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특례 제도 폐지 논란…거센 반발 봉착
병역 특례 제도 폐지 논란…거센 반발 봉착
  • 권녕찬 기자
  • 입력 2016-05-23 11:10
  • 승인 2016.05.23 11:10
  • 호수 1151
  • 6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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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병 감소로 불가피” vs “이공계·중소기업 현실 고려 안해”

▲ 뉴시스

인구 급감으로 현역 자원 충원 불가피이공계만 특혜 안돼
인재 해외유출·이공계 기피 현상·국가 경쟁력 저하시대 역행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국방부의 병역 특례 폐지계획을 두고 이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국방부는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의무경찰, 의무소방 등 그동안 군 현역을 대체해 복무케 했던 병역 특례 제도를 단계적으로 감축해 2023년 완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공계, 중소기업 등 관련 업계와 대학 등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는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로 현역 자원의 급감을 예측하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지난 17대체복무 및 전환복무를 2020~2022년까지 3년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2023년부터는 관련 인원 배정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병역 특례는 크게 대체복무와 전환복무 두 가지로 나뉜다. 대체복무는 특정 자격증 소지자가 관련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산업기능요원과 이공계 석·박사 소지자로 병무청이 지정한 연구기관에서 연구개발(R&D)을 하는 전문연구요원이 이에 속한다. 전환복무는 특정 전공이 아니더라도 군대에 가는 대신 의무경찰, 의무소방, 해양경찰에 지원해 군 복무를 마치는 제도다.
 
현역병 급감 우려
 
국방부는 병역 특례제 폐지의 근거로 인구 급감을 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내 인구 감소 추세를 보면 2000년대 초반부터 출생률이 급격히 저하돼 2020년부터 인구 절벽이 예상되고 있다병력 자원의 급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현재 35만 명 수준인 20세 남성이 2020년 무렵에는 25만 명으로 급감하고 2030년에는 20만 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기존의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라 현재 63만 명 수준인 병력을 2022년까지 52만 명을 목표로 감축 중이다. 문제는 이같은 감축에도 불구하고 2023년부터 병역자원이 연간 2~3만 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로 인한 병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대체복무·전환복무요원을 현역으로 돌리는 것이라는 게 국방부의 판단이다. 대체복무요원을 현역으로 전환해 병력 공백을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대체·전환복무요원의 선발 규모는 연간 28000여 명이다. 2020년쯤부터 공백이 생기는 병력 규모와 거의 일치하는 규모다.
 
여론 근소한 찬성우위
 
국민 여론 조사는 찬성 의견이 약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국민 522명을 대상으로 병역특례 폐지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사한 결과 병역 자원 부족이 예상되므로 병역특례 폐지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44.5%과학기술계 연구환경과 인력모집에 악영향이 우려되므로 반대한다는 의견 38.3%보다 오차범위(±4.3%p) 내인 6.2%p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개인 학업을 병역 이행으로 인정해 온 것 자체가 과도한 특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생 최모(24)씨는 사회학과 학생, 영문과 학생, 경영학과 학생도 다 나름의 미래 계획이 있다이공계 학생들만 경력 단절, 전문성 단절 등을 이유로 특혜를 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이공계 반발
 
국방부의 병역 특례 폐지 소식이 알려지자 관련 업계·학계·단체 등 반발이 거세다. 전국의 과학기술원과 포항공대·서울대·고려대·연세대·한양대 등의 이공계 학생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전문연구요원 폐지가 곧 국방력 손실이자 국가적 후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대한민국 연구 인력은 연구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에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통해 위성, 로봇, 항공 등 각종 분야에서 국가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국방력 향상에 기여했다병사 수를 이유로 핵심인력의 연구를 중단시키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근시안적인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이공계 인재의 해외유출이 가속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병역 특례 제도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이 유학을 가지 않고 한국에서 계속 연구를 하는 데 유인책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복무제 폐지되면 국내 대학원에 진학하는 대신, 해외 대학으로 가거나 해외로 취업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더 크게는 이공계 기피현상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 수도권 대학 기계공학부 3학년 이모씨(23)병역특례를 염두에 두고 박사과정 진학을 계획했는데 모든 게 엉망이 됐다미래에 대한 설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려 많은 학생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벤처기업들도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산업기능요원을 신청하는 기업요건이 까다롭지 않아 중소 IT업체들에서는 대체복무를 개발 현장에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병역 특례 제도가 폐지될 경우 대기업과 달리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은 고급 인력 확보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게다가 최근 알파고사건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과학기술전략회의까지 직접 열어 이공계 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국방부는 이에 배치되는 정책을 내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국가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와중에 대체복무제 폐지는 정부 정책의 엇박자라는 지적이다.
 
비난이 거세지자 국방부는 최종 확정은 아니라면서 관계 부처들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국방부는 19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관계부처와 공동대책협의회를 구성하여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저출산 현상으로 인구 급감이 현실로 닥친 가운데 관련 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대체복무제를 둘러싼 진통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kwoness7738@ilyoseoul.co.kr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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