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지난달 12~13일 탄핵안 가결 직후 서울 영등포시장 내 구농협 청과물 공판장 폐건물로 옮겼다. 이 당사는 1,500평 규모의 부지에 3층 건물로 농협중앙회와 3월 20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500만원을 지불키로 하고 1년간(만기 2005년 3월 7일)의 임대차계약을 맺은 상태.물론 이 건물 외부는 구공판장 건물 그대로다. 화단 조경공사를 빼고는 외벽을 손댄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민들이 밀집한 시장통 안의 폐건물이라는 ‘허름한’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기로 한 것이다. 건물 외벽에는 김구 선생의 ‘양심건국(良心建國)’ 휘호를 세로로, ‘민주주의와 민생안정을 지켜내겠습니다’라는 구호가 적힌 노란색 바탕의 대형 플래카드를 가로로 걸어놨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대형 걸개형 태극기까지 내걸어 ‘여당’ 당사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반면 외관의 초라함과는 별개로 새로 단장한 내부는 이전의 여의도 당사에 비해 손색이 없게 꾸며 놨다. 폐 공판장 내부의 천막 등 구조물도 모두 치우고 빈 공간에 새로 사무실을 만들기도 했다. 70년대 만들어진 건물이라 화장실 등도 구식이어서 ‘신식’으로 고치는 공사도 끝냈다.또한 전등, 배선, 유리, 벽, 도색, 통신, 기타 편의시설 등 모두 새로 공사했으며 공사비는 약 1억 5,000여만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우리당은 당사이전에 대해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런 취지는 십분 이해하더라도 폐공판장으로의 당사이전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그 때문인지 당사이전 이후 ‘이미지 조작’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 공판장 주변 주민들은 우리당의 공판장 입주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고, ‘언제 나갈지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이유는 단 한가지. 우리당 당사를 포함한 인근부지가 도시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조만간 재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것이다.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당산동1~3가 및 영등포 6~7가(37만㎡)의 경우 지난 2002년 5월 18일 도시계획구역 지구단위계획에 의거, 영등포1지구로 지정됐으며 같은 해 6월 24일 계획이 확정됐다.특히 이 가운데 우리당 당사 건물 및 부지를 포함한 일부 부지의 경우 특별계획구역(조광시장 후적지)으로 지정돼 조만간 재개발에 돌입할 예정이다. 우리당 폐공판장 당사 인근의 상가는 오는 6월 퇴거, 그 자리에 새롭게 신축될 예정인 주상복합건물에 입주키로 했다는 것이다.물론 재개발 일정은 토지주의 뜻에 따른 것이어서 우리당의 폐공판장 당사의 주인인 농협중앙회가 결정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당이 폐공판장 당사를 끝내 사용한다면 인근 개발에 방해가 될 것이고, 만약 재개발 일정에 맞춰 이전 3개월 여만에 다시 퇴거한다면 결국 이번 당사이전은 17대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이런 가운데 인근 상가 주민들은 “우리당이 서민과 함께한다는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오히려 서민의 주거환경 개선을 방해하며 괴롭히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폐공판장 당사 주변의 한 상가 관계자는 “영등포구청이 공판장 부지를 사들인 뒤 건물을 헐고 공원조성을 검토중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며 “그런데 난데없이 우리당이 입주, 도시미관을 해치는 건물을 그대로 방치하게 돼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A모씨는 “농협공판장이 운영중단된 이후 주민들은 하루빨리 이 지긋지긋한 건물이 철거되기를 원해왔다”며 “열린 우리당이 왜 하필 도심의 흉물에 입주해 지역 미관을 헤치는데 앞장서는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이에 대해 이평수 우리당 수석부대변인은 “도시계획구역에 포함되어있는지 모르고 입주했다”며 “그러나 건물철거 및 신축은 건물주인 농협이 결정할 일이고, 2개월 뒤에나 벌어질 일이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왈가왈부할 일도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한편 지구단위계획이란 도시계획구역의 일부에 대해 토지이용을 합리화하고 도시의 기능, 미관을 증진시키며 양호한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수립하는 도시계획을 말한다.
종전의 건축법에 의한 도시설계와 도시계획법에 의한 상세계획을 통합하면서 생긴 제도로서 도시계획구역의 일부에 구역을 지정하고 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에 보편성과 획일성을 특징으로 하는 일반적인 도시계획과는 다르다. 지역여건을 고려해 세부적인 토지 이용계획과 건축물에 관한 세부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이다.지구단위계획은 또 도시계획절차에 따라 입안, 결정되는 도시계획으로 도시계획과 연계해 계획이 가능하고 도시개발법. 택지개발법 등 개별사업법으로 지정된 사업구역에 대한 실시계획과 함께 수립될 수 있다.
김종민 kjm9416@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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