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비리 사건에 입 연 전·현직 에이전트 “장사꾼 맞지만 일반화 해선 안돼”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스포츠의 높아진 관심 덕에 ‘스포츠 에이전트’가 새로운 선호 직업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발생한 경남 FC 비리 사건과 올해 발생한 첼시 리 국적 논란 사건 등 에이전트가 연루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며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각종 추측만 나돌던 스포츠 에이전트의 실태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포츠 전·현직 에이전트들은 지난달 31일 [일요서울]과의 인터뷰를 통해 베일에 싸인 에이전트에 관한 각종 의혹과 고충을 털어놨다.
지난해 축구계에 터진 가장 큰 사건은 안종복 전 경남 FC 사장의 비리 관련 수사였다. 안 전 사장에 대한 수사를 통해 한국프로축구의 민낯이 공개돼 에이전트, 구단 수뇌부의 검은 돈거래뿐 아니라 심판 매수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소문만 무성했던 일들의 실체가 처음으로 드러나자 국내외 축구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또 K리그 클래식 명문팀 전북 현대가 심판 매수 의혹에 휘말렸다. 검찰은 당시 이들에게 수백만 원의 뒷돈을 건넨 혐의로 전북 현대 스카우트 C씨를 불구속 기소했고 A, B씨는 프로축구 K리그 심판으로 활동하던 2013년 당시 각각 두 차례와 세 차례에 걸쳐 C씨에게서 청탁과 함께 경기당 100만 원씩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스카우트는 구단에서 판단해 전력 상승을 위해 선수를 뽑는 사람들이며 보통 스카우트는 구단 소속으로 급여를 받고 일한다. 반면 에이전트는 FIFA에서 사라진 정식 용어이고 에이전트 개념과 브로커 개념은 똑같다. 에이전트는 현재 브로커 혹은 중개인이라고 불린다.
해당 사건 등이 터지자 사람들은 자연스레 스포츠 에이전트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고 스포츠 에이전트는 일명 ‘선수를 물건처럼 사고파는 장사꾼’ 이미지에 부정적인 시각이 덧씌었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특정 선수의 이적, 비리 사건 연류 등 스포츠 기사를 통해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지만 정작 그들에 관한 내용은 철저하게 감춰져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스포츠 에이전트의 시장이 좁을뿐더러 흔히 ‘돈되는 직업’으로 알려지며 포화상태가 찾아왔고 자신의 밥그릇을 뺏기지 않기 위해 언론과의 인터뷰, 광고 등을 하지 않는 곳이 많은 탓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적극적인 해명도 나서지 않아 각종 소문에만 휩싸여 있다.
이에 A모씨 에이전트 관계자는 “모든 에이전트, 스카우트를 일반화해서 나쁘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에이전트, 스카우트들도 많다. 어떤 집단이든 좋은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이 있다”며 에이전트에 관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전했다.
B모씨 에이전트 관계자는 “예를 들어 선수가 잘하면 몰려갔다가 안되면 바로 빠져서 신경 안 쓰고 그런 경우가 있다. 에이전트들이 고쳐야 할 부분이다. 선수를 물건으로 보고 장사를 하는 이미지로 박혀 있는데, 그렇게 볼 수 없는 게 대리인이라는 뜻이고 중개인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사람을 팔아야 하는 장사꾼인 건 사실이다”며 “에이전트들도 수익창출이 목적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좋은 구단을 가길 바라고 그런 인식이 이어진 탓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스포츠 전·현직 에이전트들은 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해 일반적으로 축구 선수의 프로 진출과 이적하는 과정에서 선수의 대리인이 돼 선수에게 조금 더 이익이 될 수 있도록 구단과 협상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업무상으로는 그러한 역할보다는 평소 선수와 가족같이 친구같이 함께하며 사소한 것부터 모든 것을 챙기고 선수가 운동하는 데 전념할 수 있도록 ‘매니저’ 역할을 주로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국내 에이전트의 명암
거의 모든 에이전트들이 친구와 가족처럼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에이전트들이 불법적인 경로로 주머니 채우기를 하면서 언론에 노출이 적은 대부분의 에이전트들까지 비판적인 시각을 받고 있다.
일부 에이전트들은 보험금을 낮게 책정하기 위해 등록선수를 줄여 보험사에 제출해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에이전트 등록 기준을 살펴보면 협회에 등록비와 범죄 기록서, 책임보상(보험 혹은 보증금)을 내면 등록이 가능하다. 보험이란 에이전트 선수와 분쟁이 발생했을 때 피파에서 중재를 해주는데 분쟁에 관한 중재 관련 법적 비용을 보험사에서 처리를 해준다. 이 보험금의 책정료는 에이전트가 등록한 선수의 인원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첼시 리의 경우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강지식)는 지난 4월 26일 여자프로농구 부천 KEB 하나은행 소속 첼시 리 선수가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에 제출한 문서가 위·변조된 정황이 포착돼 수사에 나섰다고 밝히며 또 한 번 에이전트의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은 최근 WKBL과 KEB하나은행 관계자 등을 소환해 조사했고 피의자인 첼시 리도 소환할 예정으로 알려졌지만 첼시 리와 에이전트가 말을 바꾸며 입국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정확한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용병에 관한 에이전트의 서류 위·변조나 언론 보도를 통한 연봉, 계약금 등이 사실과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병 같은 경우 국내 에이전트와 스카우트뿐 아니라 현지의 에이전트와 그 사이에 무수히 많은 에이전트들을 걸쳐 오는 구조 탓에 정확한 확인이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취재 결과 밝혀졌다.
심규완 심스포츠 에이전트는 “외국인 용병 선수를 선택하고 그 선수의 모든 것을 확인한다. 팀, 출전 기록, 이적 기록, 출전 시간, 골, 어시스트 모든 내용을 철저하게 검토한 뒤 구단과 협상을 시작한다. 심지어 부상 내역까지도 확인한다”고 전해 일부 선수와 에이전트에 한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상으로 보인다.
또 일부 에이전트가 선수의 계약금이나 연봉, 이적료를 뻥튀기한 뒤 그 차액을 가로채 나눠 가지는 등의 소문에 대해서 김진수 (주)데포르티보 안토니오 에이전트는 “신인선수들의 계약금의 한도가 정해져 있어 정해진 이상의 금액을 받을 수도 없어 신인 선수들의 계약금을 뻥튀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밝혔다.
모든 에이전트들이 불법적인 금전거래를 통해 수입을 얻는 것은 아니다. 에이전트의 주 수입원의 경우 선수가 연봉 계약을 체결할 때 해당 연봉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것이 수입원이며 이 외에 스폰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얻는 수수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스포츠 에이전시는 단순히 선수 에이전트 업무만을 하지 않고 대회, 이벤트 기획이나 대행 업무 등 각종 스포츠 마케팅 업무를 통해 새로운 수입 구조를 만들어 수입을 얻어낸다고 에이전트들은 전했다.
▲에이전트들의 고충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기 위한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 질문에 대해 A모씨 에이전트는 “축구의 경우 FIFA 선수에이전트라는 국제 자격시험이 있었지만 이 시험을 통과한다고 해서 바로 현장에서 일을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선수를 얻기 위한 꾸준한 관리와 인맥인데 이것은 이제 막 자격증을 딴 사람이 해내기에는 어려운 점이다. FIFA 에이전트 시험은 지난해 폐지가 됐고 이제는 각 국가 축구 협회에서 중개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것은 협회의 규정에 따라 돈을 내면 중개인으로 등록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어려운 과정과 큰 금액 지불 등을 통해 스포츠 에이전트가 됐지만 활동하는 데 어려운 점 및 고충은 존재했다. A모씨 에이전트는 “보통 각 팀마다 아주 가까운 관계인 스포츠 에이전트가 하나 이상씩은 꼭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자면 특정 팀의 외국인 용병은 어떤 스포츠 에이전시에서 다 데려온 용병이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팀에서 에이전트가 없는 유망주를 친한 에이전시에게 주며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고 한다”며 “어린 사람들이 꿈만 같고 혼자 뛰어들기에는 힘든 업계인 것은 분명하다”고 털어놨다.
여전히 에이전트, 구단 관계자, 프로팀 지도자 사이의 금전거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부정적인 시각이 가중되는 추세라 국내 에이전트들의 고충은 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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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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