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창 생리대 사연’과 유한킴벌리 가격인상 논란
‘깔창 생리대 사연’과 유한킴벌리 가격인상 논란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6-06-03 22:14
  • 승인 2016.06.03 22:14
  • 호수 1153
  • 3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제품 가격 7.5% 올려…각계각층 비난 여론으로 ‘십자포화’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여성용품 시장 1위 유한킴벌리가 신제품 생리대 가격을 기존 제품 대비 7.5% 인상,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앞서 좋은느낌 코텍스 오버나이트 등 제품의 20.2% 인상안을 발표했다가 반응이 좋지 않자 이를 철회하고, 또 다른 제품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은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 여학생 가운데 생리대를 사지 못해 신발 깔창으로 대신한다거나, 생리 기간에 학교를 가지 못하고 수건을 깔아놓은 채 누워만 있었다는 사연 등이 알려지면서 유한킴벌리의 생리대 가격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가일층 높아지고 있다.

영업이익률 12%, 배당성향 88%로 제조업 평균대비 2~4배
소비자들 “어려운 이들에게 생리대 팔아 번 돈으로 여태 뭘 했나”

유한킴벌리는 결국 생리대 신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1일엔 좋은느낌 매직쿠션 신제품 가격을 기존 제품 대비 7.5% 올렸다. 앞서 좋은느낌 코텍스 오버나이트 제품 등 가격을 20.2% 인상하는 안을 검토했다 백지화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그런데 유한킴벌리의 가격 정책을 두고 경제 논리적인 비판과 사회 논리적인 비난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우선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소비자물가나 원재료 원가 등을 고려한다면 가격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김자혜) 물가감시센터(공동위원장 김천주·김연화)는 유한킴벌리가 신제품을 내놓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여성필수품인 생리대 가격인상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생리대 소비자물가는 26% 상승했지만 주요성분인 부직포·펄프 수입물가는 8∼30% 하락했다. 유한킴벌리는 영업이익률 12%, 배당성향 88%로 제조업 평균보다 2~4배 높다는 분석이다.

물가감시센터는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 4월까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10.6% 상승한 반면 생리대 품목은 동기간 무려 25.6% 인상됐다. 전체 상승률보다 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또한 화장지와 기저귀의 소비자가격은 각각 5.9%, 8.7% 인상돼 동일한 재료(펄프)가 사용되고 생필품으로 분류되는 타 품목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생리대의 가격이 그간 지나치게 인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생리대 제조에 사용되는 펄프와 부직포의 수입물가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펄프의 경우 2010년 대비 2016년 4월 현재 29.6% 하락했고, 부직포는 2012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향 안정세로 동기간 7.6% 하락했다.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뉴얼을 핑계로 생리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유한킴벌리의 5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이 11.5%이고 이는 제조업 평균의 2.1배에 달한다는 점도 지적사항이다. 아울러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이 88.1%에 달한다는 점은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물가감시센터는 “유한킴벌리는 높은 이윤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손쉽게 가격인상을 시도하고 수익 증대를 꾀하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된다”고 꼬집었다.

배당내역 또한 “유한킴벌리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 대한 배당액 비율)은 평균 88.1%로, 제조업 평균 20.4%의 4배가 넘는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의 경우 최대 규모의 배당을 실시, 1407억 원의 당기순이익에 배당금 1300억 원을 지급함으로써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에게는 원자재 가격 인상, 리뉴얼, 연구·개발 등의 명목으로 가격 인상을 전가하는 동안 주주들은 거액의 배당금을 받으며 배를 불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적 관점을 차치하더라도 유한킴벌리의 가격정책은 다양한 각도로 지적 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소녀들이 너무 비싼 생리대를 감당할 수 없어 생리기간에 휴지나 깔창으로 이를 처리하고 있다는 사연들이 나오면서 필수 여성용품의 고가성(高價性)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진 것이다.

실제 현재 판매되는 중형 생리대(36개 포장)는 6000원에서 8000원 수준이다. 저소득층 소녀들의 입장에선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가진 저소득 여학생은 현재 1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에 “신제품 운운하면서 가격을 높여 이윤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자신들의 판매 대상이 됐던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먼저 돌아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공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단체는 “유한킴벌리는 여성필수품인 생리대 가격인상 철회하고 소비자 선택권과 권익 보호해야 한다”면서 “생리대는 여성들에게 필수품으로써 면세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잦은 가격인상으로 여성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어 왔다. 더욱이 유한킴벌리는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로서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왔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부당하게 가격을 인상하려고 하는 것은 상도의를 져버리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청소년연대 역시 “유한킴벌리는 여성과 형편이 어려운 여성 청소년들을 상대로 생리대를 팔아 번 돈으로 지금까지 어떤 공익활동을 해왔는지, 앞으로 그럴 계획은 있는지 설명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저소득층 청소년들  중 몇몇은 생리대 살 돈이 없어 휴지를 말아 쓰거나 신발 깔창을 사용하고 있다”며 “정부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한 생리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유한킴벌리는 지난 3일 올해 하반기 품질에 충실하면서 가격은 중저가인 생리대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또 초중고교에 생리대를 무상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유한킴벌리는 앞서 “배당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주주 총회에서 결정된 것이며, 지난 5년간 신기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꾸준히 투자를 해 만든 신제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갔다.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등의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깔창생리대 등의 사연에 대한 답변을 얻기 위해 [일요서울]이 유한킴벌리 측에 수차례 연락을 해봤지만, 아무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