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은 가습기사건 변호인 ‘김앤장’
꼭꼭 숨은 가습기사건 변호인 ‘김앤장’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6-05-20 20:19
  • 승인 2016.05.20 20:19
  • 호수 1151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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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레킷 진상규명 은폐 의혹에도 법정에는 안 선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김앤장 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가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레킷)의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앤장을 규탄하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김앤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아직도 확실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김앤장은 옥시레킷 뒤에 숨어 있는 채로 법 위에서 군림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일요서울]이 이를 들여다봤다.

시민단체 “김앤장, 실정법·변호사 윤리위반 책임져라”
독성 은폐와 진상규명 방해 적극 가담 등이 ‘주요 쟁점’

환경보건시민센터를 필두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으로 구성된 시민단체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김앤장 문제를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김앤장에 대해선 “가습기살균제 독성 은폐와 진상규명 방해에 적극 가담한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옥시레킷 측 법률자문을 하고 민사재판 등에서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한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인 김앤장은 정부조사결과를 부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울대와 호서대 연구팀에 상식적이지 않은 실험디자인을 요구한 바 있다.

또 연구팀의 실험결과에서 독성이 있는 것으로 나오자 이를 중단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을 은폐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참여연대가 밝힌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된 김앤장의 문제점과 규명되어야 할 의혹은 ▲ 2011-2012년 서울대의 연구조작과 결과은폐 의혹 ▲ 2011-2012년 호서대의 연구조작과 결과은폐 의혹 등이다.

사실이 왜곡된 연구결과를 김앤장이 민사재판 법정에 제출함으로써, 재판부가 사실을 파악하는 데 혼선을 빚었다. 따라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독성 여부에 대해 과학적 다툼이 있는 논쟁사안으로 여기게 하여 합의를 종용토록 유도했다는 이야기다.

시민단체들은 결과적으로 “쌍방과실의 교통사고 시에 합의하는 수준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이 옥시레킷 측과 합의토록 해 이는 철저하게 김앤장이 의도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참여연대는 “합의서의 내용은 ▲ 피고, 즉 옥시레킷이 책임을 인정해서 합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 민형사상의 문제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며 ▲ 모든 내용을 비공개로 하는 것으로 하는 등 피해자들을 꼼짝할 수 없도록 옥죄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또 “옥시레킷은 2011년 말 옥시의 법인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바꿔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법인을 폐기해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게 했는데, 이 역시 당시 법률자문을 맡은 김앤장의 자문에 따른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앤장의 의혹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구속된 서울대 교수가 변호인을 통해 밝힌 내용인 생식독성실험 결과를 옥시레킷이 발표하는 자리에 김앤장이 동석하여 가습기 살균제 성분에 독성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점’과 ‘김앤장이 메일 등을 통해 서울대 연구팀에 여러 차례 연락해 연구내용과 방향을 주문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 18일 김앤장 앞에서 벌어진 항의집회에서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검찰 출신 변호사가 수두룩해 별명이 ‘종로 검찰청’인 김앤장은 실정법과 변호사 윤리 등을 위반한 부분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역시 “김앤장은 그동안 쌍용차와 론스타, 일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등을 변호해왔다”며 “이번엔 끝까지 의혹을 물어 김앤장을 법정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또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역학조사와 동물실험 등을 통해 명백하게 확인한 사실에 딴지를 걸며 허송한 5년 동안, 옥시 피해자들은 깊은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고, 유명을 달리한 경우도 많았다. 이와 같은 끔찍한 행위 과정 전반에 김앤장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전한다.

향후 문제점들과 의혹에 대해서는 “김앤장 스스로 국민들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 스스로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검찰이나 변호사협회 등에서 진상을 조사하고 법적 의무 위반이나 변호사윤리 위반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는 끝까지 김앤장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선포했다.

아울러 이들의 계속되는 지적에도 김앤장이 아직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검찰은 조사에 착수해 김앤장이 옥시에 불리한 내용을 빼게 하는 등 보고서 조작에 개입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증거인멸로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는 “가습기를 틀면 먼지가 안 날린다. 그런데 황사니 미세먼지니 하는 어찌 그런 상식적이지 않은 말로 변론을 하느냐”며 “결국 법의 정의를 외치는 변호사들도 거대기업의 자본 앞에서는 인간의 양심마저 팔아먹는 악마가 됐다”고 토로한 바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도 “김앤장은 돈이 되면 지옥에서도 변호한다는 말이 돌 정도다”며 “이번 기회에 확실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앤장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김앤장의 한 관계자도 “(공식입장 등을) 최대한 빨리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추가적인 답변은 없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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