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맹주로 자리매김한 공룡군단…흔들림 없는 5선발·타선도 폭발
빈자리 채운 1군 동행프로젝트…빠른 발 야구 물음표를 느낌표로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차지한 두산 베어스가 시즌 초반 1위를 수성하며 맹주를 자처하고 있지만 신흥 강호로 평가받는 공룡군단 NC 다이노스와 화수분 야구를 선보이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의 비상에 국내외 야구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욱이 명문 구단으로 평가받던 삼성 라이온스의 추락을 비롯해 여전히 부진에서 못 면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엘지 트윈스, 기아 타이거즈 등과 대비되며 신흥 강호들이 이끌고 있는 세대교체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개막 2개월차에 접어들면서 2016 한국프로야구 시즌 구단들의 명암은 명확히 엇갈리고 있다. 특히 지난겨울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우승을 노리고 있던 한화의 경우 여전히 날개 잃은 새마냥 반등에 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고 지난해 불법도박 파문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삼성도 중위권을 유지한 채 위축돼 있다.
그러는 사이 NC의 거침없는 5월 행진은 타 구단의 가슴을 쓰리게 할 정도로 맹위를 펼치고 있다. NC는 지난달 29일 롯데 전부터 시작해 8연승 행진을 이어왔다. 물론 지난 11일 한화전에서 일격을 당해 연승 행진의 막을 내렸지만 지난 12일 12-1이라는 설욕전을 펼치며 자신들의 위상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약속의 5월 원동력…
완벽한 투타 균형
에릭 해커-재크 스튜어트-이재학-이태양-이민호로 구성된 5선발이 흔들림 없이 잘 돌아가고 있고 나성범-테임즈-박석민-이호준으로 이어지는 타선 역시 연일 위력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약점으로 평가된 불펜진 역시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하며 리그 전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중심타선 이외에도 이재율을 대신해 1군에 올라온 김준완이 지난 11일 대전 한화 전까지 19경기에 출장 타율 0.288(52타수 15안타) 16득점을 기록하며 떠받치고 있고 최근 6번 타순에서 자리 잡고 있는 박석민도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박석민은 앞서 5번 타순에서는 출전 빈도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이었지만 6번으로 출전하며 부담이 준 탓에 타율이 0.229에서 0.333까지 끌어올리며 상대 투수들을 압박하고 있다.
더욱이 NC는 8연승 중 선발승이 6승에 이르고 홈런이 14개나 쏟아져 나오며 경기당 1.57개 씩을 만들어냈다. 결국 NC는 선발투수들이 길게 던져주고 타선에서는 장타가 펑펑 나오면서 어느 곳 하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상대 팀을 고심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NC의 고공행진에는 김경문 감독의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 NC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승률 5할을 간간히 맞추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시즌 초반부터 쉽게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 항간에는 NC가 우승후보라는 점에 의문부호가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우리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진정한 레이스는 시즌 중반부터라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어 6월에도 어떤 승부수를 선보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감독의 행보는 최근 추락을 거듭하는 김성근 한화 감독과 대비된다. 물론 각 구단 간의 사정이야 다르겠지만 연일 파격적인 대진표를 내놓으며 조급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과는 정반대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어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관심사가 됐다.
원종현 복귀…
불펜강화로 진검승부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그저 운이 따랐을 뿐”이라고 답할 뿐이다. 그는 “5월에 강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근거가 없다”면서도 “4월에 고전을 할 때도 선수들에게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처져있지 않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약속의 5월을 완성하고 있지만 더욱 멀리 내다보고 있다. 성적이 잘 난다고 해서 급하게 팀을 운영할 생각이 없다는 게 그의 의지다. 김 감독은 “6월에는 원종현이 돌아온다. 원종현이 다섯 번의 불펜투수를 했는데 145km까지 나온다. 5월 말에 팀에 합류시켜 팀과 호흡을 맞추고 하면 6월에는 쓸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더욱이 그는 “6월부터는 연승과 연패의 느낌이 또 다르다. 6월의 3연패는 4월의 5연패보다 더 크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6월 2군에 내려가 있는 김진성과 임정호, 그리고 원종현이 오면 불펜이 안정감 있게 돌아갈 수 있다”며 우승을 향한 진검승부를 예고했다.
올 시즌 대반전의 주인공 중 하나는 바로 넥센이다. 넥센은 최근 SK 와이번스와 3위 자리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가운데 5월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2일 부산 롯데 전에서 1-8이라는 패배를 기록했지만 앞서 열린 경기서 16-2라는 대승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뜨거운 방망이를 선보이고 있다.
반등 신의 한 수
그러나 염경엽 넥센 감독은 이 같은 우려를 기분 좋게 날려버렸다. 우선 넥센의 숙원이었던 선발야구가 드디어 이뤄지면서 마운드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간 넥센은 2013년부터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외국인 원투펀치를 제외하면 선발이 취약했다. 이에 타자의 힘으로 팀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올 시즌 외국인 2명 외에도 토종선발이 자리를 잡으며 반전을 이끌고 있다. 선발 경험이 있는 양훈 외에 신재영, 박주현이라는 영건이 탄생하면서 5선발 체제가 확실하게 돌아가고 있다. 코엘로-피어벤드-양훈-박주현-신재영, 이들 5명의 평균자책점은 3.66에 불과하다. 이들이 쌓은 승수는 모두 13승에 달한다.
여기에 올 시즌 넥센 투수진의 환골탈태도 눈에 띈다. 볼넷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현재 넥센은 74개를 허용하며 10개 구단 중 최소 볼넷 1위에 올랐다. NC를 제외하고는 모두 100개 이상의 볼넷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달라진 투수실력을 갖추기까지 넥센 코칭스테프의 노력도 한몫 했다. 공격적인 투구로 빠른 승부를 내겠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특히 신재영의 경우 올 시즌 7경기 41.2이닝 동안 볼넷이 단 1개에 불과하다.
화수분으로 만개
공백이 큰 타선에서도 넥센 특유의 화수분 야구가 살아나면서 빈자리를 속속 채워 큰 힘이 되고 있다. 임병욱, 박정음, 서건창과 함께 테이블세터로 나오고 있는 고종욱 등 새로운 얼굴들의 활약이 인상적이다. 특히 대체 전력으로 나오는 선수들이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시즌 초반 주전 중견수로 나오던 임병욱은 0.1대 타율에서 이제는 0.25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에 주로 백업 역할을 맡고 있지만 깨소금 노릇을 하고 있는 박정음은 타율 0.34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10개 팀 중 1위를 달리는 도루도 팀 성적을 견인하고 있다. 염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주력 거포들이 빠져나간 만큼 ‘뛰는 야구’를 펼치겠다고 천명했다.
그의 말처럼 실제 넥센은 시즌을 시작하면서부터 열심히 뛰고 있다. 그 중심에는 주전급 4명인 김하성(7개), 고종욱(6개), 서건창(6개), 임병욱(5개)이 자리잡고 있다. 또 김민성과 유재신이 각각 2개씩을, 박동원과 박정음, 이택근이 각각 1개씩의 도루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넥센표 화수분 야구를 선보이고 있는 염 감독의 지략이 거포들의 빈자리를 어디까지 채워나갈지도 올 시즌 가을야구 향방을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올 시즌 선보이고 있는 넥센포 화수분 야구는 이미 염 감독의 머릿속에서 계산된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부임 당시부터 신인발굴을 위해 병행하고 있는 ‘1군 동행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염 감독은 2013년 부임 후 신인급 선수 1명을 골라 1군에서 함께 하고 있다. 이는 미래 자원 육성을 위함으로 1군 현장을 직접 보고 느끼게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2013년 투수 조상우를 필두로 2014년 내야수 김하성, 2015년 외야수 임병욱이 이 프로그램에 동참했고 이들은 현재 1군 주전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결국 매 시즌 모든 선수들을 키울 수 없기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팀전력 극대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는 포수 주효상이 이번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어느새 한국프로야구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넥센과 NC의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특히 기존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형님 구단의 몰락은 달라진 야구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낙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탄탄한 신뢰 속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매년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신흥 군단들은 보다 넓은 보폭으로 한국식 선진 야구문화를 개척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야구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이들이 엮어내고 있는 대반전이 올 시즌 형님구단들의 전유물이었던 한국시리즈까지 점령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