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2017년 12월 짝짓기 대선, 제 2 DJP연합론 부상
[심층취재] 2017년 12월 짝짓기 대선, 제 2 DJP연합론 부상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6-04-29 20:51
  • 승인 2016.04.29 20:51
  • 호수 1147
  •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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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다수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원내2당으로 추락한 새누리당의 속내가 복잡하다. 원내1당이 됐지만 호남에서 참패한 더민주당으로선 차기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참패했을 뿐만 아니라 당내 유력한 잠룡들마저 상처를 입으면서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반면 원내교섭단체를 훌쩍 뛰어넘는 의석을 차지한 국민의당은 양손에 떡을 쥔 모습이다. 40석에 가까운 의석수 그리고 호남이라는 안정적인 지역기반에 안철수라는 대권 후보까지 차기 대권을 위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그러나 안철수 국민의당이 ‘나홀로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3당 체제를 맞이해 연립정부·연립정권 등 여야 간 이합집산 시나리오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2017 대선판을 두고 벌어지는 3당의 복잡한 대권 연정 방정식을 풀어봤다.

- ‘트리플 크라운’ 달성 안철수 여야 러브콜 ‘쇄도’
- 安-문재인, 安-박근혜 조합 '막강' 현실성은 떨어져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 발 대권 필승 시나리오는 ‘안철수-문재인 조합’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제3당이 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원내1당으로 우뚝 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간 연대를 할 경우 정권교체 가능성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여야 전체 대선후보 지지도조사에서 1, 2위를 다투는 안 전 대표와 문 전 대표의 연대는 대권 필승조라 할 수 있다.

특히 국민의당은 호남을, 더민주당의 경우에는 PK지역과 수도권에서 표를 잠식했다는 점에서 지역적으로도 환상 조합이다. 여기에 새누리당은 친이계와 친박계로 나뉘어 있고 둘을 대항할 잠룡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당 후보 간 대결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당시 이명박 후보의 압승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안 대표의 의중이다. 안 대표는 2012년 문 전 대표와 야권 단일화 논란이 2017년에 재현되는 것에 부정적이다. 거꾸로 안 대표는 ‘결선 투표제’를 주장하면서 사전에 야권 단일화나 야권통합의 불씨를 차단하기에 나섰다. 안 대표는 “대선 결선투표제는 20대 국회에서 논의하면 될 것 같다”며 “총선이나 대선 직전 선거제도 때문에 당이나 후보가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다당제가 제도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선투표제에 숨겨진 진실은…

결선투표제란 1차투표에서 과반 혹은 따로 정한 득표율 기준을 넘긴 후보자가 없을 경우 최다 득표 1.2위 후보자만 놓고 다시 결선투표를 시행하는 제도다. 선거 이전 후보들끼리 임의적으로 단일화를 이루는 것과 달리 제도적으로 단일화 효과가 나올 수 있다. 안 대표가 결선투표제를 제안한 이유도 내년 대선 레이스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 그리고 국민의당 후보 간의 3자 대결로 치러질 경우 야권후보 단일화 문제가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깔려 있다.

결선투표제는 당선자의 대표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투표를 두 번 해야 한다는 점에서 선거 비용이 추가된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51.6%를 넘긴 것을 제외하고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래 과반 유효득표를 받은 역대 대통령은 없다. 헌법개정사안이다 선거법개정사안이다 논란이 있지만 여야 대선후보 간 합의를 하면 성사될 수 있다.

특히 안 대표처럼 국민적 인지도는 높지만 조직이 열세인 제 3후보에게 유리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안 대표가 야권 단일화에 부정적인 시각때문에 더민주당에서도 내년 대선에서 사실상 3자 구도로 치러질 것을 대비해 대선 준비를 하고 있다.

‘안철수-문재인 조합’만큼이나 막강한 조합이 ‘안철수-박근혜 조합’이다. 이는 유력한 후보가 없는 새누리당 내 친박계와 안철수만으로 정권교체가 힘들다는 국민의당 정치 현실에서 나온 조합이다. 미래권력과 현재 권력이 손을 잡는다는 점에서 그 파괴력은 예상하기 힘들다. 특히 국민의당이 지난 총선에서 더민주당보다 정당지지율을 더 받은 배경에는 여권성향의 표가 몰렸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평이다.

실제로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수도권에서 더민주당 후보가 선전한 배경에는 국민의당 후보가 야권표 보다는 여권표를 흡수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나아가 영남을 대표하는 친박과 호남을 대표하는 국민의당이 연립정부를 만든다는 점에서 영호남 통합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지역구도 타파라는 정치사적 의미도 있다.

그러나 안-박 조합이 되기 위해선 대연정이나 소연정이 전제돼야 한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의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독일식 메르켈 대연정’을 언급하면 박근혜 정부를 향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김 당선자는 “독일 메르켈 총리가 단독으로 집권할 수 있었지만 왜 사민당과 대연정을 통해 조세문제, 최저임금법 등 문제를 풀면서 메르켈식 새 정치를 했는지 유념해야 한다”고 사실상 박 정부에게 연정을 제안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먼저 박 대통령이 경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과 야당, 국회에게 협력을 구하고 노동계의 고통도 함께 감수하자고 설득을 해주셔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실정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협력을 구하고, 야당 대표들을 설득하면서 국회의장도 집권여당으로서 중요하고 필요하니 국민의당이 협력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면 우리도 한 번 애국심을 발휘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직 박 대통령이 어떻게 하시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문제”라고 국회의장직을 새누리당에게 넘겨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대연정 문제에 대해서는 “그것은 원칙의 문제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집토끼들이 다 날아갔다”며 “새누리당과 우리의 정체성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 정체성을 지키면서 그분들이 우리 정체성을 인정하고 오면 할 수 있다”고 전제조건을 분명히 제시했다.

특히 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연대했던 DJP연합에 대해서도 “DJP 연합을 얘기하는데 DJP 연합은 DJ화 됐지, JP화 된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대신 “저는 호남참여 연정론을 오래전부터 주장했다”면서 “낙후, 피폐된 호남을 이 이상 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安-비노-비박·친이계 조합 움직임 활발

국민의 당이 DJP식 연정을 꺼내는 것은 현재의 야권이 DJP연합이 이뤄지기 직전 상황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당시 김대중 총재가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79석을 얻었지만 호남과 수도권에 국한됐다. 이듬해 대선의 승리를 위해선 상대적으로 영남이나 충청권 도움이 절실했다. 이에 충청권을 텃밭으로 한 자유민주연합과 손잡아 호남+충청 연합으로 대선 승리를 이끌어냈다. 국민의당에서는 제2DJP연대는 ‘호남+영남(TK)’이라는 점에서 97년 DJ때보다 더 확실한 대선 승리 카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친박계의 기대와는 달리 박 대통령은 연정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시절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에게 연정을 제안했을 때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 4월26일 “완전히 생각이 다른 사람끼리 대타협이고 연정이고 같이 해서 잘 되기는 뭐가 잘 되겠는가”라며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이 반대하는 이상 연정은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라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입장에서도 ‘연정’에 대한 내부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김성식 당선자는 과거 한나라당에서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온 인사다. 하지만 호남에서 당선된 인사들의 경우 박 대통령이나 친박과 연정에 대해 호남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섣불리 나서기 힘들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마지막 조합이 안철수계-비노-비박·친이계 조합으로 현재 가장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대선 조합이다. 여도 야도 아닌 제3 정치세력화 움직임으로 역시 안철수 국민의당이 그 중심에 있다. 실제로 ‘안철수의 복심’으로 알려진 국민의당 이태규 당선자가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출신인 이 당선자는 이회창 전 총재의 특보에서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에는 안철수 진심캠프 미래기획실장을 맡았고 안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부소장을 역임했다. 윤여준 전 장관 보좌관을 지내 두 인사는 사제지간만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당선자는 최근 차기 대선 관련 국민의당 발 정계개편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차기 대선 과정에서 가치나 비전이 유사한 정치세력과 통합이 아니라 연립정부를 이루는 형태로 포커스가 맞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여야 간에 정계개편이 일어나거나, 아니면 연립정부가 탄생할 수 있다”면서 “타협과 절충의 정치가 잘 정착된다면 연립정부, 연립정권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DJP연합에 의한 정권교체와 마찬가지로 국민의당이 다른당과 손잡고 정권교체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당선인은 누구와 함께할 것이라는 말은 삼갔지만 새누리당 비박·친이계와 더민주당 비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실제로 친이계 인사로 무소속 정의화 국회의장과 박형준 국회사무총장이 그리는 제3세력화 움직임과 이 당선자의 주장이 맞닿아 있다. 이 당선자와 박 사무총장은 이명박 대통령 캠프에서 함께 일해 봤고 여전히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 조합의 마술이 대선판 좌우

또한 유승민, 주호영 등 친박에서 비박으로 분류된 인사들 역시 포함 대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 당선자의 정치적 스승격인 윤여준 전 장관이 최근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로 말을 갈아탄 것도 정치권에서는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남경필 도지사 역시 친이계로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연정을 통한 정계개편이 이뤄질 경우 함께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다.

대선은 600일 남았지만 여야의 시선은 차기 대권에 확실하게 꽂혀 있는 셈이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점과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권력 속성 상 어떤 조합도 가능하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작금의 정치가 3당체제가 들어서고 걸출한 대권 후보가 부재한 상황이다. 결국 내년 대선은 ‘조합의 정치’, ‘짝짓기 정치’가 차기 대권의 성패를 좌우할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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