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산은회장 폭로 그 후] 대우조선 칼날 방향 바뀌었다
[전 산은회장 폭로 그 후] 대우조선 칼날 방향 바뀌었다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6-06-10 20:45
  • 승인 2016.06.10 20:45
  • 호수 1154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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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안종범·임종룡·진웅섭 거론…정재계 긴장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겸 은행장(사진)이 “대우조선해양의 지원은 청와대와 윗선이 결정한 일”이라고 폭로한 것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됐다”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앞서 홍 전 은행장은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될 때 산업은행이 들러리였다고 밝혔다. 이를 지시한 윗선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으로 지목했다. 또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 중 다수가 정·관피아 출신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성추행 파문으로 경질된 윤창중씨도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산업은행과 자회사가 여전히 정부 통제 아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홍 전 은행장 발언 파문은 정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들러리…회계 보려다 해임되기도
지분 100% 가진 정부 통제 벗어나기 어려워

검찰의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비리 전반 수사 중에 벌어진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장의 폭로는 대우조선의 운명을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권이 좌우했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홍 전 은행장은 지난달 31일 “지난해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으로부터 대우조선 지원에 대한 결정 내용을 전달받았다”면서 “산업은행이 얼마씩 돈을 부담해야 하는지도 다 정해져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대우조선에 대한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채권비율은 22% 대 53%였지만 최종 지원 금액은 산업은행 2조6000억 원, 수출입은행 1조6000억 원으로 결정됐다.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의 자회사 CEO, 감사, 사외이사 등 임원 자리도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각각 3분의 1씩 가져갔다고 폭로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몫은 남은 3분의 1뿐이었다는 것이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면서 대우조선에 대한 논란은 정재계 할 것 없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 핵심 인사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윗선으로 지목된 이들은 반박에 나섰다.

우선 청와대는 “개인 주장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과 충분한 의견을 존중하며 협의했다”고 말했다. 또 “지원 규모는 나와 산업은행이 주도한 것”이라면서 “이 일로 책임질 일이 있다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홍 전 은행장이 검찰의 대우조선 수사 진행을 의식해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성 폭로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홍 전 은행장은 지난 10일 서면을 통해 해당 발언을 번복했다.

그는 해명자료를 통해 “공식 인터뷰가 아닌 언론사 기자와 AIIB 관련 세미나 협조를 위한 환담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대우조선 지원은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 등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지원규모 및 분담방안 등은 관계기관 간 협의조정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 전 은행장의 발언으로 불거진 정부의 해운-조선업종 구조조정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드러난 국책은행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지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다.

이와 더불어 산업은행의 낙하산 관행이 자회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19대)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임명된 대우조선 사외이사 18명 중 12명이 정피아, 관피아 출신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맡다가 성추행 파문을 일으켜 경질된 윤창중씨도 포함돼 있다. 윤씨는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대우조선 사외이사에 등재된 바 있다.

앞서 홍 전 은행장은 해명자료를 내기 전 “대우조선 회계부실을 인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대주주의 권한만으로 알아내기 힘들었다”며 “대우조선 사장이 오히려 대우조선 회계를 들여다보던 산업은행 출신 감사를 해임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역시 “사실상 산업은행은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이다. 산업은행 지분 100%를 정부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통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홍 전 은행장은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활동하다 2013년 4월 KDB그룹 회장에 임명됐다. 그러다 지난 2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발탁돼 현재 베이징에 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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