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한 중원싸움 승자가 대권 승리 강박
- ‘기름장어’ 반총장 ‘생존술’ 도마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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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요즘처럼 경기 침체가 오래 지속되어 사회의 활력이 떨어져 있거나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커져서 정치 무관심층이 늘어나게 되면 자신을 ‘중도’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자연히 늘어나게 된다. 4∼5년 전 일어났던 ‘안철수 신드롬’은 ‘안철수’라는 성공한 인물을 통해 ‘중도’의 크기가 폭발적으로 커졌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지금은 ‘양당 심판론’을 등에 업고 정치 세력화됨으로써 ‘중도’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 세력으로서의 ‘중도‘는 그 입지가 좁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올해 초 ‘필리버스터 양비론’을 펴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하락했던 사례는 대표적이다. 때문에 ‘중도’ 브랜드 1등 주자인 안철수 대표는 ‘중도’를 어떻게 더 확산하고 자기 지지층화 할 것인지를 가다듬는 것이 핵심 대선 전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중도’ 이미지를 갖춘 추격자의 도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하는 과제도 동시에 짊어지고 있다. 이미 여권의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반기문 총장과 안철수 대표는 ’중도‘의 이미지가 겹친다는 지적이 많아 두 사람이 맞붙을 경우 지지세 확장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안철수 대표의 지지가 반기문 총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어 중첩된 이미지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가 숙제가 될 것이다.
다음은 최근 급부상한 지역으로서 ‘중원’ 싸움이다. 정가의 초관심지역이 된 충청권 이야기다. 과거 3김 시대를 거쳐 오면서 형성된 충청권의 이미지는 ‘정치의 본류’는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충청 대망론’은 못다 이룬 소원과도 같은 노랫말로 들려왔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을 흔드는 단어는 ‘충청 대망론’이다. 먼저 치고 나가며 반향을 일으킨 인물은 충남 논산이 고향인 더불어민주당의 안희정 충남지사다. ‘불펜투수론’에 이은 ‘직접 슛’ 발언을 통해 언제든지 대선에 나설 의지가 있음을 밝힘으로써 꼬리표처럼 붙어다니던 ‘차차기 주자’를 ‘차기 주자’로 바꿔 놓았다.
특히 안희정 지사가 충남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해안비전’은 38억 아시아인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경제 성장과 산업 패러다임 및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을 포괄하는 비전으로 대한민국에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도록 조율되고 연마되고 있어 대선 후보에게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 운용능력에 대한 실증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내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와의 경쟁관계 돌입에 따른 지지층의 분화, 특히 PK지역에서의 선호 정도와 함께 호남 민심을 돌려놓을 복안을 갖고 있는가 여부가 이후 행보에 탄력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또한 후발주자로 대선 출마 의중을 밝힌 인물은 충북 음성 출신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지대한 관심인물로 부상해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여권의 대선후보로 최종 낙점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지난 25일 관훈클럽에서 스스로도 출마의지가 있음을 밝혔다.
특히 “1년에 하루도 아파서 결근하거나 감기에 걸려 쉰 적도 없다. 체력같은 건 요즘은 별 문제가 안 된다.” 등 고령의 대선주자에게 쏟아질 수 있는 예봉도 미리 차단함으로써 마음의 준비를 했음을 알렸다. 하지만 직업외교관 출신인 반 총장이 집권여당의 대선주자로 나서기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아 보인다. 첫째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추대받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는 두 번의 유엔총장 임기를 위해 10년 동안 외국에서만 살았던 반 총장이 국내 정치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깊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후보들이 보여줬던 덕목은 ‘돌파력’과 ‘추진력’인데 반 총장은 지난 10년을 모든 게 갖춰진 온실 속에서 곱게 지내온 인물이다. 진흙탕 싸움도 불사해야 하는데 신사 스타일의 반 총장이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지 국민들은 무척이나 궁금하다. 특히 박 대통령이 여당 대선후보의 후견인으로 비춰지는 모양새는 반드시 후과가 있을 것이다. 어느 정권에서도 현직 대통령은 차기와 관련해 자신의 의중을 드러내지 않았다.

둘째는 박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다. 이번 총선에서 유력 대선주자들이 줄줄이 낙마한 새누리당의 경우 지금은 박대통령이 강력한 후견인으로 보이지만 박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혹평에 가깝다. 국민들의 정권교체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
그래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는 2017년에도 박대통령의 후광이 반 총장을 향해 작동할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선거가 다가오면 박대통령 실정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반 총장이 안간힘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기름장어’라고 불리는 반 총장이 이 국면을 매끄럽게 빠져나갈지 역시 관심 포인트다.
2017년 대선 방정식은 그 어느 해보다 복잡하다. 기존의 관행과 알고 있던 것들이 혼돈과 혼란으로 뒤범벅되어 이제는 새로운 접근법을 요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치 시계는 미래가 아닌 1987년 정도의 과거로 후진하고 있는 느낌이다. 영남, 호남, 충청 하면서 ‘지역감정 부추기기’가 노골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하고 대한민국을 맡아보겠다는 인물은 무슨 수단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가 궁금한데 충청만 잡으면 집권이 가능하다는 식의 정치공학적인 접근법이 활개를 치고 있어 입맛이 씁쓸하다. <이은영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일요서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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