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칸 황태자 박찬욱, ‘아가씨’로 취향저격…히어로 물 파고 넘어설까
[리뷰] 칸 황태자 박찬욱, ‘아가씨’로 취향저격…히어로 물 파고 넘어설까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6-05-31 18:22
  • 승인 2016.05.31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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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가 재치와 섬세함, 빠른 전개, 반전의 매력으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시종일관 지루할 틈 없는 이야기와 박 감독 특유의 연출 색깔은 그간 박 감독을 기다려온 영화 팬들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

2003년 ‘올드보이’로 칸 국제영화제에 입성한 박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 인상 깊은 작품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수많은 영화 팬들과 소통한 가운데 오는 6월 1일 개봉하는 ‘아가씨’ 역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분에 진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비록 이번 칸 영화제에서는 수상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약 175개국에 판매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아가씨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영화 ‘아가씨’는 1930년데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를 백작,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 아가씨의 후견인인 이모부까지 재물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4명의 캐릭터가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영화는 초반 친절한 설명으로 이들의 관계를 풀어나간다. 아마도 4명의 캐릭터의 물고 물리는 역학관계를 관객들 스스로 풀어가기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는 판단과 주인공들의 순간순간 심리적 표현과 이야기 반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영화 내내 주인공들의 내레이션이 등장하면서 박 감독 특유의 호흡법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내레이션 부분이 스쳐갈 때마다 ‘친절한 금자씨’가 연상되는 지점도 매력적이다.

특히 3부로 구성돼 각자의 시각에 따라 변하는 내용은 4명 만들어 낼 수 있는 반전의 최대치를 이끌어 낸다.
 
1부로 시작하는 김태리의 시각은 전체줄거리를 훑어보는 느낌이다. 더욱이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림 없는 김태리(하녀 숙희 역)의 농익은 연기는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와 함께 숙희는 아가씨 ‘희데코(김민희 분)’에게 점차 마음을 주게 되고 스스로 번뇌와 갈등을 거듭하는 모습에서 짧은 시간 복잡한 감정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그 과정에서 숙희는 ‘희데코’를 향한 연민을 부족함 없이 표현함으로써 영화 결말의 궁금증과 암시를 동시에 담아냈다.
 
2부에서는 ‘희데코’와 백작(하정우 분)의 반전이 그려진다. 아가씨의 마음을 훔치려 했던 백작은 숙희를 희생양으로 새로운 음모를 꾸미고 3부에서는 희데코와 숙희가 그려낸 반전이 시작된다.
 
영화 ‘아가씨’는 반전, 반전, 또 반전의 겹겹이 쌓여 있는 거짓과 진실 속에서의 현실 도피가 그려지며 자칫 진실게임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두 여인이 서로에게 동화되는 연민의 순간들을 통해 현실 속 거짓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을 연상시킨다. 마치 델마와 루이스처럼 무모하기도 하지만 나름 권력과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지략도 선보인다.
 
더욱이 각각의 다른 시선을 통해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누가 선이고 악인지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4명의 캐릭터 모두 선과 악의 양면성을 그려냈다.
 
다만 이들의 단편적이면서도 복잡한 셈법 덕분인지 이들의 관계성뿐만 아니라 이야기 구조는 다서 헐렁한 점이 의도된 옥의 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숨어있는 웃음 장치와 현실적 대사들은 관객들의 시선과 감정을 흐트러짐 없이 이끌어 간다. 또 각각의 캐릭터를 극대화한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먹방으로도 유명한 하정우의 곳곳에 드러나는 깨알같은 식탐과 매력적인 연기본능, 김민희의 오묘하면서 새초롬한 전형적인 아가씨 이미지, 김태리의 어리숙한 모습 뒤에 숨겨진 총기 가득한 하녀, 거짓된 삶의 종결형으로 비춰지는 이모부 ‘코우즈키’를 극대화한 조진웅 등 이들이 조각해낸 배역들은 한 번 더 시선을 고정시킨다.
 
더욱이 이들 관계를 재설정하는 계기가 되는 아가씨, 숙희의 육체적 교감은 육감을 통해 서로가 대화하듯 두 여인의 서로를 향한 연민을 극대화 했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이 그러내는 반전의 결말을 대사가 아닌 새로운 감성으로 표현해 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영화 ‘아가씨’는 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이 중요하기 보다 박 감독의 특유의 색채가 발현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특히 과거 오묘하면서도 심도 깊은 메시지보다 좀 더 대중적인 그만의 색깔을 입혔다는 점에서 그의 향취와 새로움이 교차돼 영화팬들의 기대를 충족시기키에 충분하다. 
 
다만 개봉을 앞두고 할리우드 대작들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면에서 다소 부담스럽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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