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일요서울]은 20대 청년들을 대학가 카페에서 직접 만나 그들의 고충을 직접 들어보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20대들이 예전과는 달리 정치에 관심이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 사회가 직면한 취업난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 변화를 갈구하는 그들이기에 정치인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진보는 진보로 보이질 않는다”
-“청년 수당 임시방편, 고기 잡는 법 알려줘야”
“누가 당선되더라도 다를 바 없다. 나 먹고살기 바쁘다”, “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투표 의무를 다해야 한다. 투표의 힘으로 현 사회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20대들의 말이다. 이처럼 현 사회에 문제점이 많다는 의견에 큰 틀에서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정치인에 대한 태도는 개개인의 차이를 보였다. 다음은 20대 청년들과의 일문일답이다.
◆ 총선 투표 참여했나. 했다면 누구를 뽑았나. 해당 후보의 공약을 알고 투표권을 행사한 것인가
이현기(25세, 대학생, 이하 이) : 참여했다. 누구를 뽑았는지 말할 수 없다. 공약보다는 현재 가지고 있는 불만을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후보를 뽑았다.
최상훈(27세, 엔터테이너, 이하 최) : 참여했다. 후보의 공약은 당연히 확인했고, 본인은 문화예술인으로서 문화벨트를 조성한다는 공약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물론 다른 공약들도.
박영호(26세, 대학생, 이하 박) : 참여했다. 해당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당연히 조사해보고 투표권을 행사하였다.
김수철(29세, 대학생, 이하 김) : 참여했다. 누구를 뽑았는지는 밝히고 싶지 않다. 가정으로 배송되는 자료와 일부 영상 자료를 참고했다.
◆ 정치인들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박 :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은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지상에서 소멸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처럼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기사를 보면 정치인들 간의 계파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인데, 정치인들이 국정에 힘을 쓰지 않고 계파 갈등에 에너지를 소비한다면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김 :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단순히 ‘경제’를 회복해서 잘 먹고 잘 살게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경제’라는 키워드를 쫓다가 놓쳐버린 더 중요한 것들을 들여다보고 이를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은 각자 자신의 프레임을 만들고 같은 프레임에 속한 사람들끼리 강한 유대감을 가지지만 다른 프레임을 가진 사람을 강하게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인들이 앞장서 국민들의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
◆ 20대들은 ‘정치 무관심’층으로 분류된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이 : 사회 전반의 분위기나 문화, 현실적인 문제에서 20대 층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누가 되더라도 다를 바 없다’는 실망감과 형이상학적인 정치의 특성이 포개져 현재의 무관심이라는 결과를 낳은 게 아닐까 싶다.
최 : 20년간 공부만 하다가 막 투표권을 얻은 20대들이 무엇을 알겠나. 인터넷에서 아무리 비판의 목소리를 내봤자 결국 국민의 힘은 투표권에서 비롯된다. 자신들이 가진 투표권의 힘을 잘 모르는데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김 : 20대 중후반의 저조한 정치 참여도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를 단순히 그들의 문제로 치부하는건 야속하기도 하다. 최소한 개인 외적인 것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20대들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들도 학습된 무기력과 패배주의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들은 청년 공약을 내놓고 표심 잡기에 나선다. 이를 두고 포퓰리즘 정치라는 비난 여론이 있는데, 공약들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이 : 실제 피부로 다가오는 청년공약은 없다. 제기된 청년공약들은 단적인 해결을 위한 처방이 많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해결책,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공약을 내놓았으면 한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보여준 모습 때문에 기대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
최 : 실행 가능성이 없는 공약들이다. 항상 복지 이야기가 나올 때면 북유럽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격이다. 북유럽 복지정책이 낳은 폐단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무조건적인 퍼주기 복지보다는 일을 하도록 동기를 만들어주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 :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내세운 반값 등록금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주위 친구들, 학교만 해도 등록금이 반값으로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올랐다. 이는 물론 정치인들의 잘못도 크지만 감시안테나를 작동하지 않은 20대 유권자들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다. 허황된 포퓰리즘을 막으려면 20대 스스로 권리를 얻기 위해 투표 의무부터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 공약들이 대개 일부만이 혜택을 볼 수 있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비판과 비난을 받았다. 실제로 복지란 면밀히 살펴보면 특정한 정책은 특정한 층에게 혜택이 돌아감이 당연한데 서로 각자의 어려움만 좌시하면 정책 집행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비난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합리적으로 집행해야 혜택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들이 추후에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정책을 해야 한다 혹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흑백논리에 얽매이기보다 개선방향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20대들은 소위 소수의 금수저들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진보성향이 많다고 알려졌다. 주변을 보면 어떠한가.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이 : 진보성향은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이론을 봐도 인류의 역사는 계급투쟁이다. 진보는 현실에 불만족하기에 개혁하길 원한다.
최 : 꼭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다. 나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보수 성향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진보는 진보로 보이지가 않는다. 국정원 해체를 논하는 정치인이 진보 보수를 떠나서 우리나라 국민이라 할 수 있나.
김 : 일반적으로 그러한 것 같다. 부유층은 체제를 유지하길 원하는 성향이 강하고 서민들은 변화를 원하기에 진보 색을 띨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20대의 문제는 사고와 사색 없이 그저 프레임에 따라 나뉘어 자신에게 부여된 라벨에 맞춰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다.
◆ 박원순 이재명이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내놓은 ‘청년 수당’ 정책을 알고 있나. 어떻게 생각하나.
이 : 분배의 저울이 망가진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조금의 균형을 맞춰주는 제도라고 본다.
최 : 옛말에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고 했다. ‘청년 수당을 받는 방법’이 ‘고기 잡는 법’ 은 아니지 않나. 고기를 잡아다 주는 것이지.
박 : 본인은 현재 성남시 거주 주민으로서 청년 수당의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청년 실업의 근본적인 개선을 하지 않고는 큰 발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 알고 있다.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좋다고 생각한다. 일부에게만 혜택이 부여되는 것에 대해 반발이 일어나는 것 같은데, 복지라는 특정 제도를 놓고 본다면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없는 게 자연스럽다고 본다.
◆ 최근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이 불거졌다. 로스쿨 등록금이 서민들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것이 사실인데. 부의 대물림, 음서제의 부활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 부의 대물림은 심화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장학금 또한 많다고 들어서 실질적으로 서민들이 로스쿨을 다니는 데 금전적 어려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최 : 큰돈을 벌려고 입학하는 곳이 로스쿨이다. 미래의 투자라는 측면에서 과한 지출은 아니라 본다. 또한 실제 로스쿨 학생들이 다 엄청난 부자들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내 주변은 그렇다.
김 : 그렇게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등록금 수준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무작정 등록금을 낮추는 것만이 능사일지는 잘 모르겠다. 고급 교육기관인 만큼 그에 따른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 2017년 대선이 있다. 대선 후보로 어떤 인물이 나왔으면 하나.
이 : 강한 결단력을 가지면서 동시에 인간적이고 복지를 생각하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안철수 대표가 나왔으면 좋겠다.
최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대선을 통해 부활하신다면 좋겠다. 잃은 기반도 다시 찾을 수 있는 분인 것 같다. 이미지 정치를 한다고들 하지만 성과가 있는 분이시니까.
박 : 딱히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가 없으므로 어떤 인물이 나오든 상관없지만 국민을 생각하는 후보가 나왔으면 좋겠다.
김 : 아직 잘 모르겠다. 대선에 적합한 인물을 꼽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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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