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vs 쉐보레 치킨게임에 웃는 삼성·LG
기아차 vs 쉐보레 치킨게임에 웃는 삼성·LG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6-05-09 09:36
  • 승인 2016.05.09 09:36
  • 호수 1149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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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 주인은 따로 있다?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국내 경차 시장 1, 2위를 다투는 기아자동차와 한국GM의 쉐보레가 장외경기에서도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모닝’(기아자동차)과 ‘스파크’(쉐보레)는 각각 사은품으로 삼성 에어컨과 LG 냉장고를 내놨다. 이는 차 값의 5~6분의 1에 육박한다. 경차 시장 선점을 위해 벌어진 양사의 경쟁이 해를 거듭할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사은품을 타지 못한 소비자들의 볼 멘 소리도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양사의 경쟁이 가전업체들을 웃음짓게 만들어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어컨 vs 냉장고 장외경기…‘제 살 깎아먹기’
며칠 차이로 혜택 못 본 소비자들은 “아쉬워”

한국GM 쉐보레(이하 쉐보레)는 5월 중 스파크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100만 원 할인이나 LG전자의 프리스타일 냉장고 중 한 가지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GM이 제공하는 LG전자의 냉장고 가격은 200만 원 상당이다. 스파크의 가격이 1015만~15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 가격의 20~30%에 달하는 상품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는 기아자동차가 모닝 구입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벤트를 견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아자동차는 지난 4월부터 모닝 구매 시 100만 원 할인이나 삼성전자의 무풍에어컨을 제공하고 있다. 또 최저 1.5% 초저금리 및 70만원 할인 혜택도 내세웠다.

모닝 가격은 915만~1480만 원이다. 이벤트로 내건 삼성전자 무풍에어컨은 240여만 원 상당에 이른다. 기아자동차 역시 차 가격의 20~30%에 달하는 제품을 사은품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일요서울]이 방문한 쉐보레 다수 대리점 관계자들은 “기아자동차가 지난달부터 이런 행사를 진행한 것 때문에 저희도 경품행사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결혼을 준비하는 신혼부부들이 냉장고를 받아가는 편”이라며 “모닝과 경쟁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 경쟁사 전략을 경계할 수밖에 없고, 이런 이벤트도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양사의 파격적인 판매 이벤트는 국내 경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아자동차 모닝은 지난 1월 5209대를 판매하며 스파크 4285대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월에 접어들면서 스파크가 5852대를 팔며 모닝 5727대를 추월했고, 3월 역시 스파크가 9175대, 모닝 7215대가 판매돼 쉐보레가 두 달 연속 1위 자지를 차지했다.

또 스파크는 국내 최다판매 모델(쌍용자동차 제외)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GM의 차량이 국내 베스트셀링 모델에 이름을 올린 건 회사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모닝이 2011년 2세대 차량 출시 이후 6년째를 맞으면서 현행 모델이 노후화되면서 스파크에 약세를 보이게 됐다고 보고 있다.

이후 기아자동차는 1위 탈환을 위한 대대적인 판촉전에 나섰다.

복수의 기아자동차 대리점 관계자들은 “판매 견인 효과를 노린 이벤트”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현재 제공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에어컨은 시중에서 사려면 240만 원대다”며 “다른 할인 프로모션보다 에어컨을 받아가는 게 더 이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아자동차와 삼성전자가 MOU를 맺고 대량으로 구입하면서 이벤트 진행이 가능해진 것”이라며 “혹시 품질이나 재고떨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판촉 배경은

양사가 판매 전략에 힘쓰는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차 구입을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환영을 받고 있지만 며칠 차이로 이 같은 혜택을 누리지 못한 소비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 한 소비자는 “이벤트 행사 직전에 풀옵션으로 차를 구매했는데 사고 나서야 행사 소식을 알게 돼 가슴이 쓰리다”고 전했다.

또 이 같은 판매 전략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점에서 “차량 구입 시기도 복불복인 것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앞서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8월 쉐보레가 스파크 신형 모델을 내놓으면서 1위 자리를 뺏어가자 김치냉장고를 사은품으로 내놨다. 이 결과 기아자동차는 올해 1월까지 1위의 승기를 잡아왔다.

쉐보레는 지난달 사은품을 내놓진 않았지만 100만 원의 현금 할인 또는 50개월 1% 할부 프로그램 제공을 판매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양사의 판촉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치킨게임’에 대한 우려감도 나온다.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판매가격이 낮은 경차는 수익성이 높지 않은 차종이기 때문에 차 가격의 2~30%에 달하는 사은품 제공으로 경쟁을 벌이는 건 치킨게임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이 같은 파격 행사가 1위 탈환에 영향을 주지 못한 결과도 우려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모닝이 지난해 김치냉장고로 판매량 증가 재미를 봤던 것과 달리 올해에는 이 전략이 통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GM이 발표한 4월 판매 실적에 따르면 쉐보레의 스파크는 7273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기아자동차 모닝은 5579대가 판매됐다. 기아자동차가 한 달 먼저 파격 사은품 제공 이벤트를 시작했지만 판매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수익성 악화될까 우려

더욱이 이번 5월 스파크의 기아자동차 견제 마케팅이 진행되고 있어 스파크의 판매 호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모닝은 하반기 완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어 대기수요가 쌓여 있기 때문이란 풀이도 나온다.

이렇다 보니 양사 경쟁의 최후 승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아자동차와 쉐보레와 협력관계에 있다. 기아자동차는 광주공장 이웃인 삼성전자 제품을 사은품으로 선정했으며, 쉐보레는 전기차 ‘볼트’ 등에서 협력하는 LG전자의 제품을 지정했다.

다만, 두 차량 모두 3월에 판매 추이가 폭등했다. 국내 경차 시장 전체를 놓고 볼 때에는 판촉경쟁에 따른 경차 판매량이 늘어난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1분기에 국내에서 자동차 5사의 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5.7% 늘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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