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서민 기호식품으로 분류되는 소주 및 담배 등의 가격이 줄줄이 인상된 데 이어 맥주 역시 출고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인상 가격의 합리성 여부에 대한 의견은 상당히 엇갈린다. 소비자들과 시민단체 등은 “주류회사의 높은 영업이익률 등을 고려하면 가격을 인상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반대로 제조사들은 “국제 맥아, 홉 가격 급등 등 인상 요인이 충분하다”고 항변한다. [일요서울]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의 자료를 토대로 가격인상의 적절성을 살펴봤다.
알콜 제조업 5개년 평균 영업이익률 식료품 제조업 대비 3.7배
빈병보증예치금·취급수수료 인상까지 예고 소비자 부담만 증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주류 가격 인상을 놓고 시민단체 등은 “소주와 맥주는 기호식품이지만 서민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고 서민 생활과 밀착해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윤을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는 가격인상으로 추가 이윤을 확보하고, 그에 따른 수익 증가는 주주들에게만 돌아간다.”고 비판한다.
또 “기업은 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높은 이윤을 소비자에게도 환원해 주어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할 것이며, 가격인상 요인이 있을 시 산출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주류업계의 독과점과 가격의 문제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모니터링 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하이트진로를 비롯해 무학, 금복주 등 소주업체들은 일제히 소주 출고가를 올린 바 있다. 소주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출고가를 병당 961.7원에서 1015.7원으로 5.6%(54원) 인상했고, 점유율 2위인 롯데주류도 처음처럼 출고가를 946원에서 1006.5원으로 6.4%(60.5원) 올렸다. 또 소주 한 병에 3000원을 받던 식당들은 하나 둘씩 소주 4000원, 5000원 시대를 열었다.
소주에 이어 맥주시장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가 맥주의 출고가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으며,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맥주 가격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맥주 출고가의 인상율은 5.3~5.6%로 예상되고 있다.
일례로 오비맥주 카스의 500ml 병 기준 출고가격은 1082원인데, 여기서 5.6% 상승하면 1300원을 넘는다. 일반 음식준 기준 500ml 병 당 4000원하던 맥주는 평균 5000원에서 최대 6000원으로 치솟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김자혜) 물가감시센터(공동위원장 김천주·김연화)는 주류시장 및 업체현황, 주류 출고가 인상에 의한 음식점 가격 추정 등을 통해 이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주류업체의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률을 분석했을 때 소주는 참이슬을 생산하고 있는 하이트진로가 시장의 46%를 점유하고 있고,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롯데주류와 ‘좋은데이’를 생산하는 무학이 총 30%를 차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2014년 대비 2015년에 각각 2.0%포인트, 1.9%포인트 증가했다. 무학의 경우 2015년 현재 22.2%의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고 점유율 4위인 금복주 역시 27.5%다.
맥주 시장은 카스를 생산하고 있는 오비맥주가 51%, 하이트진로가 32%를 가져가고 있다. 오비맥주는 2014년 대비 매출액이 감소하였으나 영업이익률은 4.4%포인트가 상승, 25.9%에 달하고 있다. 알콜음료 제조업의 5개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15.6%로 식료품 제조업(4.2%)보다 3.7배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원재료가격 인상이나 맥아의 관세 철폐 등을 이유로 출고가 인상이 계속 언급되고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견해다. 물가감시센터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이윤을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변동률이나 원재료가격 인상 등 여러 이유를 들어 가격인상을 시도해왔으며 이는 분명히 독과점의 폐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주류 소비 중 37%가 외식업체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단순히 주류가격 인상뿐만 아니라 음식점의 가격인상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소주·맥주의 소매가격 인상률과 외식가격 인상률을 비교한 결과, 소주의 소매가격은 5년간 연평균 0.6% 상승한 반면 외식가격은 동기간 1.2% 상승해 소매가보다 1.9배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고, 맥주의 경우 소매가격 상승률보다 외식가격상승률이 2.8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의 출고가격과 소매가격이 동일하게 5.5% 인상될 경우, 음식점 가격은 15.4% 올라 소비자들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빈병보증예치금과 취급수수료 인상을 2017년 시행하기로 입법예고 함에 따라 출고가의 인상이 예정되어 있고, 취급수수료 인상에 따른 주류세 또한 인상되면 그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아울러 물가감시센터는 “국내 맥주 상위 2개사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와 2위인 하이트진로의 배당금이 각 회사의 당기순이익보다 많고, 심지어 하이트진로는 5개년 당기순이익 총합보다 배당금 총액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오비맥주는 당기순이익 2537억 원, 배당금을 3700억 원 지급함으로써 이익의 45.9%를 초과하여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고, 하이트진로 역시 이익보다 47.8% 초과하여 고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하이트맥주의 최대주주(하이트진로홀딩스)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58.1%이고, 오비맥주의 경우 사실상 Inrerbrew International B.V.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의 이익발생 시 주주에게 귀속되는 것은 맞지만, 경영악화 시에는 원재료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시키면서 이윤은 소비자와 공유 없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의 몫으로만 돌아가고 있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주류제조사들은 주류 제조사 관계자들은 앞서 소주 가격 인상 때 “국제 맥아, 홉 가격 급등 등 맥주가 소주보다 실질적인 가격 인상 요인이 더 많다”는 주장을 펼쳤다. 다만 당장은 맥주 출고가격인상에 대해 “검토한 적도, 검토할 계획도 현재까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중이다. 각종 지표와 해석에 따라 주류 가격과 관련된 논쟁은 당분간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