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갈 데’ 많아요”…어른들은 모르는 청소년들의 性
“우리 ‘갈 데’ 많아요”…어른들은 모르는 청소년들의 性
  • 신현호 기자
  • 입력 2016-05-06 20:59
  • 승인 2016.05.06 20:59
  • 호수 1149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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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멀티방·룸카페…“미성년자 출입 어렵지 않아요”
▲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시스>

요즘 청소년들은 어디에서 사랑을 나눌까. 과거 모텔이나 DVD방, 멀티방 등에서 이뤄지던 청소년 커플들의 밀회. 이 중 최근까지 각광받던 멀티방은 지난 2012년 미성년자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청소년 탈선의 온상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서다. 그러나 이런 제도로는 한창 불타오르는 청소년기의 성욕을 통제하기 어렵다. 일부 청소년들은 신분증을 위조해가며 여전히 이곳들을 드나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자 출입이 허용되는 룸카페는 요즘 뜨는 ‘성(性)지’다. 룸카페는 독립된 방에서 TV와 컴퓨터,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과거 룸카페에서 1년 이상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김혜진(가명·23·여)씨의 설명을 바탕으로 룸카페의 청소년 이용 실태를 살짝 들춰봤다.

XX월 XX일 오전 11시. 전 시간대 알바생과 교대를 하고 김 씨의 업무가 시작됐다. 방 정리부터 시작한 김 씨. 방금 전 손님들이 나간 방은 열기로 후끈하다. 이 때마다 ‘못볼꼴’을 봐야하는 김 씨는 한숨이 나온다. 매트리스 아래와 쿠션 밑, 테이블 틈새 등 곳곳에 휴지뭉치가 있다.

방 정리를 완료하면 다음은 화장실 청소다. 화장실 휴지통을 비우는 일은 고역이다. 주말은 하루에 치워야 할 방과 화장실 휴지통이 두 배로 늘어난다. 그만큼 다녀가는 손님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인 남녀뿐 아니라 청소년들이 자주 방문한다는 데 있다. 김 씨는 “한번은 한 학생 커플이 버젓이 교복을 입고 들어왔다. 두 사람이 나가고 방을 치우려고 보니 여느 성인커플과 다름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내가 어디서 일하고 있는 건지 기분이 참 묘하더라”고 했다.

이후에도 김 씨는 여러 차례 청소년 커플이 왔다간 후 위와 같은 상황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물론 건전하게 놀다가는 손님들도 많다고 했다. 그러나 건전한 건 오히려 성인들이라는 설명이다. 김 씨는 “청소년들이 룸카페를 ‘미성년자 출입이 가능한 모텔’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룸카페 가보니

기자는 실제로 이런 일이 이뤄지는지 직접 룸카페를 찾아갔다. 홍대 인근의 한 룸카페. 평일 오후라서 손님은 많지 않았다. 좁은 통로 양쪽에 늘어서 있는 각 방은 벽으로 구분돼 있다. 출입문은 ‘커튼으로 된 방’과 ‘문으로 된 방’ 두 종류였다. 이 카페는 미성년자 출입이 가능하다.

카운터에는 각종 과자와 빵, 아이스크림, 음료 등이 있어 마음껏 갖다 먹을 수 있다. 또 추가 요금을 내면 라면과 캔 음료도 즐길 수 있다. 또 다양한 보드게임이 마련돼 있어 게임을 방에서 즐길 수 있다. 방 내부는 생각보다 쾌적했다. 쿠션과 매트리스가 깔려 있고, 컴퓨터와 TV가 설치돼 있다. 큰 화면으로 영화감상도 가능하다.

커튼으로 이뤄진 곳은 방음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구조다. 천장이 뻥 뚫려 있어 각 방에서 나는 소리는 모든 방에서 들을 수 있다. 김 씨의 고충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문으로 이뤄진 곳 역시 천장은 뚫려 있어 커튼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기자가 방문한 시간에 청소년 손님은 없었다. 학교에 있을 시간이기 때문에 보통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와야 학생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카운터 직원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청소년들의 방문 실태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직원은 “교복 입고 오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다. 여학생끼리 오는 경우가 특히 많은데, 커플도 만만치 않게 많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오래 일하지는 않았지만 커플이 나가고 방 상태를 보면 여기서 뭘 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면서 “학생 커플이 왔다갔을 때 성관계를 암시하는 흔적들이 종종 발견된다. 일하기 전에는 말로만 들었는데 일 해보니 소문이 맞더라. 그렇다고 못하게 할 수도 없어 따로 주의를 주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모텔 출입 어렵지 않아요”

과거 청소년들의 성 해방구였던 모텔과 DVD방, 멀티방도 여전히 성업 중이다. 멀티방의 경우 청소년 탈선장소로 이용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12년 미성년자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미성년자 출입금지 구역인 이곳을 뚫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분증 위조. 기술의 발달로 신분증 위조는 어렵지 않다는 전언이다. 

고등학생 진모(17)양은 “요즘 애들 사이에서 모텔 가봤느냐가 자랑이자 부러움의 대상”이라면서 “들어가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 언니 오빠들 신분증을 빌려 사진을 포토샵으로 (그럴 듯하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을 원래 사진을 긁어내 교체한다. 예전에는 숫자를 위조할 수 있는 스티커를 팔았는데 그건 옛날 수법”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카운터를 보는 여관 수준의 모텔은 신분증 확인도 잘 하지 않는다고 진 양은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그릇된 성의식이 정착될 우려가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성범죄 예방단체의 한 관계자는 “청소년 시기는 성에 대한 인식이 확립되는 중요한 시기”라면서 “음지에서 이뤄지는 청소년들의 성행위는 자칫 잘못된 성윤리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변종 업소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룸카페라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폐쇄적인 공간을 만들어 돈을 버는 매장이 있는 한 이런 문제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shh@ilyoseoul.co.kr

신현호 기자 sh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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