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도 없이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어디까지 발전할까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전화금융사기로 일컬어지는 보이스피싱이 끝도 없이 변형,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것을 이용해 대출을 유도하거나, 금융·수사기관을 사칭해 돈을 가로채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취업준비생들의 채용을 미끼삼거나 상대방의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하는 등의 신종 사기법이 등장해 주의가 요구된다. [일요서울]은 현재 보이스피싱이 어디까지 진화했는지를 들여다봤다.

피해자는 미소금융재단을 사칭하는 사기범으로부터 대출이 가능하다는 전화를 받고 사업자등록증, 통장거래내역, 주민등록증 등을 사기범에게 송부했다. 이후 사기범은 미소금융재단에서는 대출이 불가하여 대부업체 또는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진행해야 하는데, 단기간 신용정보조회가 102건으로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되었기 때문에 3개월 후 통장거래가 정지되니 이를 해제하려면 대출금 1000만 원의 41%인 410만 원을 입금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사기범은 금융감독원에 신고할 경우 통장 모니터링 기간이 단축되어 2개월 후 통장거래가 정지된다고 하며 신고하지 못하도록 피해자를 기만하기도 했다.
사례 2 - 자동차 딜러 취업 미끼로 구직자 통장서 피해자금 인출
사기범은 ‘자동차 수출업’을 하는 무역회사를 빙자하여 구직자 A씨를 차량 딜러직으로 채용시켜 준다고 거짓으로 접근, A씨에게 ‘차량구매금액 전액을 회사에서 지원해줄 테니 A씨의 명의로 차량을 구매하여 회사로 명의 이전 시 차량 수출 마진수익 명목으로 약 2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이후 A씨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A씨 명의 계좌로 3500만 원을 입금 받았다. A씨는 사기범의 요구대로 3500만 원을 인출하여 사기범에게 전달하였으며, 사기범은 A씨로부터 피해금을 받아 도주(A씨는 피해자의 신고로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등록)했다.
사례 3 - 유령회사 합격 미끼로 은행계좌 및 체크카드 요구
대구에 거주하는 피해자 A씨는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를 통하여 콜럼비아 픽△△(유령회사)에 구직을 신청했다. 동사에서는 면접이 지난 토요일(4.9)이었는데 합격자 중 한 명이 사정으로 빠지게 되면서 A씨가 합격되었다며 전화를 걸었다. 사기범은 A씨의 주민등록번호를 확보하기 위해 이력서 제출을 요구하고, 동시에 급여계좌 및 ID카드 등록 목적을 빙자하여 거래은행 및 계좌번호를 문의했다. 또 사기범은 체크카드 확보를 위해, 회사 보안상 체크카드를 이용해서 출입증을 만들기 때문에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유도하고 택배를 통해서 체크카드를 보낼 것을 요청했다. 피해자는 체크카드 발송 이후 회사가 전화를 받지 않아, 이상한 느낌이 들어 통장내역을 확인하니 출처불명의 자금거래가 발생하였으며,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A씨를 수사기관에 신고, A씨는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금융회사에 등록됐다.
이처럼 금융감독원이 올해 1분기 신종 보이스피싱 사례를 조사, 발표한 데 따르면 사기범들은 첫 번째로 금융당국의 제도개선 내용을 범죄에 악이용하고 있다.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되었다며 이를 해제하기 위해서 금전 입금을 요구하거나 민생침해 5대 금융악을 척결하기 위한 특별대책 문구를 사용해 파밍(정상적인 홈페이지 주소로 접속하여도 피싱(가짜)사이트로 유도되어 범죄자가 개인 금융 정보 등을 몰래 빼가는 수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채용·과태료 미끼, 카메라 인식 이용 등 주의 경보
‘직접 훔치러 갑니다’ 절도·대면편취형 수법도 등장
또 대포통장 확보 및 자금인출이 어려워지자 구직자를 기만, 구직자로 하여금 자금인출을 유도한다. 저금리로 정부지원자금 대출을 받게 해준다며 고금리대출을 받게 하고 이를 편취하는 경우도 있다. 휴대전화 악성 코드를 설치해 은행 앱과 동일하게 생긴 앱을 만들고, 카메라를 보안카드에 대도록 유도한 뒤 이를 스캔해 정보를 빼가는 큐싱 사기도 생겼다. 주정차를 위반했다며 구청 과태료 통지서를 위조, 발송하는 방식도 비일비재하다.
아울러 신종 보이스피싱 중에는 절도형 범죄도 있다. 절도형 보이스피싱이란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통장에 있는 돈을 다 빼서 집에 보관하도록 만든 뒤, 그 집에 침입해 돈을 훔치는 수법이다.
또 다른 유형인 대면편취형은 공기관 직원을 사칭한 조직원이 직접 피해자를 만나 예금을 국가에서 보호해주겠다며 속인 뒤 돈을 건네받아 도주하는 방식이다. 나날이 범죄 유형이 다양화 되는 모습이다.
실제 경찰청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 통계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사범 수도 2007년 2221명에서 지난해 1만6180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도 2007년 434억 원에서 지난해 107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신종 보이스피싱이 출현한 배경에 대해 “정부기관을 사칭하며 금전을 편취하는 유형의 보이스피싱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면역력이 강화됐고, 대포통장 근절 대책 및 처벌 강화로 대포통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짐에 따라 사기범의 대포통장 이용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됐다”고 설명했다.
수사당국도 보이스피싱의 수법이 다앙해지고 피해사례가 많아짐에 따라 여러 가지 대응방안을 강구, 보이스피싱 근절에 역량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은 이미 보이스피싱 전담수사팀을 꾸리기로 결정한 상태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박민표)는 지난달 5일 ‘전국 18대 지검 강력부장·조직폭력 전담부장 및 전담검사 화상회의’를 열고 보이스피싱 근절 대책을 논의했다. 대검찰청은 앞으로 전국 각 검찰청은 조직범죄 전담검사를 주축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려 보이스피싱 범죄자료를 수집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하기 위해선 철저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한다. 금융감독원은 “급여계좌 등록은 실제로 취업한 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등록을 위해서는 본인 명의 계좌번호만 알려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에게 체크카드 등을 양도하는 행위는 일절 금지다”면서 “신용정보 조회만으로는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되지 않으며, 설령 등록된 경우라 하더라도 금전 지급을 통해 해제할 수 없다”고 알렸다.
포탈사이트에서 금감원 팝업창이 뜨는 경우는 파밍일 가능성이 높으니 악성코드 감염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정상적인 금융기관은 저금리대출을 받기 위해서 고금리 대출을 먼저 받으라고 요구하지 않는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