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망언 제조기 ‘트럼프’, 백악관 입성하나
역대급 망언 제조기 ‘트럼프’, 백악관 입성하나
  • 권녕찬 기자
  • 입력 2016-05-06 21:29
  • 승인 2016.05.06 21:29
  • 호수 1149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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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막말 공세…세계 각국도 ‘초비상’

▲ 뉴시스

미군 주둔비 한국이 다 내야”, “한국 전쟁하든 말든
한미동맹 휘청위기감 고조북핵 문제 중국에 위임
여성 비하인종 차별인신공격 막말 퍼레이드세계 각국 수치
네거티브 공세 난타전 예상외신, “역대급 지저분한 선거 될 것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세계 최강 미국의 리더를 뽑는 미 대통령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명실상부 미국이 경제적·군사적으로 세계를 이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형 이벤트다. 지난 3(현지시각) 인디애나 경선을 끝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 대진표가 도널드 트럼프 vs 힐러리 클린턴의 맞대결로 사실상 확정됐다. 그러나 여성 성적 비하, 인종 차별, 인신공격 등의 막말로 온갖 구설수에 올랐던 트럼프가 본선에 오르면서 세계 곳곳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미동맹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어 당선 시 한국에 미치는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막말의 대명사도널드 트럼프가 당내 경쟁자의 경선 포기로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오는 118일 백악관 입성을 결정짓는 미국 대선은 첫 여성 대통령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선출직 경력이 전혀 없는 아웃사이더트럼프의 맞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미국 대선 역사상 첫 남녀대결이다.
 
세계의 관심은 이제 두 후보가 6개월간 펼칠 본선 레이스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국제 정치·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공약들을 쏟아낸 바 있어 세계 각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대부분 여론조사는 힐러리 우세로 나오지만 지지율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어 트럼프가 본선에서 또 한 차례 이변을 연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트럼프가 자국 우선주의라는 외교 기조를 내세우자 안보, 무역, 이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에 치명타?
 
우리는 군대를 한국에 보내 지켜주는데 우리가 얻는 건 하나도 없다”.
 
트럼프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반도 안보정책과 관련해 주한미군 주둔에 극도의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공했는데도 충분한 비용을 내지 않고 자국 안보를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논리다. 그는 한국은 돈 버는 기계(money machine)”라며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은 쥐꼬리만큼만 낸다고 했다. 매년 한국이 1조 원가량 분담하는 미군 주둔비를 푼돈이라고 깎아내린 것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한국 등 동맹들에 대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보고 있다고 밝히며 미국의 군사적 대외개입을 자제하는 고립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역할을 포기할 것이며 동맹국들이 방위비분담에 더 기여해 미국의 재정적·정치적·인적 비용에 따른 안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가 지켜주는 나라들은 반드시 방위비용을 적절히 지불해야 한다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동맹국들은 각자가 알아서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위분담금을 더 내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이다. 안보와 관련해 미국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그의 발언이 더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트럼프식 외교안보 공약들이 많은 부분 수정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동맹 근간을 흔드는 이야기들이 트럼프 지지에 이어질 정도로 미국의 정치지형이 변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의회에서 고강도의 예산 통제와 견제를 받고 있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정부, 의회, 특히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의 거친 공약들이 정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정부가 미군 주둔을 위한 방위비 지출에 인색하다는 기류가 있다면서 한국이 안보를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서 좀 반성할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의 급진적인 발언과 관련해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5외국 대선 과정에서 나오는 특정 후보의 발언을 정부 차원에서 공식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미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공통의 가치에 기초한 한·미 동맹은 공고히 발전해나갈 것으로 믿는다는 기대 섞인 입장을 내놨다. 직접적인 비판은 아니었지만 간접적인 반박을 한 셈이다.
 
미국 정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달 21일 한 강연에서 한미동맹은 비례적인 분담 방식으로 방위비를 내고 있는 진정한 동맹이라며 한국은 비용의 50~55%를 분담하고 있고 미국도 훌륭한 군인을 파견하고 첨단 무기를 재배치하는 등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면적 감축이나 철수의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문제는 중국에 하청
 
그동안 강력한 자국 보호무역을 주장한 트럼프는 중국의 엄청난 대미 무역흑자를 성폭행에 비유하며 이제는 무역으로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에 경제 압박을 행사해 이를 지렛대로 중국이 북한을 제어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이 자국의 비용을 들이는 방법은 피하고, 중국에 하청을 주겠다는 얘기다.
 
게다가 한반도에서 전쟁하면 하는 거지. 행운을 빈다라며 남 일처럼 말한 트럼프의 발언은 북한 문제는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미치광이(maniac)”라고 부르며 대화의 상대로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 상대로 무역 전쟁을 벌일 경우 미국의 타격도 상당할 거라는 전망이 많아 제 살 깎아먹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트럼프의 포퓰리스트적 스타일을 감안할 때 극적 반전이 필요할 시 김정은과의 만남등 파격 쇼를 벌일 가능성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막말은 그의 원동력?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수많은 여성 성적 비하 발언, 인종 차별, 인신공격 등으로 논란에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미국 내 소수자에 대한 그의 막무가내 식 차별 발언은 공화당 내 보수층을 결집시켜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그간 막말과 무차별적 망언이 본선에서는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그간 트럼프의 대표적 망언을 추려봤다.
 
성적 비하 막말
 
켈리 눈에서 피가 나왔다. 아랫도리에도 피가 흘렀을 것”.
 
그가 내뱉은 대표적 성적 발언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8CNN에 출연해 전날 TV토론회를 진행했던 폭스뉴스 앵커 메긴 캘리(44)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토론 당시) 그녀의 눈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다른 곳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자신의 여성 비하 발언을 날카롭게 문제 삼았던 여성 앵커 캘리를 향해 막말을 내뱉은 것이다. 켈리가 월경 탓에 예민해져 자신을 괴롭히는 질문을 던졌다는 뜻으로 해석됐지만 후폭풍은 피할 수 없었다. ‘일정 선을 넘어섰다’, ‘품위도 없는 인격 미달자’, ‘용납할 수 없다등의 비난이 빗발쳤다. 트럼프는 사태가 심상치 않자 “‘그녀의 다른 곳이란 표현은 를 뜻하는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조롱만 샀다.
 
인종 혐오 발언
 
무슬림(이슬람 신자)의 입국을 전면적으로 완전 통제해야 한다”.
 
트럼프는 지난 12전쟁을 일삼는 이슬람 성전(聖戰) 신봉자들의 참혹한 공격에 미국이 희생자가 될 수 없다면서 모든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 같은 발언에 전 세계 무슬림들은 분노했다. 한 알제리 국민은 트럼프는 다른 종교를 거부한다. 트럼프 자신이 테러리스트다라며 비난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교수는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라며 그 자신만을 대변하는 것이지 절대 미국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에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지도부와 심지어 유엔까지 나서 공개적인 비판에 가세했다. 유엔난민기구의 멜리사 플레밍 대변인은 트럼프의 발언은 가장 취약하고 전쟁의 희생자인 난민들의 미국 재정착 프로그램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인종 차별적 발언을 이어가던 그가 최근 돈 많은 무슬림은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빈축을 샀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내겐 연락하고 지내는 무슬림 친구가 아주 많다그들은 대부분 매우 부유한 무슬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부유한 무슬림에 대한 입국을 허용하겠느냐는 인터뷰 진행자의 질문에 예외를 둬 그 사람들은 들어오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힐러리 후보는 SNS를 통해 또 다른 무식하고 무모한 망언에 슬프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인종 배척발언은 이뿐만이 아니다. 트럼프는 야후 뉴스 인터뷰에서 국내 테러 예방책을 묻는 질문에 우리가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해야 한다무슬림 추적·관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DB)화 및 특별 신분증(ID) 발급 검토 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해 거센 논란을 야기했다. 불법 이민자 엄중 단속 등 대부분 정책에서 같은 목소리를 냈던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까지 이례적인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미국 시민을 정부 DB에 등록하는 방안에는 찬성하지 않는다면서 미 수정헌법 1조는 종교의 자유를 분명하게 보장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무차별 인신공격
 
트럼프의 막말은 성 차별 공격인종 혐오에 그치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해 9월 잡지 롤링스톤과 인터뷰하던 중 TV에 공화당 경쟁 여성후보 칼리 피오리나(HP 회장,62)가 나오자 저 얼굴 좀 보라누가 저 얼굴에 투표를 하겠느냐고 거침없는 인신공격을 해댔다.
 
또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에게도 원색적인 공격을 했다. 더 뷰(The View)라는 토크쇼 여성 진행자 로지 오도넬에게 내가 만약 그 토크쇼를 진행한다면 그녀의 뚱뚱하고 못생긴 얼굴을 보며 당신 해고야라고 말할 것이라며 돼지, 추잡한 인간이라는 비속어까지 쏟아냈다. 트럼프의 발언은 오도넬이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을 떠나겠다고 공언한 뒤에 나온 것으로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에 대한 대통령 후보다운 포용력을 조금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진흙탕 싸움 예고
 
거듭된 막말 파문으로 곤욕을 치렀던 트럼프지만 결국 공화당 최종 대선 후보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미국 시민의 주류 정치인에 대한 피로, 백인 노동자층의 지지, 이민자에 대한 증오, 시원한 직설 화법 등의 요인을 꼽는다.
 
하지만 그의 거친 입은 여전히 그가 가진 위험요소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선은 공화당원들만을 상대로 하는 게임이었지만 본선은 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빅게임이기 때문이다. 경선 승리의 동력이 된 여성, 무슬림,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 발언이 본선에서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세계 주요 외신들은 네거티브의 달인 트럼프가 본선에 뛰어들면서 미 대선 사상 유례 없는 네거티브 선거가 될 거라는 우려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현지시간) “트럼프와 힐러리의 본선 경쟁은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는 클린턴 전 장관의 개인 이메일 스캔들 등 모든 문제를 공격의 대상으로 삼아 비방과 폭로가 난무하는 역대 가장 지저분한 캠페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트럼프의 막말은 계속될 것이며,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를 매우 흠이 많은 후보로 공세를 펼칠 것이라며 클린턴 캠프는 이번 대선전에서 자신을 향한 모욕이 쏟아지면서 가장 지저분한 대선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kwoness7738@ilyoseoul.co.kr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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