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새노조는 3일 11시 여의도 KBS본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자본-극우단체가 한 몸이 돼 국민 여론을 호도한 ‘어버이연합게이트’ 사건을 외면하고 있는 KBS는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은 “관제데모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어버이연합에 대해 배후를 파헤쳐 실상을 보도해야 할 KBS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게다가 한 KBS기자가 라디오에 출연해 ‘어버이연합게이트’를 알렸다는 이유로 그를 강제 하차시킨 것은 KBS 사측이 진실을 은폐하고 권력에 편에 서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영방송 KBS가 그동안 다수의 시민의 목소리를 축소 보도한 반면 소수의 어버이연합의 목소리를 대등하게 ‘맞불’로 다뤄 사실상 어버이연합의 그간 행태를 뉴스로 지원한 셈이 됐다고 꼬집었다.
KBS새노조는 지난 2006년 어버이연합 출범 이후 TV로 방영된 뉴스 가운데 ‘어버이연합’ 명칭을 직접 거론한 뉴스 73건을 전수 분석했다. 분석 결과, KBS 뉴스가 어버이연합의 활동을 보수단체의 입장이라며 무비판적으로 국민에게 전달됐다고 KBS새노조는 판단했다.
정수영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특히 2011년 11월 한미FTA 집회를 언급하며 “비준에 반대하는 6천여 명의 시위대 소식을 전하면서 100여 명 남짓한 어버이연합의 찬성 집회를 인터뷰와 곁들여 보도해 마치 대등한 여론인 것처럼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KBS새노조는 최근 고대영 KBS사장과 정부·여당측 이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KBS 조직 개편안’이 공영 방송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고 주장하며 개편안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개편안을 보면 종전과 달리 ‘방송본부’ 산하 1TV, 2TV, 라디오사업국에 각각 ‘제작투자담당부서’를 신설해 제작 편성과 예산 권한이 이 부서에만 집중되도록 했다.
성재호 위원장은 “방송 본부와 프로그램 제작자가 마치 원청-하청 관계가 돼 프로그램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며 “제작자들의 근무 의욕과 열정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 개편안은 시청률과 수익성에만 초점을 맞춘 ‘사업형 조직개편’으로 전락해 KBS의 공영성과 공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