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로 끝난 총선 결과가 대선후보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야권후보의 2강 체제가 고착화되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5월 연휴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대표가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대표가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하지만 호남에서 안 상임대표가 문 전 대표를 약 2배 가량 리드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호남 구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김무성 - 미 보수당 트럼프 비교 대상
-10년간 유권자 표심, “더 미운 X 때리기” 행태
또 다른 특징은 새누리당 대선후보군의 약세다. 당내 대선주자 중 부동의 1위였던 김무성 대표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총선 패배로 반토막난 가운데, 종로에서 낙선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대안 인물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믿음직스런’ 지지율은 아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후보군에 넣으면 새누리당 지지층의 쏠림현상이 나타나지만 이 역시 ‘신기루 지지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래저래 대선 시장에 내놓을 ‘상품’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만일 새누리당 지지층의 지지가 여론조사 상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대표로 일부만 이동한다면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 여론조사 응답과 실제 투표행위는 차이가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착시’가 정치판을 뒤덮는 안개 정국에 돌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안개 정국에서 최후 승자는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자신의 상황에 최적화된 행보를 일희일비 하지 않고 걷는 사람이 될 것이다.
물론 향후 정국의 키를 쥔 사람은 문재인 전 대표와 김무성 대표다. 문 전 대표는 ‘엇박자’가 날 때 지지율 하락이 있어왔다. 이번 지지율 역시 지난 조사보다 다소 하락한 수치인데 이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의 ‘말씨름’이 원인이다. 문재인-김종인 회동 이후 ‘합의 추대론’과 전대 일정 등에 대해 앙금 섞인 말들이 부정적 뉴스로 보도되면서 지지율이 다소 하락했다. 총선 기간 동안에도 유세 동선과 관련해 매끄럽지 못한 말들이 당 지지율 정체를 가져왔던 사례의 반복이다.
따라서 문 전대표가 향후 고심하고 신경써야 할 내용은 ‘포용적 리더십’이다. 정치인의 행위는 행위 자체가 항변이고 이유고 결과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이 부분이 자연스럽지 못했고 그것이 늘 ‘정치력의 부재’로 연결되어 왔다. 이제 국민의당이 원내에 진입했고 안철수 상임대표가 대선 일정의 상수로 자리매김 된 이상 ‘문재인식’ 포용력이 어떻게 발휘될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2012년 후보단일화 협상 당시 유권자와 지지자들에게 보여줬던 ‘불편함’이 2016년에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차별화 되어야만 대선 고지를 넘어서는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한편, 김무성 대표는 매우 안 좋은 상황에 처해 있다. 당의 외연은 축소되었고 당 내부 역시 자신의 지지세를 확장하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 대선후보는 임기말을 앞둔 대통령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데 이번 총선 결과 박대통령의 당내 입지는 오히려 강화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미래 권력으로 추앙받던 김 대표의 자리가 여의치 않게 되었다.
더구나 공천 과정에서 대통령과의 관계를 너무 의식해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제대로 내지 못한 것 역시 김무성 리더십에 상처를 냈다.
김무성 대표가 대선주자 1위에서 빠르게 이탈한 이유는 총선 패배란 결과도 영향이 있지만 선거 과정에서 지나치게 몸조심하는 이미지가 리더로서 마땅치 않게 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결국 김대표가 현재의 상황을 헤쳐나올 키워드는 본인 스타일의 ‘강력한 리더십’을 표현해낼 때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점에서 미국 대선에서 백인보수층의 대변자로 낙점된 트럼프야말로 김 대표의 연구 대상이 아닐수 없다. 현재 새누리당 대선 후보 중 도널드 트럼프와 가장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을 분류해 보라고 한다면 김무성 대표가 가장 먼저 꼽힐 것이다.
특히 트럼프가 막말, 여성비하, 무식함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음에도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이유에는 ‘할 말을 해대는’ 질러대는 리더십이 주는 후련함 때문이다. 이미지 분석가들은 트럼프와 미국 민주당 후보인 샌더스의 이미지 유사성을 언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두 후보의 공통점으로 ‘기성 체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직선적 비판과 독설을 꼽는다.
트럼프 자신의 캐릭터가 독특하고 또 가치나 도덕을 염두에 두지 않는 듯한 스타일이 언론에 집중 보도되고 있지만 그런 독특한 스타일 안에는 ‘기존의 낡은 방식에 대한 탈피, 또는 변화’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에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주자로 확정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무례하게 질러대는 트럼프 스타일에 백인보수층이 열광하는 배경에는 무한한 기회의 땅, ‘아메리카 드림’이 사라져버린 미국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이라는 해석도 있다. 1980년대 이후부터 지속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세대간 계층이동을 줄어들게 만들었으며 그 수준은 유럽의 국가들보다 낮은 수치를 보인다.
이렇게 변화된 상황에서 억만장자로 성공한 사업가인 트럼프가 롤모델처럼 눈에 들어왔고 기성체제를 향해 앞뒤 안 가리고 질러대는 그의 목소리가 유권자들에게 통쾌함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 미국이나 우리나라가 걸어가는 대선의 여정은 이전에는 전혀 없었던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과 극복을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최초의 남녀 성대결, 얌전하고 매너있는 보수당 후보가 아닌 좌충우돌 언행의 억만장자 인물을 대통령 후보로 뽑은 지지자들 선택의 의미. 여소야대의 3당 체제, 핵심 기반을 잃은 1당 더불어민주당의 뿌리 약한 당내 지도력. 또한 부분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유권자들의 선택이 마지막 총합으로는 절묘한 황금률을 만들어준 상황.
최근 10여 년간 한국사회에 나타난 유권자 표심의 핵심이 ‘더 미운 놈 때려주기’라는 흐름을 보인다. 거기에는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는 정치,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는 정부 행정, 그리고 주택, 교육, 노후 등 생활의 굴레바퀴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운 경제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어 유권자들의 화를 돋구었다는 주장도 제기 된다. 과연 국민의 화를 풀어줄 ‘그 인물’은 최종적으로 누가 될까.
<이은영 여민리서치 대표>
이은영 여민리서치 대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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