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자금·로비 전방위 수사…신격호·동빈·영자 정조준
MB정권 최대 ‘수혜’ 기업으로 수사 번질 가능성 높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로비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지난 10일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그룹 주요 임원들의 비자금 조성, 횡령 및 배임,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 등 물밑에서 논란이 됐던 사안들에 대해서도 전방위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압수수색 영장도 급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신영자 이사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회사 측의 증거인멸 행위에 대한 첩보가 입수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조사가 이명박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오너 일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급하게 발부받았다.
검찰이 신영자 이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발견했고 이같은 일이 롯데그룹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내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 그룹 차원에서 증거를 없앴다는 첩보가 여러 차례 들어왔다”고 했다.
이후 검찰은 이날 오전 8시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롯데그룹 본사 26층 집무실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집무실 등 17곳에 검사와 수사관 등 200여 명을 보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비자금 수사로 큰 충격
압수수색 대상에는 롯데그룹 본사 및 총괄조직인 정책본부와 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롯데건설 등 주요 계열사 사무실이 포함돼 있다. 또 롯데그룹 핵심임원 자택과 롯데그룹 광고대행사인 대홍기획 등도 역시 압수수색 중이다.
검찰은 롯데그룹과 신 회장이 계열사와 자산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는 호텔롯데가 맡고 있다.
검찰은 또 그룹의 2인자로 통하는 이모 롯데쇼핑 정책본부장(부회장)과 황모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등 핵심 임원 여러 명을 출국금지했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있어 압수수색을 집행했다”며 “주요 임원의 횡령·배임 사건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수사 소식이 알려진 직후 업계는 이번 수사가 단순히 롯데그룹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미 검찰이 대우조선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명박정부 실세들에 대한 옥죄기에 들어간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롯데그룹도 이명박정부 당시 특혜기업으로 뽑혔던 만큼 그 수사 대상이 정치권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업계에서도 검찰이 올해 초부터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비리 수사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기정사실화 돼 있었다.
롯데그룹의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 제2 롯데월드 인허가를 비롯해 부산 롯데월드 부지 불법용도 변경, 맥주 사업 진출, 면세점 운영사업 수주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제2 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서는 정치권 금품로비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된 제2롯데월드 사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군 당국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가 이명박 정부들어 급물살을 탔다.
군 당국은 유사시 성남공항 이착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으나 정부는 성남공항 활주로 각도까지 틀어가며 사업을 승인했다.
때문에 이번 수사가 단순한 대기업 비자금 수사를 넘어 이명박 정권 인사들을 정조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한편 검찰이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 오너 일가를 잇달아 겨냥하면서 수사향방이 경영권 분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이번 롯데 수사 이후 MB 특혜 기업으로 지목되는 효성·CJ 외 또 다른 10대 기업에 대한 수사로 번질 가능성까지 알려지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