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원내대표 3選 박지원’ 3당 체제 이끈다
[화제의 인물] ‘원내대표 3選 박지원’ 3당 체제 이끈다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6-04-29 20:17
  • 승인 2016.04.29 20:17
  • 호수 114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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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지난 27일 국민의당 원내대표로 박지원 의원이 합의 추대됐다. 과거 민주당(2010∼2011년)과 민주통합당(2012년)에 이어 사상 초유로 3차례 원내대표에 올랐다. 국민의당 지도체제가 ‘안철수-천정배-박지원 트로이카’ 체제로 개편된 것이다. 내외적으로 박지원 의원의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박지원 의원의 원내대표 추대 관련 후폭풍이 적잖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안철수-천정배-박지원 트로이카 체제
-朴 전면등장에 원내 1, 2당 ‘대항마’ 찾기 부심


국민의당이 경기도 양평의 한 리조트에서 진행한 워크숍 둘째 날 27일 오전 20대 국회 첫 원내대표를 합의 추대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무거운 마음으로 세 번째 원내대표 직을 수락한다. 20대 국회는 가장 생산적인 국회가 되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 다른 목표를 뒀기 때문에 많이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왕 원내대표가 된 만큼 열정을 바쳐 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야당이고, 우리 정체성을 지키며 오직 대한민국 국민만 생각하고 국회를 운영해나가야 한다. 국민의당을 위한 당리당략적 목표, 안철수 대표의 대권가도에 맞춰 국회를 운영한다면 19대 국회와 똑같아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때로는 더불어민주당, 때로는 새누리당과 협력하면서 견제하고, 대화하고, 타협할 것"이라며 “생산적 국회, 일하는 국회, 민생 국회로 평가받겠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의원이 원내대표에 합의 추대됨에 따라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호남 중진 의원들의 협력 체제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대표로서는 당의 기반인 호남의 지지를 확고히 하면서 향후 대권가도를 다지게 됐다. 박 의원 역시 원내사령탑으로서 협상력을 발휘해 제3당인 국민의당의 존재감과 위상을 높이면 차기 당권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고 대권 도전의 문이 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박지원 의원은 지난 28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20대 국회 최우선 과제로 “5월에 20대국회 원 구성을 완전히 끝내고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일해야 한다"며 조속한 원 구성 협상 완료를 강조하고 있는 안 대표에 보조를 맞췄다. 박 의원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안 대표의 독자노선이 옳았다. 추진력도 있다. 대선 후보도 다 열어놓고 경쟁해 결정하자는 것도 좋다"고 치켜세웠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의 파트너가 될 정책위의장에 안 대표의 대선캠프 공동 선거대책본부장 출신인 김성식 최고위원을 내정한 바 있다. 안 대표 측도 박 의원에게 원내대표를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당내 여론을 조성하는 등 이번 합의추대 과정에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박지원 의원이 손을 잡고 박 의원을 원내대표에 앉힐 것이라는 추측이 회자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랐다. 원내대표직에 의욕을 보였던 현 원내대표인 주승용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유성엽 의원이 합의추대보다는 경선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관해 국민의당 내부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먼저 박지원 원내대표와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가 향후 중대 국면에서는 노선 및 이해관계의 차이를 드러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이 꾸준히 “안 대표가 당권-대권을 다 가지려고 해선 안된다. 제2의 문재인이 돼선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 결국은 안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고 양측이 ‘전략적 제휴 관계’라는 분석이다.

또한 박지원 의원 합의추대는 당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지지층을 상당수 흡수해 보수·진보 양극만 존재했던 한국 정치에 합리적 중도 세력의 등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창당 과정에 기여한 이들은 더민주 출신 호남 현역들이었고 실제 호남에서 압승을 거둔 것도 국민의당 권노갑 상임고문 등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동교동계가 호남을 중심으로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안철수 대표는 광주·전남·전북을 1박2일로 딱 한 차례 방문했을 뿐이다. 대부분은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 올인했다. 쏟아지는 호남 후보들의 지원 요청을 대신 소화한 건 권노갑 고문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동교동계의 좌장격이며 호남 출신으로 여러 차례 정치적 구설수에 올랐던 박지원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맡는 것은 지지층과 당내 구성원의 불일치를 심화시키고 중도를 표방한 당의 지향성에도 부합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국민의당 내부 잡음과는 별개로 ‘거물급 원내대표’를 상대하게 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선 대항마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누리당은 다수당인 더민주의 공세도 막아내기 버거운 판에 캐스팅보트를 쥔 제 3당 원내대표가 ‘정치 9단’인 박지원 의원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친박계 내부에서 ‘친박 인사 원내대표 출마 불가론’이 제기됨에 따라 비박계 나경원 후보와 정진석 후보 2파전이 예상된다.

나경원 의원은 앞서 29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향해 “워낙 오래전부터 정치를 하셨기 때문에 조금 올드 스타일(old style)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또한 그는 “우리 역대 역사를 보면 국회의장이라는 것이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되더라도, 국정 운영을 위해서 사실은 제1당이 꼭 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서 국회의장직을 여당이 해왔던 경우가 오히려 원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장은 저희가 2000년에 치러진 16대 국회 구성을 보면 DJ 정권 말기에 치러졌다"며 “그때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돼 과반수를 훌쩍 넘었다. 그때도 DJ 정권의 국정운영의 안정 운영을 위해서 처음 전반기에는 양보를 해드렸다"고 말했다. 여당이 원내 제1당 자리를 내줬지만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새누리당에서 의장직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더민주도 박 원내대표가 신경 쓰이기는 마찬가지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적극 활용해 새누리당과 더민주 사이에서 몸값을 높이려 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자칫 야권의 흐름이 국민의당에 의해 좌지우지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더민주는 3선의 노웅래, 민병두, 우상호, 우원식, 홍영표 의원이, 4선에선 변재일, 안민석, 이상민, 조정식 의원이 원내대표로 거론되고 있다.

jh0704@ilyoseoul.co.kr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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