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여자가 되고 싶어요…”
드라마 ‘그 여름의 태풍’(극본 최성실·연출 이관희)은 라이벌 여배우의 삶과 사랑이 주된 내용. 과거 한 영화감독을 두고 적대 관계에 놓였던 두 여배우의 재회와 이들의 피를 물려받아 여배우의 길에 들어선 자식들이 스타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극중 정다빈은 불우한 환경을 딛고 톱스타로 성장하는 영화배우 강수민 역을 맡았다. 맑고 순수한 캐릭터. 정찬과 이재황의 사랑을 한 몸에 받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과는 연결되지 않는 비련의 여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만큼 진한 감정표현과 눈물연기가 관건이다. “시트콤에서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것 같아요. 늘 당차고 깜찍한 캐릭터만 선보이다 보니 일관된 이미지로 각인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죠. 이번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보면서 ‘변신의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이젠 성숙한 여자 배우로 변화하고 싶어요.”
# “당분간 ‘침묵수행’ 하려구요~”
10여개월의 공백을 깨고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드라마 속 캐릭터만큼이나 꽤 성숙해져 있었다. 트레이드마크인 상큼하고 귀여운 눈웃음은 여전했지만 속눈썹을 길게 내리깔고 차분하게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은 왠지 낯설어 보일 정도였다. 성숙하면서도 슬픔이 가득한 ‘수민이’를 연기하기 위해 말 많은 제가 ‘침묵수행’까지 하고 있을 정도예요. 음악도 원래 힙합을 좋아하지만 요즘은 슬픈 팝 발라드만 듣고, 영화도 눈물나는 작품만 봐요. 얼마전엔 연극배우 이야기를 다룬 만화 ‘유리가면’을 독파했는데, 상황 설정 등이 저희 드라마와 비슷해서 감정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됐죠.”뭔가에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심취하는 성격 때문에 생활 자체를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무게감 있게’ 살고 있다는 그녀.
하지만 정작 촬영장에서는 여전히 ‘귀엽고 깜찍한 다빈이’로 통한다고. 이효춘 노주현 장미희 선우은숙 등 함께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이 대 선배 연기자들이어서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그녀는 오히려 “재밌고 즐겁다”고 말한다. “너무 저를 예뻐해 주세요. 촬영장에선 모두 저를 ‘딸~’이라고 불러주시죠. 이효춘 선생님은 ‘립글로스는 핑크색으로 해~화장은 투명하게 하고…. 그게 너무 잘 어울려’ 이러시면서 조언을 해주실 정도예요. 연기지도도 많이 받죠. 이번 작품이 제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데뷔 7년차…꼭 그 만큼씩 성숙해질 겁니다!”
영화 ‘단적비연수’에서 최진실의 어린 시절을 맡았던 것이 연기 출발점이 됐던 정다빈은 올해로 꼭 데뷔 7년차를 맞았다. 짧지 않은 연기 생활. 영화와 드라마의 주연을 꿰차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녀에게도 화려함 이면의 아픔과 슬픔이 지내온 그 시간만큼 차 올라 있다. 최근엔 전 소속사와의 분쟁이 불거졌고, 어머니가 자궁암 초기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어려운 상황에 대해 정다빈은 상당히 말을 아끼는 눈치였다.
맘 고생이 적지 않았다는 증거다. “대중의 시선 중심에 있다보니 나름의 고충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힘들어도 내색하지 못할 때도 많고…. 하지만 다 잘 되겠죠. 작품을 할 때는 작품만 생각하려구요. 그렇게 뭔가에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하다보면 언젠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좋은 날로 변해있을 거라 믿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여배우’로 거듭나겠다는 정다빈은 “데뷔 7년차 연기자답게 무게감있는 연기를 선보이겠다”고 야무진 각오를 드러냈다. 드라마 ‘그 여름의 태풍’이 종영될 즈음, 한층 더 성숙한 ‘여인’으로 변해있을 정다빈의 모습에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정소현 coda031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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