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이 문제?…연예인 ‘음모론’ 또 불거져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연예계가 스타들의 사건·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개그맨 이창명(47)이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데 이어 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71)이 그림 ‘대작’ 논란에 휘말렸고, 개그맨 유상무(36)는 성폭행 논란의 중심에 섰다. 또 그룹 슈퍼주니어의 강인(31)이 또다시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켰다.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들을 빨아들이며 한 달 내내 대중들의 관심을 모은 이들의 행태에 대해 팬들은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처럼 연예인 사건·사고가 자주 터지고, 또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서울이 입체적으로 분석해보았다.
먼저 포문을 연 장본인은 이창명. 그는 4월21일 자신이 운전하던 포르쉐 차량으로 여의도 인근 보행 신호기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뿐만 아니라 사고 후 즉각 자수하지 않고 21시간이나 잠적해 있다가 경찰에 출두한 이창명은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체질’이라고 진술했으나 당일 지인들과 술을 다량 섭취한 정황이 드러나 거짓말 논란까지 일으켰다. 이창명은 또 경찰의 거짓말 탐지기 조사 제의를 과호흡증을 이유로 거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정황에 대해 확신하게 만들었다. 사고 직후에는 의도적으로 현장을 떠났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25일간 잠잠하던 연예계는 5월16일 조영남이 일으킨 ‘대형사고’로 큰 혼란에 빠졌다. 그가 무명의 화가에게 그림 한 점당 약 10만 원을 주고 90% 가량을 그리게 한 뒤 나머지 10%를 완성해 이를 판매,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는 것. 이른바 그림 ‘대작’ 논란이다. 조영남 측은 “미술계의 관행이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검찰은 ‘사기’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조영남의 주변 인사들을 소환조사한 데 이어 그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조사의 강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사기혐의가 적용될 경우, 조영남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법조계는 예상하고 있다.
조영남의 ‘대작’ 논란에 휩싸였던 연예계는 이틀 뒤인 18일 또 하나의 악재를 만났다. 개그맨 유상무가 ‘성폭행’ 논란에 빠진 것. 한 여성이 유상무를 성폭행 혐의로 신고했다가 신고를 취소한 뒤 신고취하를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논란을 가중시켰다. 초기에는 이 여성이 유상무에게서 돈을 뜯어내기 위해 꾸민 것으로 여겨졌으나 이후 많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반전됐다. 게다가 자신이 유상무의 진짜 여자 친구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여성이 등장하면서 일은 일파만파 커졌다.
유상무 논란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24일에는 강인이 자신의 벤츠 승용차로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 앞 가로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음주 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 면허 정지 수준에 해당하는 0.05%가 나왔다. 강인에 대한 팬들의 시선은 전에 없이 싸늘했다. 이번 음주운전 사고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 강인은 지난 2009년에도 아우디 차량을 몰다가 멈춰 서있던 택시 두 대를 받은 후 도주, 뺑소니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이에 대중들과 그의 팬들까지도 “한 번은 실수지만 두 세 번은 습관이다”며 은퇴까지 거론하는 등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연예인들이 끊이지 않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것은 대중, 사회의 엄격한 제재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적발 당시에는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방송 하차, 활동 중지 등 자숙하는 척하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은근슬쩍’ 복귀하는 것.
연예인 사건·사고 왜 잦나
학력위조 사건의 폭풍우가 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던 때, 주영훈은 9개월이라는 자숙의 시간을 가졌으나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1년도 되지 않아 복귀했고, 최수종과 최화정 등은 자숙기간 없이 드라마, 라디오 스케줄을 소화했다.
폭행혐의에 휘말렸던 연예인들의 자숙기간 역시 거의 1년 정도였다. 노인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2년여를 자숙했던 최민수는 PD 폭행 후에는 6개월 만에 복귀했다. 배우 전태수, 이찬, 정운택, 가수 김현중, 김창렬 등도 폭행혐의를 받았으나 1년 후 ‘슬그머니’ 연예계로 돌아왔다.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연루되는 음주운전의 경우, 뺑소니 혐의까지 받았던 김지수는 드라마 촬영 중이라는 이유로 아예 자숙의 시간을 갖지 않는가 하면, 개그맨 유세윤은 2개월 만에 복귀했다. 그러나 김상혁은 30개월이라는 자숙기간을 가진 후 복귀를 시도했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2014년 말에 다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도박의 경우 개그맨 김준호가 5개월의 자숙기간을 가진 후 컴백했으며, 이수근은 18개월, 토니안은 21개월, 앤디는 5개월, 양세형은 14개월, 붐은 11개월의 자숙기간을 각각 가진 후 복귀했다.
그러나 병역기피와 성매매에 대한 혐의는 복귀의 벽이 다른 혐의에 비해 높다.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를 받았던 이경영은 이후 왕성한 활동으로 다수의 영화에 출연해오고 있으나 아직 지상파 방송 출연은 제한돼 있다. 병역 기피를 위해 미국 시민권자가 된 유승준은 외국으로 추방당한 이후 여전히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고, 고의 발치 의혹에 휘말렸던 MC몽은 아직도 긴 자숙의 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팬들의 냉랭한 반응 때문이다.
마약복용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들의 복귀는 천차만별이다. 지드래곤은 자숙의 시간을 갖지 않았으며, 싸이는 6개월 후 복귀했다. 그러나 배우 황수정은 3년이 지났지만 안방극장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배우 김성민의 복귀도 불투명하다. 37개월의 지숙기간 끝에 두 번째 프로포폴 혐의를 받은 에이미는 결국 추방명령을 받았다.
사건과 연예인에 따라 팬들의 반응이 다르긴 하지만 결국 연예인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여론으로 그들의 복귀를 ‘상당기간’ 봉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대중들의 의견이다.
방송국 관계자들 역시 문제 연예인들에게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연예인들의 조기 복귀는 ‘MC난’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게 현장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설명이다. 종편방송의 박모 PD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MC를 전방에 배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어쩔 수 없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유명 연예인들을 예상보다 일찍 복귀시킬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지상파 방송국의 김모 PD 역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여론의 뭇매를 맞는 한이 있어도 무리하게 문제의 연예인을 출연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어버이연합’ 논란 덮으려는 것?
오비이락(烏飛梨落)이다. 이번 연예인 사건·사고가 나기 전 한국 사회는 전경련으로부터 돈을 받고 시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어버이연합’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이 때 연예인들의 사건·사고가 연달아 터지자 정치적 이슈들을 덮어버리고 국면을 전환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의 ‘음모론’ 또는 ‘이불론’이 또다시 불거졌다.
이 같은 ‘음모론’은 과거에도 비일비재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MB정부 시절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해외 자원개발 기업 29곳에 ‘일반융자’ 형식으로 2800억 원이 넘는 돈을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는 한 언론 매체의 보도가 나온 날, 배우 이민호와 수지, 류수영과 박하선의 열애설 등 연예계 발 뉴스가 폭주했다.
해외 원정도박 의혹에 휘말린 가수 태진아의 기자회견도 이 시점에 나오는 등 ‘보이지 않는 손’이 정치권 이슈를 연예인 보도로 덮어버리려 한다는 설이 자연스럽게 나돌았다.
김용만·탁재훈·이수근 등의 불법도박 사건이 터졌을 때도 연예인 ‘음모론’이 제기되는 등 연예인 관련사건·사고가 발생하기만 하면 이 같은 ‘음모론’이 나오곤 했다.
그러나 이번의 의혹들은 ‘음모론’으로 엮기에 다소 무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보통 ‘음모론’에 관련된 연예계 사건·사고는 ‘보이지 않는 손’이 이미 내사를 하고 있거나 사건 전모를 파악한 뒤 발표 시점만을 저울질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사고는 그렇지가 않다. 우연히 그 날 그 같은 사건·사고가 터졌을 뿐이라는 것.
다만, 경찰과 검찰이 다소 이례적으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는 정황은 보인다. 이창명의 음주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위드마크 방식으로 혈중알콜 농도를 계산한 것은 특이하다. 또 조영남의 그림 ‘대작’ 논란이 미술계의 ‘관행’ 사안에서 ‘사기죄’로 초반부터 검찰 조사 사안으로 바뀐 것 역시 일반적인 수사 방식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또 다른 형태의 ‘음모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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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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