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안 최다홈런 기록을 넘어선 홈런포…올 시즌 총 100호 달성 파란불
‘팀 승리’ 강정호·‘장거리’ 박병호·‘노림수’ 이대호…홈런 공식도 제각각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메이저리그 열기가 국내 야구팬까지 들썩이게 하는 가운데 ‘킹캉’ 강정호가 리그에 복귀하며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방망이에 열기를 더하고 있다. 강정호, 박병호, 이대호로 압축되는 일명 ‘호호호 브라더스’는 5월 2~3일에 한번 꼴로 아치를 그려내며 맹타를 날리고 있다. 추신수까지 더해 아시안 100호 홈런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의 거포 본능을 살펴봤다.
지난해 부상으로 아쉽게 재활에 돌입했던 강정호는 지난 7일 리그 복귀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내려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날 강정호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6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6회초와 8회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4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을 만들어낸 그는 기분 좋은 첫 출발을 알렸다.
이 같은 강정호의 부활은 연일 홈런포와 장타성 안타로 장식하며 10경기 만에 5호 홈런(지난 19일 기준)을 기록해 시즌 초반부터 인상적인 홈런포를 쏘아올리고 있는 박병호를 무섭게 따라잡고 있다. 실제 관계자들은 강정호의 페이스가 박병호보다 빠르다며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시즌 20홈런도 가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돌아온 ‘킹캉’…
흠잡을 곳 없는 공수
강정호는 지난해 126경기에 출전해 15홈런을 터뜨렸다. 하지만 올 시즌 복귀 10경기 만에 5홈런을 채우면서 예년보다 한층 향상된 경기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는 팀 내 홈런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잘 맞추는 타격감과 함께 흠잡을 데 없는 수비능력도 선보이며 현지 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강정호는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와의 홈경기에서 5호 솔로포를 때리며 영봉패 위기에서 팀을 구했다.
또 1회초 수비에서 깔끔하게 병살타를 완성한 것도 호평을 받았다. MLB.com은 이날 경기 후 강정호의 공수 활약을 자세하게 전하며 “강정호가 부상을 당했던 2015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루에서 더블플레이를 시도했다”면서 1회초 수비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4월 말부터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는 박병호는 5월 들어서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지난 1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 26이닝 동안 단 1자책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던 조던 짐머맨에게 첫 피 홈런을 안겼고 3일에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서 직구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등 17일 현재 32경기에 출전해 9개 홈런을 기록 중이다.
그는 팀 내 홈런 1위는 물론 이 같은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40홈런도 가능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여전히 높은 삼진을 기록하고 있지만 서서히 안타에도 시동을 걸며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박병호는 지난 17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7회초 2사 이후 좌중간 2루타를 치며 시즌 여섯 번째 2루타를 기록했다.
통계를 살펴보면 박병호는 지난 19일까지 34경기에서 타율 0.241, 장타율 0.543, OPS(출루율+장타율) 0.869, 9홈런, 15타점을 기록 중이다.
여기서 OPS를 주목할 만 하다. 통상 OPS가 0.800이 넘어가면 팀의 확고부동한 주전 자격이 있는 수치로 판단한다. 여기에 0.900이 넘어가면 정상급 대열로 평가한다. 박병호는 딱 그 사이에 놓여 있어 빅리그 첫 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좋은 출발을 알리고 있다.
주전을 꿰찼지만
넘지 못하는 150km
다만 구속별로 분석해보면 박병호의 92마일(148km) 이하의 타율은 0.657에 이른다. 93마일(150km)을 넘어가면 박병호의 타율은 0.059로 뚝 떨어진다. 결국 아직까지 150km 이상의 공에서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선결과제로 떠올랐다.
또 최근 팀의 클린업맨으로 경기에 나서는 빈도가 늘어나는 등 유독 득점권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숙제로 남아 있다. 박병호는 9개 홈런 중 8개가 솔로포다. 이 때문에 박병호의 타점은 15개에 그치고 있어 득점권 타율은 0.074로 좋지 못하다. 루키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득점권에서 계속 침묵하고 있는 모습이 못내 아쉽다.
확고한 주전자리를 꿰찬 박병호와 달리 이대호는 좌완 투수전문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어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들쭉날쭉한 출전으로 타격리듬이 깨지기 쉬운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미 홈런을 5개나 때려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우완투수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며 자신의 포지셔닝을 넓혀가는 것도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이대호는 우완 투수를 상대로 타율 0.333(18타수 6안타·11일 기준) 2홈런을, 좌완 투수를 상대로 0.250(28타수 7안타) 3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그는 일본리그에서도 좌완투수와 우완투수 격차가 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전히 고액연봉의 주전 선수들에 밀려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4월 보다는 5월 들어 출전 기회가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할 때 머지않아 주전 자리에 입성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호흡 빠른 성적…
신기록에 성큼
이처럼 호호호 브라더스가 맹타를 휘두르면서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는 아시아 타자 홈런 신기록이 깨질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아시안 홈런 신기록은 2004년 일본인 타자 마쓰이 히데키(전 뉴욕 양키스)가 세운 31개로 12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잭팟을 터트렸던 추신수도 한 시즌 22개가 최다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호호호 브라더스가 시즌 초반부터 홈런포를 앞세우면서 아시안 타자 홈런 신기록이 위협받고 있다. 현재 관계자들은 박병호는 40개 이상, 강정호도 20개 이상, 이대호 역시 20개가량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3명의 성적표는 2004년 마쓰이가 쓴 31개 홈런과 비교할 때 이미 추월한 상태다. 마쓰이가 2004년 당시 개막부터 5월 16일까지 123타수를 기록하며 날린 홈런수는 4개였다.
반면 박병호는 5경기가 적은 상태에서 9개를 쳐냈고 강정호도 마쓰이 타수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 24타수 만에 홈런 4개를 기록했다. 이대호 역시 14경기를 벤치에서 보냈지만 5호 홈런을 기록하며 마쓰이와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개 많은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여기에 제각각인 이들의 홈런 공식도 관심사다. 박병호의 홈런 특징은 ‘장거리’로 압축된다. 첫 홈런부터 132m 대형 아치로 장식하더니 2호는 무려 141m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전에서는 140m와 122m를 연속 날리며 장타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CBS스포츠는 지난 17일 “올 시즌 메이저리거 평균 홈런 비거리가 가장 긴 선수가 박병호”라고 칭찬했다.
반면 강정호는 ‘팀 승리’와 직결된다. 강정호가 홈런을 친 경기 대부분 소속팀 피츠버그가 이겼다. 그는 복귀전부터 연타석 홈런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고 지난 12일에는 신시내티전에서 2-4로 뒤진 7회 시즌 3호 혼런을 기록하며 팀의 5-4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이대호는 철저한 ‘노림수’로 홈런을 만들고 있다. 5개 홈런 중 4개를 상대 투수 직구를 받아쳤다. 철저히 직구를 노리는 타격이다. 지난달 9일 오클랜드전에서 시속 88마일(약 142km) 투심 패스트볼을 때려낸 데 이어 97마일(약 156km), 91마일(약 147km), 95마일(약 153km)의 직구를 받아치면서 메이저리그 최고 기량을 발휘하는 투수들의 공을 거침없이 날려버렸다.
이처럼 각자 홈런 공식을 만들어내며 순항하고 있어 큰 이변이 없는 한 홈런포 행진에 청신호를 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 견제가 심해져 홈런이 나올 확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 역시 투수에 대한 공략법이 달라질 수 있어 앞으로 어떤 홈런쇼가 펼쳐질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난 21일 복귀한 추신수까지 가세해 올 시즌 20개 이상 홈런을 쳐낸다면 한국인 타자들은 비교적 손쉽게 100호 홈런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추신수는 복귀에 앞서 지난 16일 열린 트리플A 경기에서 3점 홈런을 비롯해 연속 안타와 타점을 기록하는 등 좋은 타격감을 알린 바 있다.
여기에 아직 팀 내 자리를 못 잡고 있는 김현수가 간간히 잡은 기회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김현수는 아직 홈런 소식이 없지만 꾸준히 안타를 쳐내고 있다는 점도 100호 홈런 달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호호호 브라더스의 맹타에 추신수, 김현수까지 온전히 가세한다면 KBO 한국프로야구에는 더할 나위 없는 반가운 소식이 될 전망이다. 이에 시즌 종반까지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