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둥지 위에 매미’의 작가 정광섭
[인물탐구] ‘둥지 위에 매미’의 작가 정광섭
  • 박찬호 기자
  • 입력 2016-05-04 11:19
  • 승인 2016.05.04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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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한 줄기 감동과 위로의 메시지

[일요서울 | 박찬호 기자] “‘둥지 위에 매미’라고 한 책의 내용은 매미는 애벌레로 무려 7년 동안 땅 속에서 산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껍데기를 벗고 매미가 돼 땅위에서 살게 되는데, 그 기간이 겨우 7일, 한 주일 정도라는 것입니다. 세상에, 이토록 허무할 수가 있는가. 그러니까, 매미가 우는 것은 너무나 억울해서 울어대는 슬픈 노래라는 것입니다.

아니, 비록 한주일이지만 광명한 천지에서 사는 것이 너무 좋아서 저토록 신나게 울어댄다는 겁니다. 그러니 매미의 울음은 환희의 송가라는 겁니다. 그러나, 그런 저런 이야기들은 설에 불과합니다. 곤충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매미가 우는 것은 사랑의 노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노래는 서주 제1주제, 간주 제2주제, 피날레로 돼 있는 완벽한 심포니라는 것입니다.

곤충학자의 연구는 얼마나 영감 넘치는 탐구이며, 그 매미는 또 얼마나 오묘한 조물주의 작품이란 말인가요. 그러니까 매미의 울음소리는 한 주일 동안의 짧디 짧은 생애 속에서 사랑의 상대를 만나 사랑을 하고 이 땅을 떠나려는 엄숙한 절규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매미의 사랑의 노래는 그토록 처절하며, 또 그렇게나 애절한 것이라는 말입니다.

7여 년 동안 어두운 땅 속에 갇혀 있다가 광명한 세상에 태어난 매미 그리고 광명세계에서 7일간을 살면서 그리도 애절하게 목메어 소리쳐 사랑의 상대를 부르는 매미는 막상 삶을 살아야 할 둥지가 없습니다. 세상 속에서 딸을 위해 제가 그 둥지를 마련하자는 의미를 담은 소설입니다” 

시대가 변할수록 세상살이가 각박하고 힘들어지지만, 그 어떤 고난과 시련이 밀려온다 해도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기에 삶은 아름답다. 특히나 가족이란 얼마나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존재인가. 시대의 변천에 따라 가족애가 점점 희소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인데,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가혹한 운명을 글로 승화시켜 감동을 전하는 소설이 출간되어 화제다. ‘둥지 위에 매미’(도서출판 행복에너지)를 영화화, 드라마로 제안을 받고 있는 정광섭 작가를 만났다.

“소설은 머릿속에서 잠재되어 있는 언어인지라 강연을 통해 ‘삶은 도전’이라는 인생역정의 스토리를 통해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작가는 전했다. 그는 고려대학교 명강사최고위과정을 수료하고, 고려대에서 저술지도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삶에는 여러 가지 굴곡이 있고, 힘겨운 세상살이를 겪어가며 겪는 개인의 아픔은 말로 다할 수 없이 다양하고 그 깊이 또한 제각각이다. 한때 잠시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던 작가는, 백 일도 안 된 딸아이가 집 대문 앞에 버려지자 그 아이와 운명을 함께 할 것을 다짐했다. 천성이 온순하고 심성이 바른 아이는 할머니를 엄마로, 친구로 의지한 채 무용학과에 진학해 재즈발레를 전공한 장래가 촉망되는 아이였다.

비켜갈 수 없는 운명 앞에 아빠와 딸은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의지할 할머니를 잃은 딸은 극심한 우울증과 합병증으로 중환자실에서 40여 일을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깨어났으나 시한부라는 또 다른 운명 앞에 선다. 아버지는 딸을 살리기 위해 의사에게 눈물로 호소한다.

“선생님, 저는 어느 정도 인생을 살 만큼 살았습니다. 하지만 딸아이는 이제 인생이 뭔지 조금 깨달아가는 나이입니다. 내가 죽어도 좋으니 저의 간으로 이식해 딸아이를 살려주세요” 아버지의 조직검사로 불가능하다는 소견에 눈물로서 딸을 살리기 위한 몸부림이 가슴을 녹아내리게 한다. 무엇보다 시한부로 투병 중인 2년여 시간 동안 딸아이가 잠든 새벽에 틈틈이 집필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소재로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자신의 아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 ‘둥지 위에 매미’를 출간해 출판계와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정광섭 작가는 매우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992년 철없던 시절 조직생활을 하던 그는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자 자수해 청송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어머니의 간절한 눈물에 참회를 하고 하루에 4시간만 수면을 취하는 강행으로 3년6개월 동안 약 3000여 권의 독서를 통해 첫 장편소설 ‘태양과 그늘’을 출간하게 된다. 처녀작품으로 단단한 문장력을 인정받은 작가는 최근 신작 ‘둥지 위에 매미’를 출간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수감 생활로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할머니는 딸아이의 전부였다. 딸아이가 성공하고 싶은 목표는 오로지 할머니를 위한 효도의 길이었다. 그 목표를 상실한 아이는 이정표를 잃고 방황하다 결국 시한부의 인생이 된다. 현실을 받아드리지 못한 딸아이가 수없이 자살을 기도하는 모습에 작가는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 아빠에게 시간을 다오, 너와 나의 숨겨진 비밀, 그 동안 숨겨두고 하지 못했던 말들을 글로 옮기고 싶다. 그것을 읽어보고 난 다음 네가 어떤 결정을 해도 아빠는 막지 않으마”라고. 그렇게 가슴시린 이야기로 ‘둥지 위에 매미’를 완성해갔다. 5개월 동안 하루에 20시간씩 소설을 쓰는 작업을 했다.
 
‘둥지 위에 매미’는 이 시대의 아들과 딸들을 위한 소설로 현실에 고통 받는 자녀 세대와 그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 모두가 담겨 있다. “아이들이 아픔을 겪고 있을 때 등댓불처럼 묵묵히 지켜주는 이는 결국 부모이고, 자식들의 고통까지 보듬어 안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 아니겠습니까, 라고 전한 작가의 미소는, 인생 역정의 이야기로 삶의 굴곡을 담아내 여러 곳에서 영화화와 드라마화 등의 제의가 구체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로 못 다한 줄거리를 영상으로 구성해 시대적으로 점점 부재되어 가는 가족애의 사랑을 곱씹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인간의 가장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감정, 사랑. 그 중에서도 부모의 사랑을 다룬 <둥지 위에 매미>가 많은 독자들의 가슴을 두드리고 있는 것은 작가의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진실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정광섭 작가가 엮어갈 사랑의 지도가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정광섭 작가는 자신의 인생스토리를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고려대명강사최고위과정을 마치고 자신의 어려운 삶을 통해 얻은 고난을 사랑을 통해 극복하자는 내용의 강연에도 열중이다.

chanho227@ilyoseoul.co.kr

박찬호 기자 chanho2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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