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發 고강도 司正수사 본격화 조짐
김현웅 법무장관 “불공정행위 등 기업비리 엄단할 것”
대기업 5∼6곳 오너 비리도 조만간 수사 착수할 듯
[일요서울 | 송승환기자]검찰이 재계 순위 21위인 부영그룹 이중근(75) 회장의 수십억 원대 조세포탈(租稅逋脫) 혐의에 대해 수사(搜査)에 착수했다. 검찰은 또 다른 대기업 5∼6곳의 오너 비리에 대해서도 조만간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돼 4·13 총선이 끝나자마자 검찰 발(發) 재계 사정(司正)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2일 정부와 재계 등에 따르면 총선 이후 경제부처가 기업구조조정 등 산업재편에 매달리는 사이, 검찰을 비롯한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건설업체를 정조준하는 등 사정당국의 움직임이 매우 분주하다. 우선 건설업계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최근 국세청의 중수부로 알려진 서울지방국세청(청장 김재웅) 조사4국이 임대주택 건설업체인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국세청은 부영 측에 1000억 원대의 세금을 추징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해 12월부터 부영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벌여온 바 있다. 부영주택이 지난 2007~2014년 캄보디아 현지 법인 2곳에 송금한 자금과 관련해 수상한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코오롱그룹 지주회사인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2곳의 세무조사를 펼치고 있다. 올해 초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건설도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를 두고 재계는 5년마다 돌아오는 정기 세무조사의 성격으로 봐 왔다.
하지만 부영과 코오롱 등의 이번 수사를 놓고 조세회피처 자료로 일컬어지는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 관련 사건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국세청이 국제공조를 통해 탈세 혐의를 포착할 경우 즉각적인 세무조사를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세청의 중수부로 알려진 서울국세청 조사4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는 것.
당초 국세청은 역외 탈세공조협의체(JITSIC) 35개 참여국과 파나마 페이퍼스 관련 역외탈세(域外脫稅) 문제를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최근 논란이 된 조세회피처 자료의 한국인(약 200명) 명단도 이번 조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원회의 칼날도 매섭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이 조사하고 있는 ‘원주~강릉 도시고속철도 사업’의 입찰담합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도 조속히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사건을 담당하는 곳은 공정위 입찰담합조사과다. 이른바 ‘평창올림픽 고속철’ 입찰담합 건으로 현대건설·두산중공업·한진중공업·KCC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이 이미 정조준돼 있다.
평창올림픽 고속철 담합 혐의에 이어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사업과 관련해 현대건설과 대림산업·두산중공업 등 13개 대형건설사들도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가스공사가 통영과 평택, 삼척에서 발주한 12건의 LNG저장탱크사업과 관련해 공정위의 심판이 예고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담합 사건 처리는 사건처리의 수순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며 건설업계가 정조준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국세청과 검찰 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역외탈세 및 외환 거래 관련 국·관세 탈루 등 혐의 정보가 서서히 드러나면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여소야대 등 20대 국회의 개원을 의식해 조사를 펼친다는 의혹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지능적 역외탈세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사하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전국 단위 비리수사 조만간 성과 낼 것”
한편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지난 21일 “금융·증권비리와 입찰 담합,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시장경제질서를 훼손하는 불공정 행위를 엄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관리를 마친 검찰이 향후 역점을 둘 부정부패수사와 관련해 “기업주의 전횡(專橫), 사익추구등 기업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국가경제에 해악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치밀하게 수사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검찰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은 위축시키지 않고, 다만 기업주의 전횡과 사익추구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부 재벌 기업의 행태 등에 강도 높은 사정수사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이어서 주목된다.
김 장관은 부패범죄 수사에서 방점을 두는 분야로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증권 비리 ▲입찰 담합이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불공정 행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방위사업 비리 ▲보조금·공공부문 비리 등을 거론했다.
국민주택진흥기금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는 부영그룹이나 고속철도입찰 담합 비리가 포착된 현대건설 등 건설사 4곳 등을 겨냥한 검찰의 최근 수사 흐름과도 맥(脈)이 닿는 대목이다.
김 장관은 “인원을 많이 투입해 뿌리뽑아야 할 고질적 비리는 충분히 시간을 갖고 수사하고 한두 군데로 (범위를) 좁힐 수 있는 비리는 신속하게 문제점을 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 결과 확인된 잘못된 관행이나 구조적 문제점을 제도적 개선과 사전 예방으로 연결시켜 부정부패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부패척결이야말로 검찰의 존재 이유”라며 “부패범죄특별수사단과 방위사업수사부 신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의 지방검찰청 배치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수사 역량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활동 전망을 묻자 공공부문의 고질적인 적폐와 구조적인 사회전반의 비리 의혹 등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전국 단위의 대형 비리 사건이라는 표현에 부합하는 수사 대상을 찾고 있다”며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답해 그동안 주요 비리에 대한 내사(內査)활동이 충분히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김 장관은 20대 총선 사범 수사도 강도 높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거짓과 반칙으로 선택을 받은 당선인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며 “당선됐다고 선거 과정의 불법 행위가 덮어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19대 총선에 비해 20대 총선은 선거사범이 약 30% 증가했고 당선인이 입건된 사건도 30% 정도 증가했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대폭 늘어난 흑색선전은 불특정 다수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어서 어떻게 보면 금품선거보다 더 무거운 범죄”라며 가볍게 처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속이나 지위를 일절 고려하지 않고 사건을 처리하도록 검찰을 지휘하겠다”며 “난이도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은) 1∼2달 내에 대체로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인이 입건된 사건은 부장검사를 주임검사로 지정하고, 필요할 땐 공안부 외에도 특수부와 형사부 검사들까지 투입해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김 장관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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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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