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귀화서류 위조 의혹’ 수사中
특별귀화 심사 도중 문제점 발견

법무부는 첼시 리가 제출한 출생증명서, 아버지의 출생증명서 등이 조작(造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나은행에 입단한 리는 할머니가 한국 사람인 한국계 선수로 주목받았다. 부모 또는 조부모가 한국 사람이면 ‘해외동포 선수’ 자격을 부여해 국내 선수처럼 뛸 수 있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규정을 통해 한국 무대에 진출했다. 당시 일각에서 국적(國籍) 의혹이 제기됐지만, 별 문제 없이 경기에 출전해 뛰었다. 2015-2016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리는 평균 15.2점에 10.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득점, 리바운드, 2점 야투, 공헌도, 신인상 등을 석권했다. 대한농구협회는 올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리의 귀화를 추진했고, 리는 4월 초 대한체육회 제1차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농구 우수인재 특별귀화 추천 대상자로 선정됐다. 대한체육회의 추천을 받은 선수가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법무부 심의가 늦어지면서 올림픽 최종예선 예비엔트리 마감 시한을 넘기자 농구협회는 지난 4월 14일 리를 포함하지 않은 채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첼시 리의 귀화 신청은 아직 계류된 상태라고 봐야 한다"면서 “수사 결과가 나오면 진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별귀화는 반드시 한국계가 아니더라도 대상이 된다. 리 외에 귀화가 추진됐던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는 순수 케냐(Kenya) 출신이다. 에루페는 도핑테스트(doping test·운동경기에서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약물을 복용했는지를 알아내는 검사) 적발 전력 때문에 체육회 심의 단계에서 제외됐다. 한편 WKBL은 “지난해 국적 논란이 있었을 때도 국제 서류를 공증하는 아포스티유(Apostille·외국 공문서에 대한 인증 절차를 폐지하고 아포스티유 확인서로 대신하게 한 협약) 검증을 받았고, 법무법인의 소견까지 확인해 문제가 없다”면서 “수사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서류 조작 논란 쟁점은?
귀화서류 조작 논란의 쟁점은 무엇일까. 위·변조 의혹을 받는 서류는 특별귀화를 위해 낸 서류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혈통(血統)을 따지지 않는 특별귀화를 위해서는 자신의 출생증명서가 필요하지만 이 밖에는 여권과 외국인등록증, 대한체육회 추천서 등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것은 2015-2016시즌을 앞두고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 낸 서류다.
WKBL은 부모는 물론 조부모가 한국사람인 선수까지 해외동포 선수 자격을 부여해 국내 선수 신분으로 뛸 수 있게 하고 있다. 첼시 리 측이 바로 이런 국내 선수 신분을 노리고 WKBL에 위조된 아버지 출생증명서와 할머니의 사망신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이 의혹의 내용이다.
하지만 첼시 리의 현재 소속팀인 하나은행 이전에 첼시 리와 접촉한 구단 측에서는 “우리도 첼시 리 영입을 위해 서류를 갖추려고 했지만 (아버지 출생증명서와 할머니 사망 증명서)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어떻게 하나은행이 서류를 갖춰서 제출했는지 의문”이라며 의구심을 내보였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에서는 “에이전트를 통해 관련 서류에 공증까지 받아 이상이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첼시 리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입양된 가정에서 자랐다. 또 첼시 리는 국내 진출 과정에서 에이전트를 교체했는데 전 에이전트가 연맹이나 언론사 등 관계 기관에 ‘첼시 리는 한국계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제보를 해 의구심이 증폭됐다.
하지만 WKBL에서는 “그런 의혹이 있었기 때문에 더 신중을 기했다”며 “4개월에 걸쳐 확인 작업을 했고 하나은행이 낸 서류에 대해서도 아포스티유 절차까지 받게 하는 등 확인할 방법은 최대한 다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WKBL이 하나은행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던 첼시 리의 ‘혈통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은 최근 그가 귀화 절차를 밟으면서 법무부 등 관계 기관에 다시 비슷한 내용의 투서(投書)가 들어갔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구계 관계자는 “부모까지 인정하는 KBL과 달리 WKBL에서는 조부모 대까지 인정하기 때문에 서류상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이지만 WKBL이 개선할 점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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