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몰랐던 어린이 음료의 진실
그동안 몰랐던 어린이 음료의 진실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6-05-02 09:04
  • 승인 2016.05.02 09:04
  • 호수 1148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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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다 당 높아”…비만 경고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어린이 음료에 지나치게 많은 당이 들어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어린이 날을 앞두고 대목을 노리던 유통업체가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소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미 어린이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 기정사실화 되면서 해당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정상품의 경우는 인기 애니메이션과의 협약으로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다 이번 파문으로 회사 매출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자연원 키즈망고’ ‘변신자동차 또봇 사과맛’  1·2위 차지
한병에 각설탕 4개 꿀꺽…“당 함량 줄이려고 노력” 그러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3~5세 기준 아동의 경우 하루 1400kcal(칼로리) 섭취를 권장한다. 이 기준으로 하면 5세 아동이 하루 섭취해야 하는 당류는 35g이다. 정부도 지난달 7일 ‘당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1일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로 권장 당류 섭취량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환산하면 일일 당 권장량은 하루 권장 섭취량이 2000kcal인 성인을 기준으로 어린이는 약 50g 이하로 권고되는 셈이다. 그러나 시중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음료 대부분에 많은 양의 당분이 포함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표 참조]

지난달 27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공개한 어린이 음료 당 함량 순위를 보면 문제의 제품들이 주의 문구 없이 버젓이 어린이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이들 제품 중 전체의 20% 정도는 콜라보다도 당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많은 양의 설탕이 첨가된 제품을 섭취할 경우 비만 등의 위험이 있다.

어떤 제품들 있나

조사 대상 40개 제품 가운데 당 함량이 가장 높은 제품은 월팜의 ‘자연원 키즈망고’다. 100ml 1병에 당류 22g이 포함돼 있어 3g짜리 각설탕 7개를 한 번에 섭취하는 셈이다. 3~5세 기준 아동의 당류 권고량의 63%를 음료 한 병이 채우는 것이다.

2위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함께 주는 혜성음료 ‘변신자동차 또봇 사과맛’으로 220ml 한 병에 21g이 포함돼 있다. 퓨어플러스 ‘터닝메카드 사과맛/밀크맛’이 20g으로 3위를 차지했으며 ‘터닝메카드 딸기맛’이 19g으로 그 뒤를 이었다. 초코파이보다 당분이 더 많은 제품도 21개에 달했다.
금강B&F 헬로카봇 요거맛/콜드키위맛이 18g이었고 혜성음료 변신자동차 또봇 오렌지, 해태음료 썬키스트 키즈 사과/포도, 코카콜라 쿠우젤리 복숭아/포도, 매일유업 엔요 골드키위 등 6개 제품의 함량은 16g이었다.
1회 제공량 당 당 함량이 가장 낮은 제품은 CJ헬스케어의 ‘웰키즈 포도/감귤망고/블루베리’로 100ml 1병당 5g에 불과했다.

이 외에도 농협홍삼의 착한홍삼 키즈엔 사과(9g), 착한홍삼 키즈엔 포도/배(8g), 현대에프앤비 로봇트레인 포도·블루베리·아사이베리(8g), 엠에쓰씨 헬로카봇 사과/오렌지(7g), 로봇트레인 사과·당근·배(7g), 해태음료 에이플러스 키즈 사과 요구르트(7g)도 당류가 비교적 적게 들어 있었다.

당 함량 확인 필수

현재 어린이 음료 시장 규모는 2014년 750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애니메이션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기업 이미지에도 상당 부분 훈풍을 불어넣었다.
이들 제품엔 캐릭터 그림이 인쇄되어 있음은 물론 뚜껑에 제품 모형까지 달려 있어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문제는 이들 제품들은 타 음료보다 아이들의 선호도가 더욱 높은 편이라 이들 음료의 당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들이 쉽게 당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컨슈머리서치 관계자는 “조사 결과 ‘몸에 좋은 무색소, 무첨가’ 등을 강조하고 ‘홍삼, 유산균 등 영양이 풍부하다’고 광고한 음료들에도 천연당뿐 아니라 많은 양의 설탕이 첨가돼 아이들이 많이 섭취할 경우 비만 등의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식약처 통계 등에 따르면 3~5세 어린이의 당류 섭취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특히 음료를 통한 당 섭취 비율이 2007년 14.6%에서 2013년 19.3%로 뛰는 등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며 “정부는 어린이 식품의 당 저감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규제에 앞서 업체들도 자발적으로 아동 식품의 당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논란이 된 제품을 만드는 업체의 홍보담당자는  “함량 문제는 어린이 음료 업계 전반에 걸친 숙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내로 함량에 맞는 제품이 판매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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