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벤처업체에 광고용역을 제공하고 사례비 대신 스톡옵션을 받는 것은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잡았다. 벤처기업은 고액의 모델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인기 연예인을 자사 홍보에 활용할 수 있고, 연예인들은 벤처기업이 성공할 경우 높은 수익은 물론이고 이미지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스톡옵션 광고계약은 양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주가만 상승한다면 그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고’가 아닐 수 없다.실제로 벤처기업의 모델로 나선 연예인들이 광고비대신 스톡옵션을 받거나 주주로 참여한 사례는 많다. 또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벤처기업을 알리는 대가로 기업의 홍보이사 자리를 꿰어차는 경우도 있다. 연예인은 벤처기업의 ‘얼굴’인 셈이다. 그러나 연예인이 단순히 얼굴만 빌려주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회사 홍보외에도 주주총회와 같이 회사 경영에 관련된 각종 회의와 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연예인들은 자신이 모델로 활동하는 기업의 매출실적이나 성장력에 따라 별도의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에 기업의 운명에 결코 무신경할 수 없는 상황이다.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연예인과 벤처기업은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운이 좋아 ‘뜨게 되면’ 그야말로 ‘대박’을 맞는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쪽박’을 차게 되는 냉철한 연예계의 생존법칙이 벤처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 그는 “‘모 아니면 도’라는 이분법적인 논리가 연예인과 벤처기업의 공통된 운명”이라고 설명했다.온갖 노력을 기울여도 대중에게 인기를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수밖에 없는 연예인들은 성공률이 10%안팎에 불과하다는 벤처기업의 생리를 그만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은 그들의 짧은 수명과도 관련이 있다. “연예인들은 언제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그들이 나중을 대비해 연예활동외의 수익창출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일종의 보험차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기획사측의 말이다.그러나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한 벤처업계 종사자는 일부 연예인의 막무가내식 벤처계약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 회사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스톡옵션이나 주식배당의 조건만을 보고 계약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기업의 운영 성적에 따라 받은 주식이 어느 순간 쓸모없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수향 thelotu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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