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이창명, 계속 이어지는 거짓말…물증 없어 혐의 예측 불가?
'음주운전' 이창명, 계속 이어지는 거짓말…물증 없어 혐의 예측 불가?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6-05-06 22:16
  • 승인 2016.05.06 22:16
  • 호수 1149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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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침범하고, 보행자 있는데도 신호 위반하고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지난 20일 차량이 반파되는 교통사고를 낸 뒤 차량을 버리고 21시간가량 잠적하는 소동을 빚은 개그맨 이창명(46)이 결국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입건돼 형사 처벌을 눈앞에 두게 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창명은 지난달 20일 오후 1118분경 자신의 차량(포르쉐)를 몰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병원 삼거리 교차로에서 보행신호기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차량을 그대로 방치한 채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창명은 자신이 저지른 사고임에도 불구, 견인조치 등 뒷수습 일체를 매니저에게 맡긴 뒤 현장에서 사라지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 대중의 질타를 받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1일 오후 8시경 자진 출두한 이창명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확인하기 위해 음주측정기기를 사용하고 채혈검사까지 했지만 거의 하루가 지난 터라 알코올 잔량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창명이 사고 직전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자신의 휴대폰으로 대리운전 기사를 요청한 점으로 볼 때 사실상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사고 당일 이창명은 오후 630분부터 약 4시간가량 지인 5명과 함께 여의도 모 식당에서 술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했다고 밝힌 뒤 당시 이창명 일행은 41도짜리 독한 소주 6, 생맥주 5009잔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창명과 동석했던 지인들은 한사코 이창명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술자리에서 나오는 길에 이창명이 직접 대리운전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는 것만으로도 음주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음주운전 정황 포착
 
경찰에 따르면 이창명은 이날 1057분경 자신의 휴대폰으로 직접 대리기사를 불렀다가, 해당 장소로 보낼 기사가 없다는 대답을 듣고, 119분경 요청을 취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날 이창명이 중국 소주 1병과 맥주 1잔을 마셨다고 보고, 위드마크 공식으로 당시 이창명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추산했는데, 면허취소 수치인 0.16%가 나왔다고 한다.
 
위드마크 공식은 마신 술의 양, 알코올 도수, 알코올 비중, 체내 흡수율을 곱한 값을 남녀 성별에 따른 위드마크 계수와 체중을 곱한 값으로 나눠 특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를 산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위드마크 공식을 이용한 수사 결과가 법원에서 유죄 증거로 인정된 사례는 드물지만 경찰은 이번만큼은 정황 증거가 많다며 자신하고 있다.
 
이번 사건 정황 증거로는 이창명이 사고 직전까지 술자리에 있었고 이창명이 사고 후 현장을 떠난 점, 이후 행적에 대한 거짓말, 폐쇄회로(CC)TV 영상, 대리운전을 부른 후 오지 않자 본인이 운전했다는 것 등이 제시된다.
 
경찰 관계자는 여의도 인근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사고 당일 이창명의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고 보행자가 있는데도 신호를 위반하는 등 음주운전을 의심케 하는 정황도 포착된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창명 외에 동석자들을 조사하고 이씨의 휴대전화를 압수, 문자메시지 등을 복원해 조사하는 중이다.
 
반성은 뒷전
 
이창명은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놓고 반성하기는커녕 계속 거짓말을 이어가 대중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우선 현장에 남아 있는 매니저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본 후 과태료 고지서 등에 나와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 차량 운전자인 이창명과의 통화를 시도했다.
 
경찰이 이창명과 처음으로 통화한 시각은 420일 오후 1149. 사고가 발생한 지 20여분이 지난 시각이었다. 당시 사고 지점으로부터 20m 떨어진 성모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었던 이창명은 바로 인근 병원에 위치하고 있었으면서도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천연덕스럽게 저는 모르는 차량이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이튿날 오전 125분경 이창명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정말로 당신이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게 아니냐고 재차 질문했다. 그랬더니 이창명은 후배가 운전을 한 것 같다고 아무렇지 않게 둘러댔다.
 
이창명의 거짓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1일 오후 8시 자진 출두해 경찰 조사를 받는 자리에서 음주운전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원래 술을 전혀 못한다며 음주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또한 이창명은 기자들에게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며 음주운전을 한 사람이 어떻게 병원에 직접 갈 수 있었겠느냐음주 여부에 대한 자료가 병원에 다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직후 병원에 들렀다 곧장 대전으로 내려갔다는 이창명의 주장도 거짓이었다.
 
이창명은 기자들에게 사고 직후 가슴 부분의 고통이 심해 인근 성모병원에서 CT 촬영을 했다면서 때마침 대전에서 급한 약속이 잡혀 매니저에게 뒷수습을 부탁한 뒤 바로 내려갔던 것이라고 해명했던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이창명과 도통 연락이 닿지 않고, 소재지조차 파악이 안 된다며 수사 진척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임을 토로했었다.
 
이창명은 사고 직후 연락이 두절됐던 이유에 대해 대전으로 급히 내려가는 바람에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돼 전화를 받지 못했던 것이라며 고의로 경찰 전화를 회피한 게 아니다고 경찰 진술 조사에서 해명했었다.
 
하지만 경찰이 휴대폰에서 삭제된 데이터를 복구한 결과 이창명의 휴대폰이 줄곧 꺼져 있던 중간에 잠시 켜졌다가 다시 꺼진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배터리가 방전됐었다는 말도 거짓이었던 것.
 
또한 이창명은 사고 당일 대전에 사업상 중요한 약속이 잡혀 경찰 조사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과는 달리 대전이 아닌, 서울 강남의 모 호텔에서 잠을 잔 뒤 다음날 아침 일찍 대전으로 내려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20일 오후 여의도 모 식당에서 술을 마신 일행과는 다른 방에 있었다는 이창명의 해명도 거짓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에서 이창명은 자신은 원래 술을 못 마시는 체질이라며 당시에도 다른 방에서 술 대신 참치나 연어 등 다른 메뉴를 먹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식당 종업원이 그날 이창명과 5명의 지인들이 모두 한 방에 있었고 안주와 술을 함께 주문했었다고 밝혀 이창명이 또 거짓말로 둘러댔음이 드러났다.
 
이렇듯 경찰 조사 결과 이창명의 음주를 의심해볼 만한 다양한 정황 증거들이 포착된 상태다. 게다가 경찰에게 공황장애와 과호흡증 때문에 이런 조사를 받기 힘들다며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 대해 불응한 것도 법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있다.
 
하지만 경찰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으로 나왔기 때문에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음주 수치는 그야말로 추정치에 불과하다는 약점이 있다상식적으로 이창명의 행적이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인 것은 분명하나, 결정적인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정황 증거만으로 이창명의 음주 혐의가 사실로 받아들여질지는 예측하기 힘들다는 소견을 밝혔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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