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후회하고 몸 아팠지만 고향집은 너무 멀었다”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10대 가출 청소년들을 이용해 성매매를 알선하고 억대의 ‘화대’를 챙기는 인면수심의 사람들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 이혼율이 증가하는 등 결손가정이 많아지면서 각종 범죄에 노출되는 가출청소년들이 무분별한 유혹에 넘어가 암울한 구렁텅이에 빠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 이러한 가운데 최근 30대 남성이 11명의 가출 여학생들에게 “재워주겠다”고 유인해 성매매를 알선하고 성폭행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출 청소년에 대한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1월, 가출한 A(15·여)양은 광주 동구의 한 PC방에서 네이버 가출 관련 카페에 가입했다.
A양(15·여)은 카페에 ‘숙소를 제공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고 며칠 뒤 류모(18)씨에게 연락이 왔다.
류 씨는 “가출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며 편의점, 주유소 등에서 일하고 있다”며 “원하면 숙식을 제공해주고 일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A양은 구세주가 나타난 듯 그와 빨리 만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영상 기온의 따뜻한 날, 류 씨가 서모(34)씨와 함께 차를 몰고 광주로 와 A양을 데리고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건물 2층의 작은 원룸으로 갔다. 그곳에서 A양은 13세부터 17세까지의 여자 청소년 10명과 함께 이른바 가출팸(‘가출’과 ‘패밀리’를 합성한 단어로 집을 나온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는 집단)을 형성해 생활하게 됐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가출팸을 만든 아저씨인 서 씨는 숙식을 제공하는 대신 성매매를 해야만 한다고 강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1일 2회 조건만남을 하고 1일 2회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1회분의 생활비를 차감한다’는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했다.
당장 먹고 살 곳이 없었던 A양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었고 성매매를 하지 않으면 손해배상까지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A양은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5개월 동안 경기 파주시, 의정부시, 수원시를 서 씨와 함께 다니며 200명의 낯선 남자들에게 성매매를 했다. 서 씨는 A양과 성관계를 맺는 남자들에게 1회에 15만∼20만 원을 받았다. 가출팸에서 함께 생활하던 다른 언니 동생들도 A양과 같은 처지였고 이들 중 누군가 울기 시작하면 연이어 함께 울곤 했다.
서 씨는 성매매를 잘하기 위해서는 연습을 해야 한다며 A양을 수시로 성폭행했다. 반항할 힘조차 없었던 A양은 가출한 것을 후회했지만 고향 집은 너무 멀었다.
서 씨는 A양의 몸 구석구석을 유린하고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A양의 나체 사진을 찍어 말을 듣지 않으면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수십 차례 성폭행이 이뤄지면서 A양의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병철)는 가출 청소년들을 성폭행하고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서 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서씨는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경기도 일대에서 가출 청소년 11명에게 숙식을 제공하겠다며 유인한 뒤 1022회의 성매매를 강요하고 90여회에 걸쳐 이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성매매를 강요한 것도 모자라, 직접 성폭행까지 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사회로부터 오랫동안 격리하는 엄중한 처벌을 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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