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지켜라”···커지는 지방재정 개편안 논란
“혈세 지켜라”···커지는 지방재정 개편안 논란
  • 권녕찬 기자
  • 입력 2016-06-03 21:11
  • 승인 2016.06.03 21:11
  • 호수 1153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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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 둘러싸고 지자체와 정부 ‘충돌’···왜?

▲ 이재명 성남시장이 3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성남시 제공)

정부, 여력 있는 세금 거둬 다 같이 잘살자
성남 등 6개 지자체, ‘다 같이 못살자는 것!’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정부가 재정형평성 및 건전성 강화를 목표로 추진 중인 지방재정개혁을 두고 지자체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재정여건이 좋은 지자체의 세금 일부를 재정여력이 덜한 지자체에 나눠주자는 것인데, 현재 상대적으로 재정여력이 나은 성남시(시장 이재명)6개 지자체는 정부가 진행하는 방식은 다 같이 잘 살자가 아니라 다 같이 못 살아보자식의 지방자치 하향평준화의 길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 단체장뿐만 아니라 시의회 의장시민들까지 정부의 개편안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줄을 잇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422국가재정 전략회의에서 지방 간 재정격차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지방재정개혁을 발표했다.
 
이번 지방재정 개편의 핵심은 조정교부금이다. 조정교부금은 광역자치단체가 일정한 배분기준에 따라 각 시·군에 주는 재원으로, 정부는 재정이 비교적 양호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는 불교부 단체에 우선 배분하던 조정교부금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교부금을 받지 않는 대신에 조정 교부금을 받던 우선 배분 특례를 아예 폐지해 불교부 단체도 다른 자치단체와 동일한 기준으로 조정교부금을 배분함으로써 재정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가 조정교부금을 시군에 배분하는 방식을 변경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정교부금은 현재 인구(50%), 징수실적(30%), 재정력지수(20%)를 기준으로 시군에 배분된다. 정부는 조정교부금 재원의 80%가 인구와 징수실적 기준으로 배분돼 재정여건이 좋은 자치단체에 조정교부금이 더 많이 배분되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이에 현행 배분 기준을 40:30:30으로 바꿔 인구 비중은 줄이고 재정력 비중을 20%에서 30%로 더 높여 지자체 간 재정 형평성을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즉 재정여건이 좋은 부자 자치단체에 더 많이 배분되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에 인천시와 경남 하동군, 충남 태안군, 강원 평창군 등은 찬성 입장을 밝혔다. 현재 시군의 어려운 재정 형편에 가뭄에 단비라는 반응이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우리 군은 세입규모가 200억 원 정도인데 인건비로는 550억 원이 나간다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우수한 공무원 60여 명을 타 기관으로 전출시킨 상태라며 지자체 간 재정형평성이 제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형근 평창군 부군수는 정부의 개편안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평창군은 인구가 적고, 기업의 본사는 대부분 서울에 있다 보니 모든 법인세 등 국세, 소득세가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어 우리 같은 시골은 격차가 더욱 심해진다며 격차 해소 필요성을 주장했다.
 
세금을 사수하라
 
하지만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성남·수원·용인·화성·과천·고양시 6개 지자체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조정교부금 우선 배분방식이 폐지되고, 개편안에 따라 인구수가 많은 지자체가 조정 교부금을 적게 받는 방식이 시행되면 불교부 단체인 6개 지자체는 직격탄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6개 시의 반발이 거센 이유다.
 
이들은 조정교부금 우선 배분 특례 폐지 시 재원 감소가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성남시는 이들 가운데 돌격 대장을 자처하며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성남시가 2010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모라토리엄(파산 선언, 지불 유예) 시절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시장은 모라토리엄 시절 1년에 빚을 약 1,300억 원씩 갚았다모든 사업을 취소, 연기, 축소하면서 총 4570억 원을 겨우 갚았는데 이번 개편안은 다시 그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남을 포함한 6개 시는 필수비용보다 세수가 조금 더 많은 수준으로 부자도시가 아니다정부가 이들 도시에 부자프레임을 씌워 지자체 간 대립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남시는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이 시행되면 매년 1051억 원의 세수가 감소해 그동안 진행했던 청년배당·중학교 무상교복·산후조리비 등 ‘3대 무상복지는 물론 성남형 교육지원사업, 일자리 사업 등 49개 사업의 중단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성남 시민들은 내 혈세를 지키자며 정부의 개편안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성남시민 세금지키기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난달 28지방재정 개악 철회 촉구궐기대회를 열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권종 성남시의회 의장,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시민 등 3천여 명이 참가한 대회에서 연합회 측은 세금을 보태줘도 모자라는 판에 시민의 세금을 빼앗아가는 것은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이라며 정부 지방재정 개혁안의 부당성을 성토하고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주도로 온오프라인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27일 기준 약 55만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서명 시작 10일 만에 97만 성남시민 가운데 절반 이상이 참여한 셈이다.
 
다른 지자체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난달 23일 수원·화성·성남 지역 시민대책위 소속 주민 2천여 명이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 데 이어 25일에는 용인시민 5천여 명으로 구성된 용인시민세금지키기 운동본부가 용인 실내체육관에 모여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이들은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여왔으나 11일 광화문 공동집회를 시작으로 연대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안 돼
 
성남시 등은 정부의 이번 개편안은 지방자치의 근간인 재정자립을 심각하게 흔들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실제 우리나라의 국세와 지방세 비중은 8:2, 일본의 6:4, 독일 5:5, 캐나다 4.5:5.5 OECD 국가들에 비해 지방세 비중이 매우 낮은 편이다.
 
이 시장은 고작 20%밖에 되지 않는 지방세 비중을 최소 30%, 40%로 늘리는 등 지방자치를 위한 근본적 세제개편을 하는 것이 법에서 말하는 국가의 지방재정 확충과 건전성 강화 의무이자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위한 방법이라며 지금 정부가 추진하려는 방식은 언발에 오줌누기일뿐 근본 해결도 아니고 6개 시도 가난뱅이나 적자 도시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용인대 박장기 교수도 시민이 낸 세금의 80%를 가져가는 중앙정부의 몫을 나누는 것이 합당함에도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의 지방재정개혁안 추진은 폭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kwoness7738@ilyoseoul.co.kr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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