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정운호發 브로커 실체
속속 드러나는 정운호發 브로커 실체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6-05-09 09:45
  • 승인 2016.05.09 09:45
  • 호수 1149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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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실명 거론하며 ‘사업 해결’ 주장…진위 분석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검찰 수사가 한창이다. 양파껍질처럼 벗기면 벗길수록 새로운 게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모든 사건에 공통점이 있다. 브로커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법조계·재계·군부대·경찰수사 무마 등 6일 현재까지 드러난 브로커의 활동범위는 다양하다. 그렇다면 대체 이 브로커들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靑수석-차관, C 고위공직자도 거론된 수상한 거래
마당발 인맥 과시 투자 권유…구명로비·사업 청탁

정 대표는 사업을 확장하거나 자신의 형사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다양한 브로커들에게 일처리를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이 부분을 예의주시하며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정 대표의 다양한 로비 의혹을 철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로커들을 통해 로비 대상들에게 흘러간 돈이 얼마인지, 자금의 원천이 네이처리퍼블릭 회삿돈인지 등을 규명하는 것이 검찰의 우선 과제라고 덧붙였다.

로비 캐다 뇌관 건드렸다

▲ <뉴시스>
실제로도 정 대표 사건에는 두 명의 핵심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우선 법조 브로커로 알려진 이모씨다. 횡령 혐의 등으로 실형을 받기도 했다.
코스닥 상장사와 유명 호텔, 건설사 임원 등 여러 직함을 가진 이 씨는 현재 도피 중이다.

이번 법조 게이트의 시작이 됐던 정 씨의 항소심 재판장인 임모 부장판사를 만났던 것도 이 씨였다.
이 씨는 고교 동문인 검사장 출신 H 변호사를 정 대표에게 소개했고, 심지어 폭력조직 범서방파와 정 대표를 이어줬다는 의혹까지도 사고 있다.
2014년 고교 동창과 대화하며 당시 대통령비서실 수석, 정부 부처 차관, 현직 부장검사 등을 동원해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도 알려진다.

검찰 관계자는 “이 씨가 알려진 것보다 더욱 큰 브로커인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지하철 화장품매장 입점 로비 의혹으로 이미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였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8월 지하철 1~4호선 매장 68개를 각각 34개씩 A·B구역으로 나눠 입찰을 진행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두 구역에 대해 163억 원과 149억 원을 써내 기존 업체를 밀어내고 68개 매장 운영권을 따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서울시 고위공무원 C씨의 연루 의혹도 제기된다. 사정기관도 이 부분에 대해 내사를 진행하면서도 발표에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진다. C씨의 경우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하고 대선주자로 거론되기도 한다.

군납 브로커 한모씨도 주목받고 있다. 여러 곳에 사업체를 운영하며 정·재계에 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는 게 정 대표가 검찰에서 한 진술이다.
현재 한 씨가 받고 있는 가장 큰 의혹은 두 가지다.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의혹과 군마트 납품 로비다.

검찰은 한 씨가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의 친분을 활용해 네이처리퍼블릭이 롯데 면세점에 입점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보고 있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롯데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정 대표가 한씨 등과 해외에서 만남을 가졌다는 첩보까지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도 손을 쓴 의혹을 받는 브로커가 등장한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서 정 대표가 카카오 카지노에서 300억 원대 판돈을 쓴 내역을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마카오 공무원과의 확인과정에서 CCTV확보 및 수사공조 실패로 누구인지 확인치 못해 불구속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 로비의혹이 불거졌다. 현재 경찰은 로비의혹을 전면부인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정 씨의 짧은 기간 성공이 중요 고비 때마다 역할을 한 브로커들의 로비 덕분이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포럼, 골프 통해 인맥 형성

그렇다면 브커들의 인맥 형성과정은 어떻게 될까. 이와 관련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포럼과 골프 모임을 통해 자연스러운 만남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특히 포럼의 경우 모임 멤버 중 고위직 한 명을 소개받으면 자연스럽게 많은 이들과 교류가 이루어진다고 귀띔한다.

실제 브로커 이모씨의 경우도 A부장판사와 지난해 3월∼6월 진행된 한 최고경영자과정 포럼에 함께 등록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포럼은 정·관계, 법조계, 재계, 연예계, 언론계 인사 51명이 구성원이었다.
법조계의 경우 법원에선 A 부장판사가 있었고, 검찰에선 한 검찰청의 차장검사와 지방의 한 지청장이 이 과정을 이수했다.

현역 국회의원은 여당과 야당 각 1명이 포함됐고, 중앙부처 국장급 간부 2명과 공기업 임원 등도 있었다.
포럼에서 브로커 이 씨는 A 부장판사와 안면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정 대표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되기 전이었다. 다만, 이 씨는 매주 열린 포럼 모임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이외에도 비슷한 성격의 여러 모임과 행사에 참여하며 각계 각층 인사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하나가 골프모임이다.

한편 정 대표의 만기출소일이 한 달도 채남지 않았다.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8개월의 실형을 받고 지난해 10월 6일 구속집행이 이뤄졌다. 항소심 선고대로라면 오는 6월 5일 출소한다.
따라서 검찰 입장에선 정 대표가 만기출소 하기 전에 이 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됐다.
검찰은 이 씨의 신병을 미리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정 대표가 출소 후 이 씨와 접촉을 시도, 서로 말을 맞출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로비 창구로 알려진 한 씨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일각에선 검찰 내부와 정치권 등으로 파문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사건을 중도에 덮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그 같은 우려 등을) 염두에 두고 검거팀이 적극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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