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친노 진영이 2017년 대선을 1년 7개월 앞두고 세 결집에 나서고 있다. 계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을 통해서다. 특히 이번 추도식은 총선에서 야권 승리와 함께 어느 때보다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친노의 대표적인 대권 주자는 문재인 전 대표다. 여기에 안희정 충남지사도 ‘정상정복조론’을 내세워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권을 거머쥔 이후 친노진영은 문재인-안희정을 통해 10년 만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친노, 문재인-안희정 연대 4자구도 대권승리
-盧 추도식 통해 정권교체 자신감 표출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 주인공은 단연 문재인-안희정 두 사람이었다. 5월24일 김해 봉하마을에는 김종인비상대책위 대표를 비롯해 90여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했고 국민의당에서도 안철수·천정배 공동 대표뿐만 아니라 30여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안철수 대표에게는 ‘야유’를 문재인·안희정 두 인사에게 번갈아가면서 이름을 연호하며 뜨겁게 환영했다.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친노 진영의 세 결집 배경에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더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됐고 영남에서도 9석이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게다가 문 전 대표는 여야 대선 후보 선호도조사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또한 지난 대선 본선에 출마하면서 전국적인 조직도 보유하고 있다. 당 안팎 누구와 당내 경선을 붙어도 승리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돼 있다.
안 지사 역시 ‘50대 기수론’이 불 경우 막강한 대권 후보로 부상할 공산이 높다. 특히나 최근 안 지사는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불펜투수론(구원투수)’을 내세워 여차하면 내년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과거 안 지사가 대권 출마를 묻는 질문에 ‘선문답’식 대응에서 장족의 발전인 셈이다.
실제로 안 지사는 본지와 창간특집호 인터뷰에서도 “저에게 어떠한 책무가 주어진다면 이를 회피하지 않겠다”며 “에베레스트 등정을 하는데, 정상정복을 위한 마지막 도전 조를 짤 때는 그 상황에서 결정한다. 당초 짜인 주자들이 정상 직전 캠프에서 갑자기 아플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다시 조가 짜이게 된다. ...중략... 그러다가 자신이 적임자라고 평가를 받으면, 그때 그 기회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도 안 지사의 대권 출마 시사에 환영하는 모습이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가 ‘몸을 풀고 있다’는 발언에 “안 지사와 같은 후배들과 경쟁할 수 있다면 큰 영광”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인 문 전 대표와 적자인 안 지사가 서로 경쟁하는 모습은 서로에게 ‘윈윈’이라는 전략적인 판단이 친노 진영에 깔려 있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측근그룹과 안 지사 측근 그룹의 대권을 바라보는 시각에선 미묘한 차이가 있다. 친문측에서는 안 지사가 문 전 대표 대권 레이스에서 ‘페이스메이커’일뿐 ‘킹’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 지사 측은 문 전 대표가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불출마할 경우 ‘대체재’로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보완재’나 ‘불쏘시개’ 역할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더민주당에서는 문재인-안희정 두 친노 인사들의 ‘장군멍군식’ 경쟁구도는 친노 세결집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에서도 나쁠 게 없다는 판단이다. 안 대표가 뛰쳐나간 이상 문 전 대표를 당해낼 마땅한 경쟁상대가 당내 없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지만 경선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 서울시장직을 갖고 경선에 참여하든 직을 버리고 하든 정치적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또한 ‘페이스메이커’나 ‘불쏘시개용’ 경선에 뛰어들기에는 서울시장이라는 타이틀에서 잃을 게 너무 많다.
-‘친노’ 그들만의 리그 安·孫·朴은 없다
그렇다고 ‘새판짜기를 언급한 손학규 전 고문이 더민주당에 들어와 문 전 대표와 경선을 치를 확률은 더 낮다. 결국 과거 ‘이회창 대세론’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흥행몰이를 하려면 다자구도가 형성돼야 한다.
안 지사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대선 경선 참여를 통해 대중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문 전 대표와 함께 뛰면서 컨벤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박 시장과는 달리 충남 지사직을 버리지 않고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어도 부담감이 적다. 결국 친노 진영에서는 문재인-안희정 전략적 경쟁구도를 통해 ‘2017년 정권교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하지만 친노 소속 두 후보의 ‘라이벌 구도’에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 국민의당에서는 친노라는 타이틀이 갖고 있는 ‘확장성’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친노가 그동안 보여준 패권주의가 야권 분열의 상징으로 차기 대권에서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가까이 안철수, 김한길 탈당서부터 과거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과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두 인사의 라이벌 구도가 ‘형님 먼저, 아우먼저’처럼 서로 대권 주자로 위상을 높이기 위한 쇼일 뿐이라며 크게 시너지 효과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차기보다는 차차기를 노리는 안 지사가 결국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과거 문재인-안철수 경쟁구도처럼 흥행몰이를 가져올 수 없다는 주장이다.
-친노 단독 플레이 정권교체 불확실
결국 친노 진영에서 이번 노무현 서거 7주기 행사를 통해 내놓은 것이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자’는 뜻에서 주제를 ‘깨어 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으로 잡은 배경이다. 또한 노무현 재단과 친노 진영에서는 “야권 단합과 통합”도 강조했다. 문 전 대표도 “이번 추도식 컨셉트는 김대중과 노무현은 하나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친노 진영 스스로 단독으로는 정권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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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