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3 총선, 국민 분노의 정치 표출
- 국회70년 정치전반 새로운 지향점 추구
‘알파고'로 알려진 인공지능이 가져올 노동시장의 미래, 스위스에서 국민투표에 부친 1인당 300만 원 기본소득제도(basic income system)가 예고하듯이 ‘할 일이 없는 미래'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두고 고민인데 기존의 정치권이 제시하는 틀에 박힌 사고로는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없으리란 걱정이 태산 같다.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된 사회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 심화는 전 지구적 현상이다. 빈부격차에 좌절한 몰락 중산층과 빈곤층의 분노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청년실업과 주택난, 중산층 붕괴로 기존 정치체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그 분노가 총선에서 여당의 패배, 제3당의 출현을 가져왔다. 그럼에도 총선 이후 새누리당은 총선평가는 차치하고 혁신비대위 구성에 두 달이 걸릴 정도로 자중지란에 빠져 전통적 보수층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이다. 야당도 문명적 전환기에 20대 국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개념 없기는 마찬가지다.
시시비비 가리는 선비정치 절실
우리 대한민국은 여러 내재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계 10위권의 번영을 누리고 있다. 한 때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지만 지금은 건강보험을 잘 발전시켜 100세 장수국가가 되었고, 기초노령연금 등 연금제도를 든든하게 하여 사회보장의 기본 틀을 갖추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지금 한국을 부러워하고 있고, 한국을 배워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더 잘사는 대한민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국민들의 걱정이 많다. 우리나라가 처한 여러 가지 상황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제불황 등의 여파로 수출은 감소하고, 성장은 정체되어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는 미증유의 다차원적이고 전 지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때에 더욱 중요한 것은 정치의 역할이다. 정치가 앞장서서 민생을 풀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이 지금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정치는 70~80년대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덮어놓고 반대하고, 심지어 국가적 중대사안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하고 있다. 정쟁에 함몰되어 경제를 살리기 위한 시급한 일에는 눈 한 번 깜짝하지 않는 일도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국회에서 겪는 국가정책이 ‘병목현상'이 너무나 심각하다.
나라가 어려운 때는 정당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의 편에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힘과 지혜를 모으는 정치를 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파나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대의와 국가, 백성을 위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선비정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선비정신이 있었기에 설사 나라가 그릇된 길을 가더라도 곧 바로잡을 수 있었다. 선비정신이 사라진 조선말 100년, 망국의 길을 걸었던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국가대의와 국민의 삶을 위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참다운 선비정치를 해야 한다.
책임정치 부활 위한 패트롤
새로운 선비정치의 부활은 ‘반응하지 않는 정치' ‘책임지지 않는 정치'로 부터의 탈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가 국민의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이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고달파하는 민생의 현장에 답을 주지 못하고, 기껏 신문이나 TV를 통해 보여주는 모습은 계파 간·정파 간 갈등뿐이라는 데에 있다. 그리고 정치적 잘못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민주적 정치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시민이 대표에 대해 어떻게 민주적 책임성을 확보하는가의 문제다. 시민의 지지에 의하여 선출된 대표가 시민의 대리인으로 행동하지 않고 나아가 시민들 위에 군림하며 공익보다는 사익과 당리당략만을 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표자가 국민들의 요구에 반응하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러한 대의민주주의의 위기가 이번 총선에서 분노의 정치로 표출되었다. 분노의 정치를 당파적 이해로만 해석하면 이 나라는 비전이 없다. 이제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 ‘권력으로서의 정치'가 아니라 ‘서비스로서의 정치'로 거듭나야 한다. 정치는 국민을 보살피고 봉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정치인이 없다.
‘갑질의 선봉'으로 비춰진 정치인의 모습을 ‘진정한 머슴의 모습'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국민들이 ‘저들이 우리를 위해 해준 게 뭐냐'고 느낄 때 지도자가 아무리 국가적 위기 앞에 고통분담을 요구해도 따르겠는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어야 한다. 의식이 바뀌고, 행태가 바뀌고 제도가 달라져야 한다.
여의도 패트롤은 국회 70년을 맞는 내년을 앞두고 우리 정치 구석구석의 치부를 드러내어 새살이 돋아날 수 있도록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고자 한다. 정당, 선거, 국회, 정치자금, 정치행태 등 우리 정치 전반을 낯설게 하여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해 나가고자 한다. <이현출 정치평론가>
- 전 국회입법조사처 심의관
- 전 한국정당학회 회장
일요서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