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따뜻한 봄이 우리 곁에 찾아 왔다. 겨울을 떠나 보내기 아쉬운 듯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꽃샘추위로 어깨가 움츠려 든다. 이렇게 일교차가 심한 봄날, 한동안 치료받고 완쾌됐던 환자가 한 달 만에 다시 내원했다. 특별한 원인 없이 어느날 갑자기 우측 뺨의 감각이 마비되면서 움직이지 않는 구안와사가 발생한 것이다. 오랫동안 괴롭혔던 질병을 치료했다고 생각한 환자의 치료경과는 다행히 빠른 호전을 보였다.

구안와사의 정식병명은 ‘안면신경마비'인데 다양한 원인으로 신경이 손상되어 안면부의 운동 장애 및 감각 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렘세이헌트증후군, 후천성 면역결핍질환, 급성 중이염, 악성 외이도염, 수막종, 악성종양, 뇌졸중 등으로 인한 신경마비 외에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것을 특발성 안면신경마비라고 한다. 특발성은 말 그대로 원인이 정확치 않다는 것을의미하며 현재 가설로는 바이러스 감염, 허혈성 혈관질환에 의한 마비, 한냉노출, 유전등 원인으로 추정될 뿐이다.
현재까지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신경 내 염증 변화로 분절 탈수초 현상이 일어나고 이에 속발한 부종이 안면신경관 내의 신경을 압박해 안면신경마비가 발생된다고 보고 있다. 눈을 감기 힘들거나 이마나 코의 주름 잡기가 어려워 지는 증상을 보인다.
또한 표정을 짓기 힘든 복합적인 안면부 운동 장애와 함께 얼굴 혹은 목 부위의 이상감각이나 동통(疼痛), 미각장애, 청각과민, 눈물감소, 유루증(流淚症), 이명(耳鳴)등이 나타날 수 있고 통상적으로 48시간 내에 가장 심한 상태로 길면 일주일가량 진행하는 양상을 보인다.
한의학적으로는 오래 전부터 풍사외습(風邪外濕), 허풍내동(虛風內動), 기혈어조(氣血瘀阻)의 변증으로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고 판단하고 각 원인에 따른 다양한 치료법으로 치료하고 있다. 각 원인에 따른 나름대로의 침 치료법과 한약치료법이 있기 때문에 각 환자에 따라 진찰하고 변증하여 치료를 하면 호전반응을 보인다.
필자 역시 개인적으로 20대 후반에 구안와사를 겪은 적이 있다. 다행히 젊은 나이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 한 달여만에 완치된 경험이 있다. 임상에서는 많은 환자들이 연령, 개인적 상황, 치료의 적절성에 따라 오랫동안 치료되지 않아 고통을 겪는 환자들이 많다. 구안와사는 크게 3가지 경우에 발생한다고 얼려져 있다. 장기간 혹은 야간에 접하는 찬 기운, 심한 스트레스, 급격한 체력저하등 안면부위의 지속적 냉기유출 혹은 면역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이다.
바이러스 감염 역시 따지고 보면 면역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으로 판단된다. 양방적으로는 부신피질 호르몬제와 항 바이러스제의 복용, 기타 물리치료등으로 치료를 하고, 특이한 상황에서는 수술요법도 사용하나 일반적이지는 않다.
필자의 임상 경험상 특발성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하기 전에 환자들은 다양한 전조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신체의 면역력 결핍과 체력저하가 원인이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증상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전구증상 역시 체질에 따라 다양한 증상들을 보인다.
사상의학에서 나누는 체질별로 안면신경마비의 전조증상은 다음과 같다. 태음인은 폐의 호산지기가 약하고 간의 흡취지기가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전구증상 역시 생리적, 병리적 기전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폐가 약하기 때문에 감기증이 자주 걸리거나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많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며 수액대사의 장애로 잘 붓거나 식후비만등 소화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소양인은 비위의 승양지기가 강하고 신장의 강음지기가 약하기 때문에 상부로 위열이 오르고 말초로 약해지는 증상이 발생한다. 특히 소양인은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 내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상부로 열이 오르기 때문에 태음인의 간열증상과 비슷하게 두통, 이명, 눈의 피로감을 호소하나 특히 두통과 가슴의 답답함을 주로 호소하는 경향이 강하며, 신장의 강음지기가 약하기 때문에 사지의 냉감을 호소하면서 잘 체하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소음인은 비위의 승양지기가 약해 음화되는 경향이 강한 체질이다. 특히 소음인은 비교적 체력이 가장 약하면서 지속적인 소화장애를 호소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급격한 체력저하, 식욕부진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들은 안면신경마비 전에도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하는 경우 더욱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참보인 한의원 원장>
<정리=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
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