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한화 최근 승률 1위팀 두산도 추월…2강 8중 시대 개막
상승세 불구 잠실구단 딜레마 극복이 가을야구 진출 최대변수
한화는 지난 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KIA 타이거즈전에서 1-12로 패하면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최근 상승세를 고려할 때 한화 팬들은 11년 만의 7연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아쉽게 승리를 내줬다. 5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난 KIA는 23승30패1무, 한화는 22승33패1무를 기록했다.
7연승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최근 달라진 한화는 시즌초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낸 채 무서운 속도로 선두팀들을 위협하고 있다. 여전히 꼴찌를 기록하지만 9위 kt 위즈와는 1경기차로 좁혀졌고 3위 넥센 히어로즈(28승1무27패)와의 승차도 단 6경기밖에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올 시즌 구단들의 성적은 사실상 2강 8약으로 좁혀지고 있다. 9일 기준 1위는 두산 베어스로 40승1무16패 승률 0.714라는 압도적인 기록으로 질주하고 있다. 그 뒤를 NC 다이노스(33승1무19패 승률 0.635)와 3위 넥센이 추격하고 있다.
단단해진 마운드
폭발한 타선
다만 10위인 한화가 약진하며 3위에서 10위까지 촘촘하게 붙어 있어 연승이 이어질 경우 중하위권 순위가 급격히뒤바뀔 것으로 보여 각 구단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에는 단연 한화가 주인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화는 최근 성적만 놓고 보면 7할대 승률을 자랑하는 두산이나 NC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눈부신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특히 김 감독이 복귀한 지난달 20일부터 선수단 내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화는 김 감독이 복귀하기 전까지 38경기에서 단 10승만을 챙겼다. 승률도 0.263에 저조했고 팀 타율은 0.262, 팀 방어율도 6.74로 각각 꼴찌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화가 우승권을 위협할 수 있는 다크호스라는 시즌 전 평가와 달리 엇박자 난 투타와 경기집중력도 떨어져 속수무책이었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김 감독의 복귀 전까지 한화는 38경기에서 37개 라인업을 활용했다. 이는 거의 매 경기 다른 라인업을 내놔야 할 정도로 갈팡질팡했다는 것을 드러냈다. 그러나 끝없이 추락할 것처럼 보였던 한화는 김 감독이 복귀하면서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는 김 감독뿐만 아니라 선수단 내부의 반성과 각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8일까지 한화는 17경기에서 12승1무4패로 승률 0.750이라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1위 팀인 두산의 12승4패 승률 0.706을 압도했고 12승3패 승률 0.800을 기록한 NC만이 한화를 넘어섰을 뿐이다.
변화의 조짐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김 감독 복귀 후 라인업이 줄었다. 차츰 베스트9이 자리잡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경기에 투입된 야수수도 12.66명에서 12.59명으로, 투수수도 5.24명에서 4.35명으로 줄었다. 특히 선발 투수가 책임진 이닝 수가 3.1이닝에서 4.2이닝으로 늘었다는 점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다.
선발진이 살아나면서 구단 내 분위기 역시 확 달라졌다. 특히 지난 6일 오른쪽 팔꿈치 염증이 발견된 에스밀 로저스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또 다시 위기설이 나돌았으나 윤규진, 송은범, 장민재, 이태양 등 토종 선발진이 제 몫을 해주면서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이를 반영하듯 선발투수의 퀄리티스타트(QS) 기록도 종전 38경기에서 단 3차례에 불과했지만 최근 17경기에서 4번이나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정우람, 권혁, 박정진, 송창식을 중심으로 한 불펜진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한화의 마운드는 고민을 한시름 덜어냈다.
투수진이 살아나면서 타선 역시 호응하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최근 한화의 타선은 큰 변화가 없다. 김태균, 로사리오가 중심타선에서 타점을 올려주고 있고 정근우, 이용구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테이블세터진이 가세하면서 안정된 타선을 구축했다. 여기에 한화의 미래인 양성우, 하주석이 가세하며 빈틈을 메워 막강 화력을 선보이는 것도 눈에 띈다.

‘캡틴’ 정근우는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도 선수들끼리 ‘한 번은 기회가 온다’며 서로 위로했다. 실력의 문제라기보다 경기가 계속 꼬여서 성적이 안 난 것일 뿐이라고 자기 암시를 했다. 요즘은 투수들이 최소실점으로 막아주고 있으니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집중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언젠가 다시 고비가 오겠지만 시즌 초반에 연전, 연패하면서 승리에 대한 간절함을 모두가 함께 느꼈다. 탈꼴찌나 승률 마진 등에 신경 쓰기보다 흐름을 탔을 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경기를 하자고 선수들과 얘기하고 있다. 아직 보여줄 게 많이 남아 있고 한화의 진짜 실력도 더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각오를 전했다.
야신 허리부상
전화위복 단초
선수들의 분발 덕분에 수술 후 복귀한 김 감독은 다시 승률게임을 위한 주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개막 이후 팀이 가라앉았을 때 선수들에게 6월 말까지 승률 5할을 맞추자고 얘기했다. 중간에 내가 쓰러지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확실히 팀에 힘이 붙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 김 감독 스스로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도 감지된다. 우선 경기 도중 코칭스태프의 관계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당초 김 감독은 담당 코칭스태프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경기를 지켜봤지만 최근 들어 경기 도중 선수 상태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기도 하는 등 이전보다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있다. 또 경기 전 훈련도 이제는 코치들에게 일임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들이 잘하고 있다”며 “허리 수술이 전화위복이 됐다. 허리 때문에 일어서서 경기를 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경기 속으로 훨씬 잘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야신’ 김 감독이 코칭스태프와 소통의 폭을 넓히면서 감독과 코칭스태프, 감독과 선수, 코팅스태프와 선수 간의 신뢰가 쌓이기 시작하며 반전을 이끌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현재 두산과 NC 2강이 확고히 자리매김을 하면서 그 다음 순위부터는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가려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위 넥센과 10위 한화까지 8개 구단들이 0.5경기~1경기 차이로 다닥다닥 붙어있어 현재의 순위표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이에 구단들의 표정도 엇갈린다. 최근 가장 좋지 않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kt와 KIA, SK 와이번즈는 한화에게 따라잡힐 경우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SK의 경우 시즌 초반 힘을 냈지만 어느새 5위까지 밀려 내려왔다.
결국 반등세로 돌아선 한화와 LG 트윈스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느냐에 따라 후반기 순위가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세가 우세하다. 이에 메이저리그에 밀려 잠시 주춤했던 KBO리그 흥행에도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발목 잡는 불펜야구
고질병?
한편 한화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잠실구단 딜레마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두산과 LG로부터 호되게 당하면서 벼랑 끝으로 몰렸다. 특히 LG와는 4차례 맞붙어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여기에 개막 시리즈였던 LG와의 2연전에서 연속 연장 끝에 끝내기 패배를 당한 것이 심리적으로 큰 충격으로 작용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화가 LG전에 잇달아 패하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평가를 내린다.
또 한화는 개막 2주 뒤 홈경기에서도 LG를 상대로 첫 경기에서 2-18이라는 큰 점수를 내주며 대패했고 우천으로 하루 쉰 뒤 열린 경기에서도 4-6으로 승리를 내준 바 있다.
이에 따라 모처럼 만나는 LG와의 3연전이 올 시즌 한화의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LG와의 3연전에서 최소 2승1패를 기록한다면 상승세를 이어가는 초석을 마련하게 된다. 더욱이 한화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상승세가 매섭다는 점에서 LG와의 5.5게임차를 줄여갈지도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다만 여전히 남아있는 불안 요소들이 한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선 로저스 대신 임시선발 한 명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 다소 부담스럽다. 여기에 무리한 불펜 운용이 다소 해소됐지만 여전히 불펜 중심의 야구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과 특정 투수들에 대한 편중현상도 유지되고 있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결국 시즌 초반 ‘많이 화나’로 비하됐던 팀이 모처럼 되찾은 ‘마리한화’의 명성을 이어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