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2016 KBO리그가 개막한지 한 달이 지나가는 동안 1위 팀 두산 베어스가 16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는 사이 우승팀 후보 물망에 올랐던 한화 이글스가 힘겨운 5승을 수확하며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그러는 사이 팬들의 성화로 추대된 김성근 감독에 대해 팬들조차 의문을 던지며 사퇴 현수막까지 내걸리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한화의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팬들 요구에 KBO 복귀했지만 팀 부진에 팬심도 돌아서며 퇴출 위기
선발진 부진에 휩쓸린 필승조 부활 예고…로저스·안영명 반전카드 기대
한화는 지난달 2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홈경기에서 연장 11회말 3-2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날 주장 정근우가 통렬한 2루타를 날려 4시간 8분간 이어진 대접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한화는 21경기 만에 5승 고지를 넘어섰고 시즌 첫 2연승을 기록하면서 반등의 기회로 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리그 최하위를 면하지 못해 팀의 부진에 따가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더욱이 이날은 씁쓸함과 희망이 교차해 내부적으로도 복잡한 한화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논란은 이날 일부 팬들의 행동에서 시작됐다. 1회초 시작할 때부터 백네트 바로 뒤 다이렉트존에서 4명의 관중들이 타올 크기의 검정색 바탕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내용은 ‘김성근 감독 사퇴하세요’ 라는 문구로 한화 팬들이 팀 성적 추락의 책임을 김 감독에 묻고 있었다. 물론 이들은 경호 요원의 제지에 거세게 항의다가 결국 퇴장 조치를 받았다.
구단 관계자는 “타올 사이즈의 현수막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관중 4명이 퇴장 당했다. 2명의 관중이 소리를 질러 팬들의 관전을 방해했고 일행까지 4명을 전원 퇴장 시켰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23일 잠실 두산전을 마친 뒤 중앙 출입구에서 일부 한화 팬들이 ‘감독님 제발 나가주세요’라는 현수막을 걸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퇴진 현수막까지
팬심도 돌아서
이에 대해 한화 이글스 공식 홈페이지 내에서도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어 팬심까지도 편이 갈리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퇴장 당한 팬에 대해 비판하는 쪽에서는 “경기장에서 얼마나 추태를 부렸으면 쫓겨났을까. 그분들이 한화 팬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기에 방해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팬은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진정 한화 이글스를 위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조금만 신중했으면 좋겠다”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그들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보는 팬들도 있어 내홍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팬은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 100명이상이 되면 무시할 수 없을 것. 함께 행동해야 한다”며 격한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팬들의 요구와 반응이 김 감독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팬들의 요구로 KBO에 복귀한 만큼 응당 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아쉬움도 제기된다.
연습량도 줄었는데
이처럼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그간 침묵으로 일관했던 김 감독이 정면 돌파를 시사하며 단호한 자체를 취하고 있어 그의 해법이 승부수가 될지 아님 무리수가 될지를 놓고 이목이 주목된다.
특히 김 감독은 지난달 26~27일 한화를 둘러싼 논란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김 감독의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김 감독은 선수들이 쉬는 건 관리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즌 개막한 이후 한화 선수들은 하루도 쉬지 못했다.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도 지정 선수들이 대전 홈구장에 나와 훈련을 하고 있다. 이는 외국인 타자도 마찬가지. 야수들은 경기 전후로 특타를 하고 있고 투수들은 불펜에서 수백개 공을 던지는 특투를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선수 체력 관리와 휴식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시대에 역행하는 지도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김 감독의 훈련법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프로야구 선수가 1년 토털로 야구하는 것이지 몇 경기로 지쳤다 하는 건 프로가 아니다”라며 “선수들 스스로가 체력이나 몸 관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쉬는 건 관리가 아니다. 계속 움직여야 한다. 그걸 착각하면 안된다. 일반 사람들도 1년 내내 일하는데 체력을 비축하면서 일한다. 야구로 돈 받는 선수들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특히 김 감독은 지난달 27일 어깨 염증으로 말소된 윤석민(KIA)의 예를 들면서 “몇 경기 던졌다고 빠졌나. 이걸 보면 혹사 문제가 아니다. 겨울 내내 선수가 얼마나 몸을 만들어놨는지가 중요하다. 매스컴에서는 혹사라든지 연습량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이건 언어도단이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세간의 지적에 대해 불쾌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여전히 혹사 논란으로 시끄러운 연습량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우리 연습량은 분명 줄었다. 그 바람에 제대로 못한 부분이 많다”며 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김 감독의 말에 따르면 시즌 들어와서 아침에 나와 워밍업하고 방망이 치는 것 밖에 없다. 펑고 500개를 받지도 않고 러닝 30m 10번 하는 것이 전부 라는 것. 김 감독은 “200개 이상 5번 넘긴 투수들도 별로 없다. 자기들이 하다 그만둔다. 김성근이니까 연습 많이 시킨다는 시각에서 본 것이다. 올해처럼 연습 안 한 적도 없다”고 항변했다.
더욱이 그는 메이저리그를 예를 들며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뛰는 것을 보라. 시즌 후반이라 지쳤다 이런 게 어디 있는가 그건 말도 안 된다. 팀 전력이 부족하냐 비축돼 있느냐 문제일 뿐”이라며 “모든 건 나쁘게 보면 한없이 나쁘게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외에도 김 감독은 “-12개(승패 마진)를 커버하는 건 쉽지 않다. 시즌 끝날 때까지 봐야 한다”면서도 “우리는 멀리 앞을 보고 할 수 없다. 지금 하나의 결과를 갖고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깥에서 ‘하루하루 너무 매진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루하루 매진해야 내일이 있다. 내일을 생각하면 이 팀은 쓰러져 나가 버린다. 지난해에도 그거 아니었으면 이 팀이 이기지 못했다. 바깥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보는지 몰라도 현장의 위치에서 보라. 싸움이 붙었으면 이겨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피력했다.
묵묵부답 자세에
고개 든 사퇴설
이처럼 김 감독이 정면돌파 의지를 공고히 하면서 향후 내외부의 갈등도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김 감독의 거취에 대해서도 팬들의 사퇴 압박이 지속될 경우 모른 척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구단 측은 김 감독의 거취 문제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며 경질설을 일축했다.
박정규 한화 단장은 “감독 거취 문제는 아직까지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한 뒤 “‘아직까지’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을 필요가 없다. 검토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부연 설명했다.
또 박 단장은 구단 안팎에서 흘러나온 “김 감독이 사표를 썼다”, “사표를 썼는데 반려됐다”는말에 대해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그간 코칭스태프 인선부터 프런트 행정까지 김 감독이 관여해온 만큼 당장 구단 측에서 대안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김 감독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한화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한 김 감독에대한 반감 역시 확신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필승조
올해도 구세주 될까
이날 선발 송은범이 3이닝 2실점으로 조기 강판됐지만 남은 8이닝 동안 불펜진이 무실점 릴레이 역투를 선보이며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다. 박정진이 두 번째 투수로 올라 1.2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KIA의 기세를 꺾었고 송창식(2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윤규진(1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정유람(1.2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권혁(1.2이닝 1볼넷 3탈삼진 무실점)까지 필승조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분위기 반전을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 ‘마리한화’ 열풍의 중심에 섰던 불펜진은 시즌 초 선발 붕괴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최근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계자들은 “최근 필승조가 이전보다는 상식적인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며 본래 짊어진 역할을 소화하기 시작했다”며 “긴장감이 흐르는 시점에서 오히려 더욱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한화는 최근 4경기에서 불펜진이 21이닝 13피안타 12볼넷 20탈삼진 4실점(2자책점)을 합작 평균 자책점 0.86의 짠물 피칭을 선보였다.
물론 시즌 초 한 경기에서 12실점을 기록한 송창식의 시즌 평균자책점(8.10)만 아쉬울 뿐 정우람(1.35), 윤규진(2.70), 권혁(3.24), 박정진(3.65)의 기록은 상대팀에서도 부러워할 정도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만 한화의 승리에 필승조 비중이 너무 크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전문가들은 한화의 선발진이 조속히 정상화를 되찾고 경기당 3명 이내의 필승조만 가동시킬 때 지난해와 같은 아쉬움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아직 시즌이 한참 남은 상황에서 복귀전을 치른 이태양에 이어 곧 로저스와 안영명이 합류해 선발진이 탄력을 받느냐가 한화의 반전을 이끌어낼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저스와 안영명은 지난달 28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2군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해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이날 선발 로저스는 4이닝 동안 51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6탈삼진 2실점을 기록, 최고 구속 149km의 강속구로 건재함을 드러냈다.
5회부터 구원으로 등판한 안영명은 ⅔이닝 동안 1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실점으로 다소 부진했다. 최고 구속도 140km에 머물러 아직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무너진 선발을 위해 복귀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어수선한 구단 안팎의 분위기를 쇄신할 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