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격 복당 친박 극렬 반발
유승민 전격 복당 친박 극렬 반발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6-06-17 17:09
  • 승인 2016.06.17 17:09
  • 호수 1155
  • 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 대통령 탈당할 만한 정치쿠데타”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비박계’ 혁신비상대책위원들이 6월16일 전격적으로 7인의 무소속 의원에 대해 일괄복당을 통과시켰다. 당장 친박계에서는 ‘6.16 비박계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승민 의원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비대위의 갑작스런 결정은 친박계뿐만 아니라 청와대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허를 찔렸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특히 친박계는 정진석 원내대표를 겨냥해 ‘사퇴’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대통령 탈당’, ‘분당’ 등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치 않고 있다. 청와대 역시 말은 삼가고 있지만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새누리당을 두고 “선장도 선원도 없는 좌초 위기의 거함과 같다”고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비대위 기습표결..선장도 선원도 없는 새누리號
-비박계 항명 ‘뒤통수’ 맞은 靑 정진석 ‘부글부글’

새누리당 혁신 비대위에서 유승민, 윤상현 의원 등 탈당파 7인에 대한 복당문제 논의가 있던 첫날인 6월16일 청와대와 친박계 어느 누구도 일괄복당이 이뤄질지는 예상을 못했다. 첫날은 당연히 복당문제 관련 격론이 오가다 흐지부지되고 결국 차일피일 미뤄지다 ‘선별적 복당’으로 유승민-윤상현 두 명만 빼고 5인에 대해 복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여권 내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정진석 원내대표와 비박계 비대위원은 친박계 비대위원과 격론을 벌이면서 동시에 김희옥 비대위원장을 압박, ‘표결처리’ 방식을 통해 일괄 복당안을 통과시켰다.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이번 복당 승인으로 친박계서는 “사전에 치밀에게 짜인 각본”이라는 지적부터 “비밀리에 작전하고 쿠데타를 하듯이 복당을 밀어붙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허 찔린 靑-친박계, “이럴 수가…”

나아가 친박계에서는 의총 개최를 요구하면서 당론을 모으고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정당성이 결여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당무 사안으로 의총 사안이 아니다”고 거부했다.

실제로 최고위원회 기능을 대신하고 있는 비대위가 복당을 한 번 승인한 이상 현행 당헌·당규 상 이를 번복하는 것은 어렵다. 이에 유승민, 윤상현, 강길부, 안상수 의원 등 이미 입당원서를 낸 4인방은 복당 처리됐고 주호영, 장제원, 이철규 의원도 언제든지 신청만 하면 복당이 가능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박계 화살은 정진석 원내대표로 향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번 일괄복당 관련 “4.13총선의 민의를 받든다는 차원에서, 새누리당의 통합과 화합을 위해 복당을 허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욱 대변인 역시 “당의 통합과 화합을 이루라는 총선 민의를 받들고,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복당이) 결정됐다”고 민심의 뜻에 따랐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친박계에서는 왜곡된 ‘민심’을 들어 청와대 ‘박심’을 무시하고 일괄복당을 허용했다는 점을 들며 정 원내대표를 정조준했다. 친박계 한 인사는 “지난 4.13총선 결과를 두고 민의를 받든다고 운운하는데 대구동을에서 무소속 유승민 후보만 당선되고 측근인 권은희(대구북갑), 류성걸(대구동갑), 조해진(경남 밀양) 3인방 모두 새누리당 후보에게 져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며 “오히려 총선 민의를 왜곡한 것”이라고 발끈했다.

실제로 유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같은 대구에 출마한 류성걸, 권은희 후보와 뜻을 같이하고 북구 팔달시장, 산격시장, 등 상대 지역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지원 유세를 펼쳤다. 또 선거구가 금호강을 끼고 서로 붙어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 ‘금호강 벨트 합동공약발표회’까지 개최하는 등 적극 지원했지만 결국 혼자만 살아남았다.

친박, “왜곡된 민심으로 박심 거슬러…복당”

또한 측근인 조해진 후보 지원 관련 유 의원은 출정식을 시작으로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경남 밀양을 찾아 유세를 돕는 등 모두 5일에 걸쳐 경남을 찾아 공을 들였지만 조 후보는 석패했다. 사실상 대구경북에서 ‘백색돌풍’(무소속 돌풍)은 찻잔 속 미풍에 그친 셈이다.

특히 이 인사는 유 의원의 당선도 평가절하했다. 이 인사는 “새누리당 후보가 없는 무공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1대1일 경쟁구도에서 승리한 것”이라면서 정치적으로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나아가 이 인사는 “총선 평균 투표율이 58%인데 대구는 전국에서 투표율이 가장 낮은 54.8%를 기록했다”며 “그 중에서 유 의원은 대구 동을에서 75.7%라는 압도적인 표를 받았지만 민주당 후보도 24.2%를 받아 실제로 유 의원의 지지율을 보면 46%가 투표를 포기했고 그중에서 24%는 더민주당 후보를 찍었다는 점에서 30%만 지지를 받고 나머지는 비토 세력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즉, 정 원내대표가 ‘총선 민의에 따라 복당을 허용했다’는 명분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이에 친박계에서는 유 의원의 복당 취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한편 정 원내 대표의 사과와 상황에 따라서 ‘사퇴 요구’까지 결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분당’부터 ‘대통령 탈당’ 등 극단적인 발언이 나오는 반면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정 원내대표가 복당관련 사전 조율을 하지 않아 언론 속보를 통해 알 정도로 청와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청와대는 6월17일 유 의원을 포함한 7인의 복당결정 관련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서 “당에서 결정한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청와대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임기말 박 대통령의 정치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싸고 여권의 텃밭인 대구/경북과 부산이 둘로 쪼개지기 일보 직전이다. 또한 20대 국회 시작부터 개헌 논의에 불이 붙으면서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의 역점 과제 추진을 위한 동력을 살리는 데 힘들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고 부르며 사실상 파문했던 유 의원을 복당시킨 것은 향후 당청 관계가 흔들릴 수 있는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박 대통령은 20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음에도 당청 관계가 유 의원 복당으로 삐걱거린다면 국정과제 추진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劉 당권도전? 조용하게 지낼 것”

나아가 유 의원을 비롯한 ‘비박’(비박근혜)계 의원 다수가 일괄 복당함으로써 당장 8월 9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친박’(친박근혜)의 당권 장악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도 중대 변수다. 그러나 유 의원의 직접 당권에 도전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친박계 인사는 “탈당을 한 번 했다가 복당한 만큼 당의 통합과 화합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전당대회까지 조용하게 지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