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수임료’ 최유정 변호사 논란 속으로
대법, ‘최 변호사 의혹’ 연루 법관 문제 점검
감사위원회 개최…당사자 소명 등 조치사항 논의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통념을 넘는 100억 원대의 부당 수임료와 ‘전관 로비’ 논란을 일으킨 최유정(46·구속) 변호사가 벌어들인 수임료 상당 부분을 몰수·추징당할 가능성이 있어 법원 판단이 주목된다. 몰수는 범죄에 사용됐거나 범죄로 발생한 금품과 물건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형벌을 말한다. 이 금품과 물건을 이미 팔아버렸거나 사용해 없애버린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추징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변호사가 법조계 로비 명목으로 받은 거액 수임료는 범죄 수익에 해당해 상당액이 몰수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처분한 돈 등은 몰수할 수 없기에 해당 액수는 추징된다. 최 변호사는 정운호(51·복역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이숨투자자문 실질 대표인 송창수(40·복역중)씨에게서 재판부 교제나 청탁 목적으로 50억 원씩 총 100억 원대의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최 변호사는 재판을 받느라 누군가의 도움이 절박한 의뢰인을 상대로 사실상 불가능한 ‘선처’를 미끼로 수십억 원대 수임료를 챙긴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수임은 일종의 사기행위여서 수임료 전액이 범죄로 얻은 이득액이 된다. 사기 범죄로 얻은 이익은 전액을 몰수할 수 있다. 법원 재량으로 몰수를 선고할 수 있도록 형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몰수 여부는 법원 재량 사항이나 일반적으로 사기 이득액은 전액 몰수를 선고하므로 최 변호사도 수임료를 모두 몰수당할 개연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사기죄가 아닌 변호사법 위반죄가 인정되면 몰수·추징이 될 수도 있다. 최 변호사는 로비할 목적으로 금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난 만큼 법원에서 변호사법상 교제명목 금품 수수죄가 인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제명목 금품 수수는 판사나 검사, 재판·수사기관 공무원 등에 로비할 목적으로 의뢰인에게 금품·이익 등을 받은 경우에 적용된다.
다만, 최 변호사가 받은 수임료 중 로비명목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밝혀내는 게 관건이다. 정상적인 변호활동비는 범죄 수익이 아니어서 몰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제명목 금품 수수죄는 일반 범죄와 달리 불법 이득을 반드시 몰수하도록 규정한 점도 최 변호사에 불리하다. 법원 재량의 여지가 없이 해당 범죄가 성립하면 반드시 몰수해야 한다.
‘브로커’를 통해 수임한 혐의가 입증되면 변호사가 아닌 자와 동업을 금지한 조항을 위반한 것이어서 해당 수익도 몰수·추징이 된다. 형법은 뇌물죄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는 법원이 재량으로 몰수하도록 한다. 변호사법은 교제명목 금품수수, 공무원 사무에 관한 청탁·알선 등 일부 조항 위반은 반드시 범죄이익을 몰수하도록 엄한 처벌 규정을 뒀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17일 법원감사위원회를 열어 100억 원대의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수사를 받는 최유정(구속) 변호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일부 법관 문제를 논의했다고 19일 밝혔다. 회의에서는 최 변호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제기된 현직 판사들로부터 확인받은 내용을 포함해 대법원이 지금까지 파악한 사실관계 등이 보고됐다.
학계와 언론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는 보고 내용을 토대로 향후 조치 사항 등에 관해 심도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루 의혹을 받는 임모 부장판사는 2일 대법원에 사표를 제출했지만 아직 수리가 안 된 상태다.
대법원 관계자는 “감사위원회 보고 및 논의 사항은 법원감사위원회 규칙에 따라 비공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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