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 정일선 비앤지스틸 회장 갑질 사건을 비롯해 기업인이나 기업들이 범국민적 분노를 일으키는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스스로 무덤을 더욱 깊게 파고 들어가는 모습들이 자주 보인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용서가 더 쉬웠겠지만, 황당한 변명이나 해명으로 사태를 처음보다 심각하게 몰고 가는 방식이다. [일요서울]은 그동안 누가 어떤 말들로 곤욕을 치렀는지 살펴봤다.

갑질 논란·일베파문 등 어물쩡 넘기려다 역풍 맞아
‘경솔했다=치밀하지 못했다?’ 풍자 ‘사과 해석’ 등장
우선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김만식 몽고식품 회장,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회장 등 사회적 지위를 등에 업은 재벌가의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이들은 하나 같이 거짓해명 논란, 진정성 논란 등으로 2차적인 파문을 불러왔다. 먼저 조현아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 사건 당시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에게 남긴 사과 쪽지의 내용 때문에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박창진 사무장에게 남긴 쪽지에는 “박창진 사무장님. 직접 만나 사과드리려고 했는데 못 만나고 갑니다. 미안합니다. 조현아 올림”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를 본 세간의 반응은 ‘쪽지 한 장 휘갈겨 쓴 것이 사과의 전부냐’가 주를 이뤘다.
아울러 그는 검찰 출석 때 고개를 숙이고 있는 표정까지 세간의 야유와 질타를 받아야 했다. 급기야 온라인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빗댄 온갖 패러디가 난무했고, 방송가에서는 사과 쪽지를 두고 그의 심리상태를 분석하기도 했다.
이어 정우현 회장은 거짓 해명 의혹을 받아 아직까지 비판을 듣고 있다. 앞서 정우현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외식 브랜드 업소가 입점한 건물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와 관련해 미스터피자는 “당시 언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얼굴을 때리는 등 일방적인 폭행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이 “식당 내부 상황을 담은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피해자를 때리는 장면이 확인됐다”고 밝히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변명도 제각각
그 외에도 갑질을 일삼은 이들이 내놓은 사과문은 대부분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립니다’와 같은 천편일률적인 문구와 80자 정도의 짤막한 내용이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 특히 피해자보다 언론과 대중을 상대로 사과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사과 순서가 잘못됐다. 사과문 한 장으로 인성이 변하겠냐”고 지적했다.
갑질 논란은 아니지만 공기업에선 불미스런 일들로 빈축을 샀다. 호화출장 논란이 제기된 방석호 아리랑TV 사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실무진의 실수라고 해명하는 데 급급하다’거나 ‘항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꼬리자르기를 하느냐’는 비판이 빗발쳤다.
또 회장이나 사장 등 재벌가의 잘못이 아닌, 기업의 문제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반복돼왔다. 총수인 재벌가가 잘못했을 때보다 황당무계한 변명은 더 많이 이어졌다.
일례로 2014년 제2롯데월드 저층부 바닥에서 균열이 발견됐을 당시, 시공업체인 롯데건설 측이 “바닥 균열이 아니라, 일부러 금이 간 것처럼 연출한 바닥 디자인”이라는 설명을 했다.
또 다른 황당 해명 사태의 주인공 동서식품도 1년여 만에 대장균 시리얼이라는 오명을 벗었지만 그 과정은 험난했다.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동서식품이 오염된 부적합 제품을 재사용한 정황이 있다고 처음 밝혔을 때 동서식품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대장균은 생활 도처에도 많다. 그런 것들에 오염돼 버리기엔 시리얼이 너무 많다”고 해명해 공분을 샀다. 다만 현재는 법원이 최종 제품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은 만큼 소비자들에게 위해를 가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려 일단락된 상황이다.
극우사이트로 알려진 일간베스트와 관련됐을 땐 더 큰 파문이 있었다. 네네치킨이 본사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큰 닭다리를 안고 있는 합성 사진을 올렸을 때 “노무현 대통령도 맛있게 즐기시는 치킨이라는 의미에서 올린 건데 오해하셨다니 죄송하다”고 말했다가 불매운동까지 일어났다.
한편 오죽하면 방송인 유병재씨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사과문 해석법’이 더 많은 대중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그가 올린 글은 ‘다년간의 연구로 공적 영역에서의 언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고 시작한다.
신뢰도는 바닥
그의 해석법에 따르면 논란을 부른 이들의 사과문은 ‘많은 고민 끝에 용기를 냈다=까먹을 줄 알았더니, 본의 아니게=예상과는 다르게,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내가 한 짓이다, 사실여부를 떠나=사실이다, 이 일로 누구보다 아팠으며=사장님은 운동을 꾸준히 하셨으며, 경솔하게 행동한 점=치밀하지 못했던 점, 오해를 풀고 원만히 마무리=입금되었다, 미래로 나아갈 것을=한 번만 봐주세요. 한 명의 사람으로서=그러면 너희들은?, 더 나은 모습으로=조금만 더 해먹겠다’ 등으로 풀이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복되는 ‘황당 해명’으로 국민들이 신뢰감을 잃어가는 현상을 두고 “기업인의 잘못이든 회사의 잘못이든 우선적으로 진심을 담은 사과와 적절한 보상이 순리대로 진행되어야 한다”면서 “절대 대중의 눈은 속일 수 없다. 대충 빠져나가려다 보면 역풍을 맞는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을 남겼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