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벅스뮤직이 사용료를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에도 음반제작사 측과의 마찰이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첫 번째 문제는 음원 사용료에 대한 쌍방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부분은 온라인 사업 영역을 확보하려는 대형 음반사와 벅스뮤직의 주도권 다툼이다. 이런 점을 살펴보면 벅스뮤직은 넘어야 할 산이 두 개인 것이다. 음원 사용료 및 사이트 유료화는 문화관광부에 의해 음원관리 신탁권을 받은 음제협과 협상해야 할 문제이며 온라인 음악시장 쟁탈전이 원인인 대립은 SM, 도레미 등 대형 음반사와 귀결지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지난 1일 9개의 온라인 음악 사이트가 모두 유료화를 시작했으나 벅스만이 이를 거부하자 음제협은 무료 음악서비스 정지를 요구하는 음반복제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지법에 냈다.
음제협은 벅스뮤직 측에 “회원가입자 일인당 월 500원의 정액금과 매출액의 20% 가운데 많은 금액을 음원사용료로 지불해야 한다” 며 “그러기 위해서는 전면 유료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벅스뮤직은 “전면 유료화는 시기상조이며 때문에 회원 1인당 500원을 내는 것도 무리다”고 반박했다. 음제협의 요구대로라면 1,4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벅스뮤직은 음원 사용료로 월 70억, 연 840억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벅스의 매출이 100억원 정도인 점을 가만하면 현 실정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대해 벅스측은 “사용료를 안 내겠다는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음제협이 제시한 금액에 대해서는 상호 협의가 더 필요하다. 유료화도 점차적으로 추진할 것이다”라고 말한다.벅스가 봉착한 두 번째 문제에 비하면 음제협과는 그나마 협상의 여지라도 있는 편이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탈퇴한 대형 음반사 “도레미, 예당, SM, YBM서울음반 등은 아예 벅스의 존재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게 벅스뮤직측 관계자의 말이다. 이유는 온라인 음악시장 진출을 선언한 대형음반사의 사업 영역 확보와 수익이 직결돼 있기 때문. 이미 SM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인 판당고코리아를 통해 지난 7일 유료 음악스트리밍 사이트 ‘아이라이크팝(ilikepop .com)’을 시작했고 예당엔터테인먼트도 유료 음악스트리밍사이트 ‘클릭박스(www.click box.co.kr)’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프라인 음반 시장의 불황에서 탈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이들은 벅스뮤직이 나름대로 제시하는 현실적인 타협안에는 관심조차 없다.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당한 권리의 행사를 앞세워 온라인 음악시장의 주도권을 빼앗아 오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때문에 협상테이블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 과연, 이와 같은 현실을 ‘을’의 입장인 벅스뮤직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이효순 boom26@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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