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특별수사:사형수의 편지’로 스크린에 복귀한 김명민은 지난 1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개봉 소감을 전했다.
기대는 크게 하지 않는다는 그는 “개봉성적은 하늘이 정해주시는 것 같다. 나쁘지 않게 나왔으면 됐다”면서도 “언론시사 하는 날이 도마 위에 올라가는 날이라 긴장을 많이 하는데 되게 편안했다. 기자 분들이 나쁘게 보진 않은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즐거웠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명탐정과의 차이점에 대한 물음에 그는 명탐정은 자아도취해서 하는 이야기인 반면 특별수사는 사건 브로커이자 본의 아니게 코가 끼인 겪이라며 캐릭터가 다르다고 짚어냈다.
특히 김명민은 포스터가 코믹스럽게 나와 기대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도 “생각보다는 좀 무겁게 느끼는 것 같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시나리오보다는 가볍고 경쾌한 영화를 원해 반영됐다. 하지만 어둡고 무거운 요소들이 빠르게 삽입이 돼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고 평가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들은 다소 무겁다. 영남제분 사건을 비롯해 여럿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들이 차용되면서 관객들이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게 한다.
특히 김명민은 촬영 내내 걱정했다며 “좀 지루한 부분들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재미있는 요소도 있지만 지금처럼 부각될지는 몰랐다”면서 “시나리오보다는 좋은 느낌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그는 전제적인 느낌을 되짚어가는 과정에서도 자신이 연기한 최필재를 필재답게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다.

덕분에 권종관 감독과 현장에서 캐릭터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더욱이 그는 권 감독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촬영 전 술 안 먹겠다는 감독의 말에 지켜드리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제작진과 함께 필재를 완성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이뿐만 아니라 김명민의 노력은 치밀했다. 사형수 편지의 주인공인 택시기사 권순태 역을 소화한 배우 김상호를 촬영기간 동안 마주치지 않았다.
그는 “마주지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 순태라는 사람을 몰라야 온전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었다. 또 동현이(김향기 분)를 통해서 순태의 모습을 떠올릴 뿐”이라며 “결국 해내는 필재의 움직임과 순태가 저를 보고 고마워하는 그 끈끈함을 위해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홍보를 시작하며 두 사람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말해 웃음을 전했다.
이처럼 특별수사를 위해서 스스로 공을 들였지만 작품에 합류하기까지는 난관이 많았다. 영화 크랭크인 당시 그는 얼마 전 종용한 SBS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촬영을 하고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
김명민은 평소 겹치기 출연을 안 한다면서 “‘양쪽에 다 민패를 끼치는 것 같아서 처음엔 사양했지만 그간 연을 맺게 된 좋은 작가님들하고 마지막 인연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여곡절 끝에 참여하게 됐다”며 특히 배려해준 ’육룡이 나르샤‘ 측 제작진과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게 미안함과 동시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액션신이 종종 등장하는 만큼 촬영현장에 대해 묻자 그는 “액션연기로 인한 사고는 없었고 면담만 있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특히 목욕탕에서 목이 졸리는 장면에서 스스로의 괴력으로 파이프를 뜯어낸 김명민은 “감독님이 그 지점에서 10초전에 컷을 했어도 되는 상황인데 과도하게 끄셨다”면서 “배우는 슛이 잴 무섭다. 스스로 컷을 할 수도 없다. 특히 감독님이 컷을 정말 안하셨다”며 원망 섞인 푸념을 털어놔 웃음을 더했다.
더욱이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성동일에 대해 “동일이 형은 되게 눈치가 빠른 사람이다. 당시 비닐봉투를 쓴 연기에서 바로 기절하는 연기를 하셨다. 실제 비닐봉투를 씌우는 게 진짜 위험하다. 공기 구명을 내놔도 숨을 쉬기 힘들다. 동일이 형은 그것 이미 알고 있었다”며 혀를 내두르기까지 했다.
이처럼 컷을 잘 안하는 감독님 덕분에 촬영 후 몇 번을 면담이 있었다며 “촬영 중 너무 화가 날 때는 특히 그걸 방치했다고 생각이 들 때”라며 “촬영 후 감독과 면담을 했다. 감독님은 미안하다고 시인하셨고 깊이 반성하셨다”며 촬영 뒷얘기를 전했다.

더욱이 그는 “공명된 목소리 톤을 그대로 느끼고 받으면 됐다. 베테랑과의 연기호흡에서 오는 짜릿함”이라고 극찬했다.
앞으로의 연기활동에 대해 김명민은 “무자비한 악역은 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는 아이도 있다”면서 “재미있으면 된다. 다만 제가 해도 되고 다른 사람이 해도 되는 작품보다는 저를 필요로 하는 작품을 하고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작품에 대해서도 “감독님의 말을 빌리자면 신뢰를 주는 양아치를 표현하기 위해서 섭외했다고 들었다”며 자신만의 강점이 있음을 피력했다.
어느덧 20년차에 접어든 소감에 대해 김명민은 “잘 몰랐었다”는 한마디로 대신했다.
그는 “모르고 사는 게 좋은 것 같다. 데뷔 20년이라는 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이젠 아버지로써의 감정도 알고 세월이 흐를수록 경험도 늘어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이용해서 얻을 걸 얻는 게 중요하다”며 “20년이 됐다고 이를 내세울 필요는 없고 뺄 건 빼고 잘 가려가면서 해야 할 것 같다. 주변에서 대우를 해주려고 하는데 그럴수록 힘들어 진다”고 경계했다.
그저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과 더 편안한 모습으로 호흡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로지 연기를 위해서 달려온 인생만큼이나 작품들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다. 김명민은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모든 작품이 소중하다”면서도 “구지 의미를 두자면 저를 제자리로 돌려놓은 작품 ‘불면의 이순신’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나머지 작품들 모두 애착이 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는 한때 모범경찰이자 잘나가는 브로커 ‘필재’가 어느 날 한 사형수로부터 의문의 편지를 받은 뒤 세상을 뒤 흔들었던 ‘대해제철 며느리 살인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며 범인으로 복역 중인 ‘순태’의 억울함과 자신에게 씌워진 누명을 파헤쳐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는 16일 개봉.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