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택 여사 ‘그림자’…베일 벗고 조용하면서도 존재감 넘치는 행보
김정숙 여사 ‘동반자’…활발하면서도 감성적으로 유권자에 접근
김미경 교수 ‘대변인’…아내보다 ‘동료의식’으로 남편 내조

유순택 여사, 고(故) 육영수 여사 스타일
반기문 총장의 이번 방한은 대선 출마를 사실상 시사하면서 단연 화제가 됐다. 물론 그의 곁에는 항상 유순택 여사가 있었다. 유 여사는 5박6일간 공식 행사에 모두 참가, 남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음을 과시했다. 특히 방한 중 언론과 정치권 인사와의 접촉 없이 시종 조용한 행보를 견지하는 등 전형적인 ‘그림자 내조’를 충실히 했다.
사실 유 여사의 조용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행보는 다소 의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유 여사가 반 총장의 국내 정치활동을 극력 반대했기 때문.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유 여사는 반 총장의 ‘대망론’이 퍼지자 “대선에 나갈 거면 이혼할 생각까지 하라”며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반대했다. 유 여사는 또 “남편이 정치하는 것을 반대한다. 총장 퇴임 후 한국으로 들어가지 말고 다른 나라에서 살아야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랬던 그가 이번 방문에 반 총장과 동행하면서 공식 일정을 함께 소화한 것은 남편의 대선 출마를 더 이상 반대하지 않고 묵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방한에서 보여준 유 여사의 ‘내조 스타일’은 그가 청와대 안방주인이 되었을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고(故) 육영수 여사와 같은 길을 갈 것으로 전망된다. 육 여사는 살아생전 ‘배려’의 상징과도 같았던 퍼스트레이디였다. 육 여사는 특히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으며, 어린이를 위한 육영사업도 육 여사가 청와대에 있는 동안 소리 없이 진행한 일이었다.
육 여사처럼 유 여사 역시 소외계층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 여사는 지난 2011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UN총회에 참석하는 정상 부인들과 매년 자폐아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를 갖고 다양한 구제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안방주인 여부와 관계없이 유 여사는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에도 여성 및 소외계층을 위한 활동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유 여사의 내조 스타일이 ‘그림자 내조’라는 확연한 증거는 그의 말 속에서 또다시 드러난다. 그는 역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조를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특별한 그런 것은 없다”면서도 “그냥 제 남편이 공직 생활을 오래 했으니 남편의 커리어에 해가 되지 않게 그렇게 살아왔다”고 말했다. 전면에 나서지 않고 보이지 않게 소리 없이 남편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봉사하겠다는 의미다.
유 여사는 또 소탈하고 겸손함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 총장에 대한 각국 UN 대표들의 우호적 여론조성에 유 여사의 소탈하고 겸손한 태도가 한몫하고 있다. 유엔 본부 근처의 허름한 식당에서 그가 식사를 하는 소탈한 장면도 자주 목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숙 여사, ‘원경왕후’ 스타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유순택 여사와 정반대의 내조스타일을 갖고 있다. 기존의 미덕으로 여겨지던 ‘그림자 내조’ 패러다임을 부정하고 있는 것. 김 여사는 세련된 이미지로 남편의 저돌성을 보완할 뿐 아니라, 정치적 위기 때는 냉정한 판단으로 남편의 묘수를 도출해내기도 한다.
김 여사는 성악과 출신이다. 그 덕분에 무대에서 주눅이 드는 법이 없다. 오히려 세련된 무대 매너로 청중을 휘어잡는다. 2012년 그가 경선 후보 부인 신분으로 대선 사상 최초의 북콘서트를 열 수 있었던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남편을 위해서라면 어떤 활동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적극성이 묻어나는 장면이다.
그의 적극성은 상대가 대중일 때 더욱 빛을 발한다. 공중파TV는 물론이고 케이블TV 시사프로그램이나 토크쇼에 출연해 남편 알리기에 나서는가 하면, 대중들과 함께 어울려 춤도 추는 등 여느 대선 후보 부인과는 완전히 다른 내조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당 대표 시절 당내 주요 인사들의 탈당이 이어지는 등 당의 분란이 계속되자 문재인 당시 대표는 경남 양산에 있는 자택으로 내려갔다. 부인 김정숙 여사가 그를 맞은 것은 당연. 정치적 위기에 빠진 문 대표는 거기서 ‘정치적 동반자’인 김 여사의 냉정한 정치적 조언을 바탕으로 향후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김정숙 여사에게는 적지 않은 별명이 붙어다닌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남편의 ‘정치적 동반자’ 역할을 했던 조선시대 태종의 왕비 원경왕후와 비슷하다 하여 ‘한국의 원경왕후’로 불리는가 하면,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 부인 힐러리 여사의 거침없는 정치적 행보와 닮았다 하여 ‘한국판 힐러리 클린턴’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김 여사의 똑 부러지는 성격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은 지난 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경선 과정에서 발생했다. 대구지역 합동간담회에 남편 대신 참석, “당을 총선 승리로 이끌 후보, 국민이 가장 사랑하고 원하는 후보가 누구입니까”라는 정견발표를 해 화제를 모았다.
이 ‘사건’ 이후 김 여사의 내조 스타일은 ‘현장형’으로 완전히 굳어지게 된다. 주로 남편이 가지 못하는 곳을 다니며 마치 기존 정치인처럼 왕성한 유세 활동을 펼쳤다. 혼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편, 김 여사의 이 같은 적극적 내조에 대한 호불호도 존재한다. 지나친 부부간 애정표시와 ‘감성팔이’로 시선을 끌려고 하는 모습 등 그의 튀는 행동이 눈에 거슬린다는 부류가 있는 반면, 한국 정치판도 ‘그림자 내조’만이 미덕인 세상은 지났다며 김 여사의 ‘치맛바람’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미경 교수, 안철수 대표의 ‘실무형 대변인’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부인인 김미경 여사는 김정숙 여사와는 딴판이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유순택 여사에 가깝다. 다만, 전면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유 여사와는 달리 김 여사는 남편을 알리는 일에는 적극적이다. 특히 남편의 정책을 홍보할 때는 거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며 남편의 생각을 전한다.
아직도 대중 앞에 서면 수줍음을 감추지 못하지만 가끔 사자후를 토하는 경우도 있어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김 여사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 등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남편의 대선 승리를 다짐하는 대담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안철수 후보는 국민이 불러주신 후보다”며 “안 후보는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승리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박사 학위에 미국 변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김 교수는 기존의 대권 후보 부인들에 비해 정책적인 면에서 매우 전문적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감성적으로 대중들과 호흡하려는 김정숙 여사와는 달리 지적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낸다.
김 교수와 안철수 대표는 다른 부부와는 또 다른 관계를 정립하고 있다. 특히 김 교수는 아내로서의 역할보다는 객관적 조언자 역할에 치중한다. 즉, 두 사람 다 개인적 역량이 뛰어나다보니 각자의 영역에 직접적인 간섭을 자제한다는 것.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교수가 영부인이 되어서도 본인의 전문성을 살려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활발한 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 교수는 또 남편을 전폭적으로 신뢰한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와해 위기에 처했던 안철수 대표는 “평소 말이 없는 아내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아도, 호사가들의 안주거리가 되어도,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어도, 여의도의 아웃사이더가 되어도, 정치9단의 비웃음거리가 되어도, 처음 시작할 때 그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런 아내의 신뢰와 격려는 안 대표가 국민의당을 명실공히 제3당으로 올려놓는 데 큰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교수가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고 다소 고지식한 면이 있는 데다 자기와 상관없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편이어서 퍼스트레이디감은 아니라고 다소 냉정하게 평가하기도 한다. 반면 창의적이고 인내심과 의지가 강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상존한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