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회장 이동걸)에 대해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조선·해운업 불황 등의 영향으로 난관에 봉착한 가운데 비효율적 방만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등의 목적으로 투자한 5곳 중에서 3곳꼴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성과급과 평균 연봉이 매해 지적되고 있음에도 바뀌지 않고 있다’는 등의 지적이 나온다. [일요서울]은 먹구름이 잔뜩 낀 산업은행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적자폭 기록
산업은행, “수치상 다소 과장된 부분 있어”
산업은행은 지난해인 2015년,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많은 적자를 기록했다. 조선·해운업 등의 경영악화로 수조 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고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등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러한 모습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실제 산업은행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대규모 부실 등으로 1조8951억 원의 적자를 냈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 4조9000억 원 적자 이후 가장 큰 폭이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은 부채도 2013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결 재무제표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부채는 2013년 말 148조9437억 원에서 2014년 말 247조42억 원, 2015년 말 275조5494억 원으로 늘었다.
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을 살펴보면 2014년 2.49%에서 2015년 5.68%로 증가했는데, 그 규모는 7조326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정이하여신이란 금융기관의 대출금 가운데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뜻한다.
더욱이 산업은행이 부실채권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부실기업들의 경영상황 개선이 급선무인데,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또 악화되는 상황 속에 산업은행의 비효율적인 경영 방식이 문제라는 책임론도 불거진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 등의 부실을 관리하지 하지 못해 작금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됐지만 산업은행은 재무 책임자까지 파견하고도 사실 확인조차 하지 못한 바 있다.
투자처 중 절반이 손실
아울러 재벌닷컴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올해 1분기 말 지분 보유나 출자 등의 형태로 투자한 기업은 145곳이며, 그 가운데 85곳에서 평가 손실이 났다. 투자처 중 손실을 보고 있는 곳이 절반이 넘는 58.6% 수준인 것이다. 평가 손실 총 규모는 2조9600억 원으로 원금의 8.1%를 손실했다. 이는 기업 지분 투자에서 손실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업은행은 기업 지분에 3조6870억 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산업은행이 투자한 기업 지분의 현재 장부가액은 1조2298억 원이다. 일례로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원을 위해 사모펀드를 조성해 대우건설 지분을 사들였다. 여기서 8606억 원의 손실이 났다.
더불어 산업은행이 ‘제 역할’은 못하면서 ‘제 식구 챙기기’만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책은행 자금지원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은행 임직원들이 받아가는 ‘억’ 소리나는 연봉과 성과급이 마땅하냐는 지적이다.
1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2015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기본급 1억8434만7000원에 성과상여급 1억8114만8000원을 받아 총 3억6549만5000원을 수령했다.
2014년 3억3412만4000원(기본급 1억8114만8000원, 상여금 1억5397만6000원)보다 9.4%(3137만1000원)나 증가한 액수다. 올해 산업은행 회장 기본급은 지난해보다 6% 오른 1억9533만4000원으로 결정됐다.
산업은행 직원들의 급여도 2015년 평균 9435만 원으로 적지 않다. 또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직원 1명이 올해 받은 수당은 고정과 실적 수당을 합쳐 2120만 원에 달한다.
적자에도 연봉은 두둑
결국 실적이 좋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수당을 올리고, 기관장에게 1억 원이 넘는 연봉을 지급했다는 결론이다. 특히 산업은행의 ‘돈잔치’ 논란은 매해 국정감사 때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올해 역시 달라지지 않는 꼴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당국과 산업은행의 온도차는 뚜렷하다. 당국은 산업은행에 대한 압박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부터 산업은행이 채권기업의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해왔는지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성과연봉제 도입은 국책은행에 요구되는 자구 계획”이라며 “철저한 자구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본 확충이 아무리 시급해도 국민에게 이해받기 힘들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선언한 상태다.
다만 산업은행은 단순 수치만 놓고 투자 손실 등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분 투자 손실율이 높다는 지적에 “지분법 평가 주식을 시장가가 아닌 원가법을 적용, 장부가액이 과소평가된 부분이 있다. 올해 대우증권과 쌍용양회 지분 일부를 처분해 7000억 원 이상 매각 차익도 거둔 사례도 있다”고 반박했다.
또 연봉과 수당은 “아직 2016년도 예산이 집행되지도 않았는데, 이를 비교대상으로 삼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또 정책금융공사와 분리됐다가 다시 합쳐지는 과정에서 기본급과 수당 등 보수체계를 정리했다. 기본금 일부가 수당으로 잡혔는데 이를 두고 오해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과연봉제의 경우 “우리는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면에서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