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유아용 과자, 고추장까지…우리 식탁 잠식하는 GMO
빵, 유아용 과자, 고추장까지…우리 식탁 잠식하는 GMO
  • 변지영 기자
  • 입력 2016-05-23 11:49
  • 승인 2016.05.23 11:49
  • 호수 1151
  • 6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전자조작식품’ 수입 1위, 선택권 없는 한국 밥상

“2년간 GMO 옥수수 먹은 쥐 종양 생겨

1인당 43.4kg 섭취, GMO 표시 없어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유전자조작식품(GMO)이 우리 식탁을 점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기업에서 유전자조작식품이 첨가된 제품에 대한 표기를 하지 않아도 상관없을 만큼 허술한 표기법이다. 국민들은 자신이 사먹는 음식에 유전자를 조작한 식품이 첨가됐는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유전자조작식품에 대한 지속적인 안전성 논란까지 가중돼 그 파장이 크다.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 가운데 유전자조작식품’ (이하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을 첨가한 제품에 대해 ‘GMO 표시를 한 제품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운동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지난해 6~7월까지 6주간 국산 식용유와 장류, 빵류, 과자류 등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503종의 가공식품을 대상으로 GMO 표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GMO 표시를 한 제품은 없었다.
 
실제로 국산 가공식품 가운데 GMO를 썼다고 표시한 제품을 찾아볼 수 없다는 소리다. 이는 국내 식품업계가 GMO 표시 의무를 피해갈 수 있는 허술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표기법 때문이다. 현행 GMO 표시제도는 GMO 제품을 사용했어도 가공 후까지 유전자를 조작한 식품의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는 제품에만 표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에서는 쉬이 법망을 피할 수 있었다.
 
현행법 상 수입콩이나 옥수수와 같은 제품을 식용유나 간장 등의 형태로 사용하고, 원료 함량 5순위 내에 포함되지 않은 GMO 식품에는 표시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빵, 과자, 음료수 등 전분이 함유된 식품과 두유, 이유식에 이르기까지 수입된 콩과 옥수수로 만든 GMO 식품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가 알 수 없다.
 
우리가 날마다 접하고 섭취하고 있지만 GMO 원료의 식품이라는 사실을 모르게 되는 이유다.
 
도마 위에 오른 유전자변형식품안정성 논란
 
유럽연합에서는 성분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GMO를 사용한 제품에는 반드시 표시를 해야 하는 강경한 기준을 두고 있다. 오스트리아나 헝가리 등 일부 유엔 국가는 아예 GMO 제품을 금지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그 인식조차 약한 상태다. 근래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GMO에 관한 논란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수입된 GMO 제품은 총 약 1082만 톤(사료용 79%, 식용 21%)으로 세계 2위 규모다. 사람이 먹는 식용 GMO 수입은 세계 1위로 총 228만 톤이다. 일인당 연 43.4kg를 먹는 셈이다. 이미 콩기름, 고추장, 간장, 올리고당, , 과자, 참치캔, 카놀라유 등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GMO 원료가 들어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GMO는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게다가 유전자 조작된 전분과 당 제품이 사용된 가공 제품일지라도 GMO 표시를 하지 않고 판매할 수 있는 허술한 식품법 때문에 국민들은 GMO 제품을 피할 선택권조차 박탈 당한 실정이다. 국민들은 식품 판매 기업의 안전의식에 실망했고 불안감은 있는 대로 높아졌다.
 
만약 GMO 농산물이 건강에 위험하다면 1인당 GMO 섭취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한국의 질병 증가율도 수입과 함께 급증했을 것이란 예상을 할 수 있다.
 
식약처, 위험성 입증 안 됐으니 안전하다?
 
하지만 안전성 우려에 대한 입장도 팽팽하다. GMO 식품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측은 “GMO 식품이 만들어진 지 현재 20년이 지났고 그동안 인체에 어떤 질환을 유발한다고 입증된 건 아직 부족하지만 향후 40년 이상 지속적으로 더 살펴봐야 할 일이라며 “1세대에서는 괜찮을지 몰라도 후대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GMO 식품을 지지하는 측은 GMO 식품을 세계 농업의 판도를 바꾼 혁명이라 평가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장렬 박사는 “GMO 혁명 이후 농부의 소득이 증가했고, 병충해에 강한 작물로 농약을 줄일 수 있게 돼 궁극적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등 많은 장점이 있다“GMO 면화 재배로 인도가 세계 최대 면화 생산국이 된 것처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무조건적인 거부가 능사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식약청의 미온적 태도도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위험하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으니 GMO 식품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유보한 상태다. 그러나 설명과는 다르게 여러 연구들을 통해 면역체계 이상반응이나, 신장 등의 장기 이상 등은 수시로 보고돼왔다.
 
GMO 식품에 대한 세계적 추세도 반대 여론이 강하다. GMO의 개발과 판매를 주도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국가들이 재배하여 판매하고 있을 뿐, 세계의 많은 국가들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전 농림부 장관을 맡았고 현재 경실련 소비자 정의센터 대표인 김성훈 씨는 GMO 식품의 유해성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했다. “GMO 농산물과 함께 판매되는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Glyphosate)20143월에 WHO(세계보건기구)가 발암성 농약으로 규정했다. 2012년 프랑스 세랄리니 박사가 2년간 쥐들에게 GMO 제품을 먹인 결과 간과 신장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장기가 뒤틀리고 종양이 생기는 등 호르몬 교란이 일어났다. 제초제 독성이 입증됐다. 그런데 바로 그 GMO 옥수수가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리포세이드는 세계 최대 GMO 종자·농약회사인 몬산토가 1974년부터 또다른 GMO 제초제인 라운드업을 비롯해 전 세계 750여 종의 제초제 상품에 이용하고 있는 성분이다.
 
제초제는 농약성분으로 원래 살상력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GMO 식품 자체로도 충분히 위험하다. 인위적으로 조작된 새로운 유전자가 항상 그 이론대로 성질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에 독성을 만들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부터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기업에 업체별 GMO 수입 현황 등의 기본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식약처는 정보가 공개되면 업체에 유·무형의 피해를 준다며 업체 입장을 대변했다. 또 제품 원료가 Non-GMO로 대체되면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에게도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내놓았다. 그 결과, 510일 서울고등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식약처가 업체별 유전자변형농산물·식품의 수입 현황을 공개하지 못한다는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정보를 투명히 공개하는 것이 업체의 정당한 이익을 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에도 여전히 식약처는 해당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성훈 대표는 이는 소비자가 GMO의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지 못한 채 섭취하고 있는 상황을 방치하겠다는 의미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겪었음에도 여전히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등한시하는 것이라며 식약처가 비상식적인 태도로 일관할 경우 결국 더 큰 소비자들의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jy-0211@ilyoseoul.co.kr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