기업들에게 유사 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하도록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이 전부다.

시민단체는 “이 때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사망자만 수 백명, 피해환자만 수 천명으로 밝혀지고도 한참이 지난 후다. 가습기 살균제로 수백명의 사망자가 나왔는데 국민연금기금이 가해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건 무책임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국민의 보험료로 조성된 공적연기금인 국민연금이 국민이 죽어가는 사회적 비극에 눈을 감거나 눈치만 보고 있다가 여론에 밀려 늑장 기업관여를 했고, 사태의 심각성에 비추어 볼 때 기업관여의 수준도 만족스럽지 않다”면서 “국민연금이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더 높은 수준으로 기업관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높아진 질타의 목소리

이들의 주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이 공적연기금 투자자로서의 ▲ 가해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유사 사건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주주제안 상정 ▲ 주주총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직간접 책임자와 연루자에 대한 임원 연임과 선임에 대한 반대 의결권 행사 ▲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도록 다른 기관투자자들과 연대에 대한 입장 표명 등이 골자다.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책임투자 강화를 위해 ▲ 사회책임투자 정책과 로드맵 수립 요구 ▲ 사회책임투자 비중 확대 ▲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내에 자문기구로 독립적인 사회책임투자위원회 설립 ▲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책임투자 보고서(ESG 보고서) 매년 발간 ▲ 상시적인 기업관여 수행 및 이를 위한 기업관여 기준 마련 등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요구를 국민연금기금이 모두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시민단체 및 피해자들 역시 “국민연금기금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주주총회에서의 주주 제안과 책임자와 연루자에 대한 임원 선임과 연임 등에 대한 반대 의결권 행사에 대해 “주주가치의 제고와 훼손 차원에서 그때 가서 판단할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애매한 답변만 반복돼

또 사회책임투자 강화 사항에 대해서는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은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이라고 답변했다. 상시적인 기업관여 수행 및 이를 위한 기업관여 기준 마련에 대해서는 “경우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기준 마련이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연금기금 관계자도 “현재 해당 기업들과 논의를 통해 마땅한 대안을 찾고 있는 중”이라면서 “시민단체들이 기업관여에 대해 질책하는 사안 등에 대해선 답변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러한 상황을 놓고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등은 “가습기 살균제 가해기업에 거액의 기금을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투자의 책임성을 가져야 하는데 면담 과정에서는 수익률 지상주의 논리만을 내세워 사회적 책임성을 읽을 수 없었다. 매우 실망스럽다”는 견해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기업들이 수익에만 눈이 멀어 발생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국민연금이 가해기업 기업관여에 수익률 지상주의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수익과 공익을 통합하고 동시에 추구하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결국 시민단체 등은 국민연금기금이 적극적인 기업관여에 나서지 않았고,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지난달 발송된 공문에 대한 해당 기업의 답변 내용을 토대로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이들이 어떤 매듭을 지을지는 국민연금기금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연금기금은 옥시의 영국본사인 레킷벤키저그룹과 홈플러스 영국본사인 테스코, (주)코스트코 코리아의 본사인 (주)코스트코홀세일코퍼레이션, 애경산업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 롯데마트의 모기업인 롯데쇼핑, 이마트, GS리테일, SK케미칼 등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직·간접 가해기업에 총 1조432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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