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넥센, MLB점령에 나선 박병호·강정호 쌍두마차
메이드 인 넥센, MLB점령에 나선 박병호·강정호 쌍두마차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6-04-25 10:01
  • 승인 2016.04.25 10:01
  • 호수 1147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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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겨울 미국진출의 대박을 터트린 KBO 출신 선수들이 하나둘씩 연착륙을 시도하는 가운데 홈런왕 박병호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그는 서서히 세계 최고의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질에 익숙해지면서 다시 홈런포 본능을 발휘, 최근 출전한 4경기에서 3개 홈런을 터뜨리며 현지 팬들을 열광케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이너리그 경기에 출전해 실전감각을 끌어 올리고 있는 강정호 역시 지난해 KBO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며 그의 복귀를 놓고 팬들의 관심이 들썩이고 있다. 더욱이 이 두 선수 모두 KBO 신흥 강호 넥센이 만들어낸 보물이라는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

▲ 박병호, 강정호 선수(왼쪽부터)<뉴시스>

박병호 12경기 4홈런 거포본능 발동…아시아인 최대 홈런(31개) 돌파 파란불
강정호 재활경기 재개 늦어도 5월 8일까지는 복귀…팬들 기대감에 들썩

개막 후 주춤했던 박병호가 홈런포행진을 이어가면서 미국 현지 언론과 팬들이 주목하는 급등주로 떠올렸다. 박병호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12경기(지난 22일 현재)에 출전해 타율 0.233, 홈런 4개, 출루율 0.313, 장타율 0.558을 기록하고 있다. 선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OPS에서 그는 메이저리그 50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홈런에서는 아메리칸리그 공동 5위를 차지하며 과거 KBO 홈런왕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더욱이 1위와의 격차는 단 1개에 불과하다.

전체 성적으로 보기에는 다소 밋밋한 기록이지만 최근 7경기에서 박병호는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타율 0.318, 출루율 0.375, 장타율 0.818 OPS는 1.193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7위에 이름을 올렸다.

홈런으로 뒤바뀐
우려와 기대

이처럼 박병호가 대형홈런포를 앞세워 인상 깊은 경기력을 선보이자 한때 그를 두고 의문을 제기했던 현지 언론과 팬들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폭스스포츠는 지난 21일 최근 일주일간 미네소타 지역의 프로 스포츠선수들 중 주가 상승 선수와 주가하락 선수를 선정했다. 여기서 박병호는 단연 주가 상승 선수로 꼽혔다. 해당 매체는 박병호에 대해 큰 임팩트를 만들고 있다며 “전 KBO리그 홈런왕 출신인 박병호가 초반부터 혈통에 걸맞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박병호는 최근 출전한 4경기에서 3개 홈런을 터뜨렸다”고 호평했다.

이 뿐만 아니라 야후스포츠는 지난달 22일 “현재까지 트윈스의 베스트는 박병호의 대형홈런”이라며 “실망스런 미네소타 시즌 출발의 위안거리는 코리안 루키 박병호의 가공할 파워”라고 치켜세웠다.

ESPN 홈런트래커에 따르면 박병호의 평균 홈런 비거리는 424.8피트(약 129.5m)로 426.7피트의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 425피트의 라이언 브론(밀워키)에 이어 3위다. 특히 박병호는 지난 17일 홈구장 타깃필드에서 466피트짜리 중월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거포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이날 홈런은 주간 최장 비거리 타구로 기록됐다.

이에 야후스포츠는 “한국에서 2년간 50홈런 이상을 때린 거포가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하고 있다.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그마저도 나아지고 있다”며 “그가 때린 4번의 대포는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박병호가 등장하면 조심해야 한다”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박병호의 활약에 대해 친정팀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은 지난 20일 “비거리부터가 다르지 않느냐. 그렇게 멀리 친 동양인을 처음 봤을 것이다. 카메라도 존이 있을 텐데 병호의 홈런을 못 쫓아가더라. 모두가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병호를 바라보고 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달궈진 방망이
급냉주의보 발령

하지만 아쉽게도 박병호의 방망이가 달궈졌을 때 인터리그 원정 5연전에 돌입하면서 좀처럼 기회를 못 잡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병호의 방망이가 식어버릴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네소타는 오는 25일까지 밀쿼키와 2연전, 워싱턴과 3연전을 치르고 있다. 다만 이번 원정 경기는 내셔널리그 규칙으로 경기에 임하게 돼 지명타자 없이 투수가 타석에 들어간다.

박병호는 현재 지명타자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어 선발로 출전하기 전까지는 타석에 들어서기 힘들어 보인다. 이에 대해 폴 몰리터 감독은 박병호를 경기 내내 벤치에 앉히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지만 이미 밀워키에 완승이나 완패를 할 때 모두 박병호를 부르지 않았다.

다만 주전 1루수 조 마우어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박병호를 1루수로 출전시키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몰리터 감독은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올 시즌 인터리그 원정경기가 10경기 치러질 예정이어서 박병호로서도 미네소타로서도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이제는 홈런포로 지명타자의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는 만큼 좀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만들기 위해 1루수 자리를 꿰찰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남겼다.

특히 아직은 빠른 공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 이 역시도 해결과제로 남았다. 박병호는 직구를 때리면 파울이 되고 결국 볼카운트가 몰려 삼진을 당하는 장면을 자주 연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염 감독은 “병호가 상대의 변화구는 잘 치고 있다. 특히 병호는 콘택트 능력이 좋다. 지금까지 병호에게 홈런을 맞은 상대 투수들의 구속이 평균적으로 빠르지 않다”며 “결국 마지막 과제는 빠른 직구 공략이고 빠른 공은 눈으로 익혀야 하니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빠른 공 적응만 마치면 박병호의 장점이 더욱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박병호가 우려를 씻고 변화구와 더불어 직구에서도 홈런을 쏘아올릴 경우 아시아인 최다 홈런 기록을 가뿐히 넘어설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박병호는 현재 14경기 중 12경기에 출전해 4개의 홈런을 쳐냈다.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해 남은 148경기에 모두 출전할 경우 올 시즌 53개의 홈런을 쳐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 될 경우 박병호는 마쓰이 히데키(은퇴)가 2004년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아시아인 최다 홈런인 31홈런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이제는 팬들의 관심이 MLB 연착륙이 아닌 ‘국민 거포’로 성장할 지로 쏠리고 있다.

박병호 역시 굳은 결의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입단 기자회견에서 “빨리 적응하도록 노력할 것이고 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시즌을 보내는 게 올 시즌 목표”라고 각오를 전한 바 있다. 앞으로 어떤 대형 아치를 그려낼지 국내를 비롯해 현지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교체 없는 등판…
머지않은 복귀

한편 원조 넥센발 메이저리거인 강정호 역시 부상 재활을 이겨내고 곧 출격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무릎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아쉽게 마무리 했던 강정호는 최근 피츠버그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에서 마무리 재활과 함께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에 돌입했다.

그는 지난 21일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빅토리필드에서 톨레도와의 경기에 3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무안타 2삼진을 기록했다. 또 19일 첫 실전에서도 3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장했으나 8회 교체됐다.

아직 강정호가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이날 교체 없이 9이닝을 모두 소화해내면서 복귀시점이 다가와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강정호는 지난 22일 루이빌 뱃츠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28일(현지시간)에 (다음일정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강정호가 언급한 28일은 재활 경기를 시작한 이후 11일째 되는 날로 재활 상황을 중간 점검하고 다음 일정을 정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에 복귀 일정의 윤곽이 곧 잡힐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의 재활경기는 야수의 경우 최대 20일까지 진행할 수 있어 아무리 늦어도 한국시간으로 5월 8일에는 메이저리그로 돌아오게 된다. 강정호 역시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경기 감각은 뛰다 보면 좋아질 것이다. 지금은 그냥 시합하고 있다”며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뉴시스>

이처럼 복귀를 서두르고 있는 강정호에 대해 현지 언론들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1일 ‘뉴욕 포스트’는 ‘아롤디스 채프먼보다 임팩트가 큰 다섯 가지 컴백’이라는 기사를 통해 그라운드에 돌아올 선수들 가운데 팀 전력에 큰 영향을 미칠 선수들을 점검했다.

해당 매체는 이들 중 1명으로 강정호를 꼽았다. 뉴욕 포스트에 따르면 “피츠버그는 오프시즌에서 데이비드 프리즈와 계약해 3루수를 보강했고 프리즈는 지금껏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프리즈는 3루수인 강정호의 뒤에서 선수층을 두껍게 하고 1루 자리에 우타를 보강할 수 있는 카드”라고 주목했다.

여기서 이들은 강정호의 복귀를 전제로 “기억해야 할 것은 강정호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3위에 오른 선수이며 그가 부상을 입기 전까지 치른 60경기에서 OPS 0.930을 기록했다”며 강정호의 복귀가 피츠버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열쇠임을 강조했다.

이처럼 강정호에 이어 박병호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존재감을 입증해내자 이들의 미국 진출까지 아낌없이 지원한 넥센 구단과 염 감독 역시 흐뭇해하고 있다.

비록 넥센은 주축자원들의 이탈로 다소 힘겹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최근 넥센이 키운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주축으로 성장해 가면서 명실공이 KBO 명문구단으로서의 위상을 갖춰가고 있다.

염 감독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버지가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그는 “박병호와 강정호의 경기를 열심히 보고 있다. 병호나 정호가 타석에 들어설 때면 제가 막 떨린다. 타점을 올릴 기회가 오면 ‘잘 쳐야 하는데’하고 걱정한다”면서 “혹시라도 못 치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안타까움과 함께 응원을 남겨 든든한 조력자로서의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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