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양은 큰맘을 먹고 독일의 유명 메이커인 B 승용차를 구입했다. 차 값만 해도 1억원 가량인 고가의 승용차다. A양은 그 차를 구입하려고 수년간 저축을 했고 드디어 꿈을 이룬 것이다. A양은 들뜬 마음에 자신의 애마를 몰면서 행복에 젖었지만 그 행복도 잠시, 차를 구입한지 며칠 뒤 차량 떨림과 함께 엔진경고등이 들어왔다. 차 정비센터를 통해 수리를 받았지만 그와 같은 현상은 계속됐다. 차를 구입한지 1달도 채 안되어서 그러한 고장만 4번, 그 뒤에도 2번 더 같은 고장에 시달려야만 했다. 현재 A양은 해당 차의 운행을 포기한 상태다.
수입차 판매회사에서는 고장 원인을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참다못한 A양은 B사측에 환불 내지 차 교환을 요구하였지만 묵살 당했다. A양은 “차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더 이상 탈 수 없습니다. 교환을 해주든지 환불해주세요”라고 했으나 회사 측에서는 “회사 측 방침이 교환이나 환불은 안 되니 대신 수리를 해드리겠습니다”라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이에 “수리를 벌써 여러 번 했는데도 계속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데 언제까지 수리만 해주겠다는 건가요? 저는 이 차를 사서 단 하루도 행복한 날이 없어요”라고까지 말했으나 “글쎄요... 이번에 고쳐봐서 안되어도 저희는 교환이나 환불은 힘들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정말 막무가내이다. 이러한 경험 해본 사람이 비단 A양의 경우만은 아닐 것이다. 몇 달 전 같은 B회사 고급승용차를 구입했다가 A양과 같은 경험을 하여 화가 치밀어 결국 차를 대로변에서 망치로 부숴버린 사람이 있었다. 그 사건은 길을 지나가던 행인이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 동영상 덕에 결국 B사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그 사람에게 신차로 교환을 해주었다. 그런데 B사는 A양에게는 왜 이 같이 교환을 해주지 않는 것일까? A양도 망치로 차를 부숴야만 교환해 줄 심산일까?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2015.12.29. 공정거래위원회고시 제2015-18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차량 인도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주행 및 안전도 등과 관련한 중대한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하였을 경우, ② 주행 및 안전도 등과 관련한 중대한 결함이 발생하여 동일하자에 대해 3회까지 수리하였으나 하자가 재발(4회째)하거나 ③ 중대한 결함과 관련된 수리기간이 누계 30일(작업일수기준)을 초과할 경우에는 환불 내지 교환을 해주도록 돼있다.
A양의 경우에는 위 기준 중 ①, ② 모두에 해당되는 경우다. B사는 A양에게 매도인으로서 하자담보책임이 있다. 만약 B사가 이러한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을 무시한 채 끝까지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거부할 경우 A양은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비슷한 사례에 있어 신차로 교환해야 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은 “하자의 내용, 하자의 치유가능성, 수리비용 및 수리기간 등에 종합하여 중대한 결함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A양의 경우 하자의 내용이 주행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대한 결함이 분명하고, 이미 여러 번 고쳤음에도 같은 현상이 계속하여 반복하는 것으로 보아 하자의 치유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인다. 수리비용이나 수리기간도 만만치 않다. 힘없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자동차 회사의 횡포가 더 이상 지속되어선 안 될 것이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강민구 변호사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