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과 횡령죄에 관한 대법원판례 변경돼
명의신탁과 횡령죄에 관한 대법원판례 변경돼
  • 박정민 기자
  • 입력 2016-05-20 20:36
  • 승인 2016.05.20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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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명의신탁에 이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도 횡령죄 부인

[일요서울 | 박정민 기자] 부동산 매수자가 본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고 등기를 매도인에게서 명의수탁자로 곧바로 이전하는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해도 형사처벌 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횡령죄로 처벌하던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2016519A씨와의 명의신탁 약정에 따라 자신의 명의로 등기된 부동산에 임의로 근저당권 설정 및 변경등기를 해 준 혐의(횡령)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과 계약명의신탁의 차이점은?
 
명의신탁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가장 간단한 것은 양자간 명의신탁인데 이것은 A가 자신의 명의의 부동산을 B에게 명의신탁 하는 구조이다. 이 경우에도 명의신탁은 무효이다. 다음으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이 있는데 이것은 A가 매도인과 계약을 체결한 후 명의를 B에게 넘기는 것이다. 반면에 이와 비슷한 계약명의신탁이 있는데, 이것은 BA의 자금으로 부산을 매수한 후 B명의로 등기하되 내부적으로는 A의 소유로 하기로 계약하는 구조이다. 결국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은 신탁자가 매매의 거래당사자임에 반해, 계약명의신탁은 신탁자는 돈만 대고 거래의 당사자로 전면에 나서지 않고 수탁자인 B를 시켜 매도인과 거래를 하게하고 B 명의로 이전하는 구조인 점이 큰 차이점이다.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몰랐다면 수탁자 앞으로 된 이전등기는 유효하고, 수탁자가 실제 소유자가 된다.
 
종전의 대법원 판례는 계약명의신탁의 경우만 횡령죄 부인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대법원은 계약명의신탁의 경우에만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든 몰랐든 무관하게) 수탁자가 임의로 처분해도 횡령죄나 배임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반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횡령죄를 인정하여 왔다. 하지만 두 개의 명의신탁이 사실상 객관적인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명의신탁 자체가 부동산실명제법에 위반하는 불법적인 계약이므로 신탁자를 형사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대법원은 이번에 계약명의신탁은 물론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의 경우까지도 수탁자가 임의로 처분해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법무법인 진솔의 부동산전문 강민구 변호사는 부동산 매수인이자 명의신탁자인 A씨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B씨를 A씨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볼 수 없어 횡령죄가 부인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양자간 명의신탁 역시 횡령죄 부인될 가능성 커
 
아직까지 양자간 명의신탁에 대한 최종적인 대법원판례는 횡령죄를 인정하여 왔다. 하지만 이와 같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횡령죄가 부인된 이상 양자간 명의신탁 역시 횡령죄를 인정할 근거를 상실한 셈이다. 즉 법원에서는 더 이상 불법적인 명의신탁자를 보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천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양자간의 명의신탁의 경우도 조만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견해로 판례가 변경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결국 유효한 명의신탁, 예컨대 부부간의 명의신탁, 종중이나 종교단체 명의신탁 등의 경우에만 횡령죄나 배임죄가 인정되고, 그 이외 무효의 명의신탁의 경우는 횡령 배임죄가 부인된다는 것이다. 형사전문 강민구 변호사는 다만 부부간의 명의신탁의 경우는 부부관계 상태에서 임의로 처분해도 배우자간 재산범죄에 해당되어 친족상도례로 처벌할 수 없으므로 나중에 이혼한 뒤에 처분한 경우에만 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해석하였다.
 
민사적 구제는 인정, 채권자대위권 행사하여 말소 및 소송 가능
 
위와 같이 형사적으로는 횡령죄가 부인된다고 해서 신탁자에 대한 민사적 구제절차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먼저 신탁자는 수탁자가 임의로 처분해서 얻은 경제적 이익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수탁자가 임의로 처분하지 아니하였지만 신탁자에게 이전등기를 거부할 경우에는 어떻게 반환받을 수 있을까? 이 점에 관하여 부동산사건 전문인 강 변호사는 신탁자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바로 넘겨받고 싶다면, 매도인을 대위하여 무효한 수탁자 명의의 등기의 말소를 구하고, 아울러 매도인을 상대로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해야 한다라고 설명하였다. 한편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원소유자가 신탁자이므로 수탁자를 상대로 바로 원인무효로 인한 이전등기 말소소송을 구하면 그만이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환영하는 분위기
 
명의수탁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정한 금지규범에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형법적으로 보호하는 셈이며 오히려 부동산실명법이 금지하는 명의신탁관계를 유지·조장해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따라서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향후 부동산실명제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타당한 판결이라고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강민구 변호사는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은 신탁자 역시 처벌될 뿐만 아니라, 수탁자가 임의로 처분한다고 해도 횡령죄로 처벌되지 않으므로 부동산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라고 강조했다.

 (도움말=법무법인 진솔 강민구 변호사)

vitamin@ilyoseoul.co.kr

박정민 기자 vitam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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